나는 어머니에게 줄기차게 전화를 건다. 줄기차게 걱정한다. 엄마가 괜찮은가? 슬퍼하시나? 기운 내고 계신가?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엄마에게 좀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생활을 개선해드려야 하는데,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죄책감이 평범하고 오래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죄책감과 사랑을 본능적으로 하나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삶임을 깨닫는 데도 긴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수록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더 쉬워진다는 신화를 믿으며 자라는데(그리고 이것은 진짜 신화일 뿐이다), 나이 드는 부모의모습만큼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로는 우리가 나이 들수록 잃은 것이 많아진다. 점점 더 크고버거운 과제가 나타난다. 실수를 되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부모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일이 겁나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모님 은혜의 시기가 끝나면, 우리의 순수의 시대 중 후반부의 한 단계도 끝난다. 그분들이 언제까지나 거기 계시진 않을 것이다. 우리 삶이 더 간단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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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쌍둥이 자매의 아이니까. 나는 늘 네 속에 작으나마 나를 닮은 조각이 있다고 느낄 것 같단다. 그래서 우리의 공통점이 싹수라도 숨어 있는지 찾아보고, 뭔가 조금이라도 비슷한점을 알아내면 홀딱 빠져버려. 예를 들어, 너는 신발을 좋아하는성향을 순조롭게 발달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열심히 그 열정에 물을 주고 있단다. (빨간 바탕에 흰 물방울무늬가 찍힌 코듀로이 슬립온 알지? 내가 사준 거야. 까만 벨벳 하이톱도.)‘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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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의 애정이란 내가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 사랑받으려면 시험을 통과하고, 지적 후프를 뛰어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여겼어. 그러니 그저 존재하기만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깊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사실을 너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내게는 놀라운 일이야. 이것이 네가 내게 준 선물이란다. 네 존재만큼이나 소중한 선물이란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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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던 순간, 나는 보스턴의 회사 사무실 길 건너편에 있던 술집에서 스카치위스키를 들이켜고 있었어. 그때는 그 사실이 네 엄마와 나의 차이를 뜻하는 그럴싸한 상징으로 느껴졌어.
네 엄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술이나 마시고 있었으니까. 나는 이후 이 일화를 신랄하고 씁쓸한 분위기로 농담 삼아 말하곤 했어.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에 술을 끊었는데, 금주를 결정한 여러 동기 중 하나는 그때 느꼈던 기분, 남들의 삶은 쑥쑥 나아가는데 내 삶은 술집에 묶여 있다는 기분과 상관있었던 것 같아.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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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가 4개월이 되었을 때, 내 어머니, 그러니까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 그분이 죽기 직전과 직후에 우리는 다들 너를 안고 싶어 했어. 네게서 미래를 느끼고 싶었던 거야. 행복하게 가슴이 저리는 걸 느끼고 싶었던 거야.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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