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배워가는 아이들
고원 지대 아이들은 평야 지대 아이들과 사귀었다. 이는 자기가 모르는 세계에 대한 은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학생들은 불안정한 상태로 서로를 찾아 헤맸다. 그러는 가운데평등 의식과 독립심이 싹텄으며,어린아이의 껍질을 벗고 자기만의 개성을 키워 나갔다. 그들은함께 우정 어린 산책을 하기도 하고, 적개심 때문에 싸움을 하기도했다. - P-1
그나마 여러 어른들중 한스를 생각해주는 플라이크아저씨
"그렇겠지. 공부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 팔좀 보렴. 얼굴도 너무 야위었구나. 두통은 여전하니?""가끔요.""어리석구나, 한스야. 그건 죄악이야. 네 나이 때는 산책도 실컷 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단다. 방학이집 안에서 공부만 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야. 너는 뼈와 가죽만 남은 몰골을 하고 있구나." - P-1
너무 위험한 생각을 하는 한스
선생님들이 국가로부터 부여받은의무는 아이들의 거친 본능을 누르고 국가가 원하는 평화롭고 절제된 이상을 심어 주는 것이다.현재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시민이나 성실한 관료들도 이러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난폭한 개혁가나 공허한 이상에 사로잡힌 몽상가가 되었을 것이다.아이들의 내면에는 거칠고 무질서한 요소들이 있다. 그것들은위험의 불씨이므로 마땅히 제거되어야 한다. - P-1
남자는 블루의 곁에 배낭을 내려놓고, 그 안의 것들을하나씩 꺼내 늘어놓았다. 나무를 깎아 만든 조악한 장식품들이었다. 누군가의 얼굴, 사슴과 눈사람, 그리고 빛이 바래대로 바랜 노란 별. 남자가 말했다."당신을 계속 찾아다녔어. 아주 오랫동안."남자가 블루의 손에 별을 쥐여주었다. 찰나, 생기를 잃어가던 블루의 눈에 빛이 내비쳤고, 블루의 머릿속에 아주오랫동안 잊고 살던 순간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도끼와 피와 질투와 후회와 괴로움에 잊고 살던 어떤 순간들이 트리에 걸린 장식품처럼 반짝이며 존재하던 기억이 맞아. 난 한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 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시간들이 있었지. 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 블루는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 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틈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오랜만이야, 썸머." - P307
블루는 영주를 찍은 도끼를챙겨 들고 침실에서 나와, 고요히 서재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블루는 문 너머가 무엇으로 이어져 있는지 알았고, 그너머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자신과 썸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영주의 손에 살해당한 무수한 여자가 아직 살아 있는시간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문은 분명 자신을 그 세계로이어줄 것이다. 블루는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무한한 경우의 수로 존재하는 세계에서의 우리를. 비록 이쪽의 자신은 시공간을 떠돌겠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또렷이 알았다. -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