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스는 예민한 소년기에밤늦도록 공부에 매달려야만 했을까? 무엇이 그에게서 토끼를빼앗았는가? 왜 낚시질과 산책을못하게 했는가? 왜 그에게 하찮은 명예심과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어째서 시험이 끝난뒤의 휴식을 방해했는가? 마침내지칠 대로 지친 노새는 길가에 쓰러지고 말았다.
너무 슬프다
한스의 맥 빠진 웃음 때문에 교장선생님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말했다."울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제발 그런 바보 같은 표정으로 웃지 말게!"한스를 더욱 괴롭게 한 것은 아버지의 편지였다. 교장 선생님의편지를 받고 깜짝 놀란 아버지는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원의 편지를 보냈다. 아버지의 편지는 온갖 격려의 말과 함께 도덕적인 분노의 표현으로 가득했다. 눈물겨운 아버지의 호소는 한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비드리히 선생님이외에는 그 누구도 불안과 절망에 싸여 허우적거리는 한스의 영혼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어디에도 한스가 속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맘이 아프다.
바야흐로 아름다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식물 채집과산책, 야외에서의 놀이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면수도원의 안뜰은 체조와 씨름, 달리기와 공놀이를 하는 학생들로가득 찼다.
한스는 친구의일에 끼어들지 않았다. 한스에게는 그 일을 하고 싶은 의욕도 재능도 없었다. 그리고 하일러가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스파르타’방에서 보낸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스는 멍한 상태로힘없이 돌아다녔으며, 내키지 않은 공부는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선생님이 해석을 시키기 위해 한스의 이름을불렀다. 그러나 한스는 대답하지않았다. 그러자 선생님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기벤라트, 왜 그러니? 어째서일어나지 않는 거냐?"그러나 한스는 여전히 꼼짝도하지 않았다. 그는 의자에 꼿꼿하게 앉아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한스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기는 했지만, 그 소리는 아주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상한 장면들은 자주 한스의 눈앞에 나타났다. 한스가 책을 읽을때 그 안에 묘사되어 있는 것들이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현실 속의 모습보다훨씬 생생했다. 한스는 자신의 기억력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래된기억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떠올라 그를 두렵게 했다.
달라진 한스
한스는 새롭게 공부에 온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쉽게진도가 나가지는 않았다. 남보다크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힘겹게따라갈 뿐이었다. 그는 이렇게 된것이 우정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손해를 보았다거나 방해를 받고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정은 지금까지 놓쳐 온 많은것들을 채워 주는 보물처럼 여겨졌다. 한스는 예전의 메마르고 의무적인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한 삶을 누리면서 사랑에 빠진연인의 기분을 느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