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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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기 전에
저녁밥 때가 되기 전에
집에 들어가는 것

모든 사람이 전화기를 갖기 전 무언의 약속들

엄마의 얼굴이 그제야 펴진다.
꼭 그래라이, 그녀가 말한다.
해지기 전에 와라이 다 같이 저녁밥 묵게.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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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일상이 많은 정대.정대.정대...

정적 속에서 너는 정대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한 하늘색 체육복*바지가 꿈틀거리던 모습을 기억한 순간, 불덩어리가 명치를 막은것같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숨을 쉬려고 너는 평소의 정대를 생각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정대를 생각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 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빈번한 정대. 그런데도 귀염성이 있어서, 그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만으로 누구든 웃겨버리는 정대, 소풍날 장기자랑에선 복어같이뺨을 부풀리며 디스코를 춰서, 무서운 담임까지 폭소를 터뜨리게한정대, 공부보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정대. 누나 때문에 할 수 없이 인문계고 입시 준비를 하는 정대. 누나 몰래 신문 수금 일을 하는 정대, 초겨울부터 볼이 빨갛게 트고 손등에 흉한 사마귀가 돋는정대. 너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 제가 무슨 국가 대표라고스매싱만 하는 정대.
천연스럽게 칠판지우개를 책가방에 담던 정대. 이건 뭣하러 가져가? 우리 누나 줄라고. 너희 누난 이걸 뭐에다 쓰게? 글쎄, 이게자꾸 생각난다. 중학교 다닐 때 공부보다 주변이 더 재미있었다뭐냐?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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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과 대비되는 시간들

그 다른 세상이 계속됐다면 지난주에 너는 중간고사를 봤을 거다. 시험 끝의 일요일이니 오늘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마당에서정대와 배드민턴을 쳤을 거다. 지난 일주일이 실감되지 않는 것만큼이나, 그 다른 세상의 시간이 더이상 실감되지 않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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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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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빠져나가는 어린 새는, 살았을 땐 몸 어디에 있을까. 찌푸린 저 미간에, 후광처럼 정수리 뒤에, 아니면 심장 어디에 있을까.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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