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젠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라 딸애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세상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일이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나의 일이다. 이런 말이 내 안의 어딘가에 있었다는 게 놀랍다. 그런 말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죽을 때까지드러나지 않는 게 아니라, 마침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렇게 말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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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나는 젠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젠의 이야기를 한다. 좁고 갑갑한 고독 속에서 늙어 가는 사람. 젊은 날을타인과 사회, 그런 거창한 것들에 낭비하고 이젠 모든 걸 소진한 다음 삶이 저물어 가는 것을 혼자 바라봐야 하는 딱하고 가련한 사람내 딸이 그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다는 상상만으로도 숨이멎을 것 같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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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서운해할 수만은 없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고 알던 아이. 내 말을 스펀지처럼빨아들이며 성장한 아이. 아니다. 하면 아니라고 이해하고 옳다. 하면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던 아이. 잘못했다고 말하고금세 내가 원하는 자리로 되돌아오던 아이. 이제 아이는 나를앞지르고 저만큼 가 버렸다. 이제는 회초리를 들고 아무리 엄한 얼굴을 해 봐도 소용이 없다. 딸애의 세계는 나로부터 너무 멀다. 딸애는 다시는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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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보는 대부분의 시선

왜 우리 때만 해도 안 그랬잖아요. 안 되면 안 되는 줄 알고 되면 고마워하고 그럴 줄 알았잖아요. 법 없이도 살았죠.
근데 요즘 사람들은 떼쓰고 억지 부릴 줄만 알아요. 저 아까운 시간을 저렇게 길에 다 내버리고 있다고요.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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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한 젠의 몸은 생각보다 무겁다. 그건 뼈와 단백질, 지방과 수분이 아니고 켜켜이쌓인 어떤 시간과 기억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뜨겁고붉은 피가 돌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나는 젠을 여전히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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