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맡겨요." 베로가 내 코앞에서 애런의 열쇠 꾸러미를 흔들었다. "어디서 났어요?" "조금 전에 저 사람 벨트에서 빠졌어요. 눈치 못 챈 거 같아요." 그녀가 재크를 내 품에 안겼다. "휴게실 앞에서 만나요." "언제요?" "두고 보면 알아요."
돈다발을 바라보던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편집자가 나를 자른다 쳐도 출판사에 빚진 계약금은 갚을 길이 생긴 셈이다.
베로에게 중간고사를 준비할 시간을 주느라, 카펫에 묻은 케이크 얼룩을 닦아내고 해리스의 피해자들을 조사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무게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청구서 더미에 코를 박고 있을 필요가 없도록 정산하고 정리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었다.
쭉 뻗은 팔이 공중에서 멈췄다. 필라테스. 퍼트리샤가 테이블을 위로 건넨 쪽지는 필라테스 수업에서 알게 된 여자가 쓴 것이라 했다. 안드레이 보로프코프의 아내. 퍼트리샤는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지만, 명백한 거짓말이다. 살인 청부업자를 소개할 만큼 허물없는 사이라면 퍼트리샤는 보로프코프 부인에게 다른 민감한 정보까지 털어놨을 공산이 컸다. 이를테면 나를 써서 남편을 죽인 뒤에 떠나기로 계획한 목적지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