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 되면 이것보다 백배는 더 좋은 걸 너한테 갖다줄 거야." 정호가 말했다. 옥희는 웃으며 물론이라고 답했지만, 정호가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정호가 옥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건 바로 그런 모습 때문이었는데, 그가평생 벌 수 있을 만한 것보다 더 값진 것을 주겠다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는 그 당당한 자신감이 옥희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옥희에비하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정호는 절대로 비굴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결코 자신의 상황을 탓하거나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마치 텅 빈 그릇 같았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정호가 가진 지식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의 정신은 어떤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흘렀으며 제 스스로 고통을 키워내는 법이 없었다.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든, 옥희는 그가 장독 같은 마음 안에 깊이 묻어둔 것을 꿋꿋이 지켜내리라 확신했다. 씨처럼 떨어져 내린 곳에서 멀리 탈출하기는 힘들 테지만,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정호는 충분히 행복할 거라고.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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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는 깊은 상처를 받아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그 어떤 일에서든 연화와 자신의 의견이 갈린 적은 없었다. 단단히 얼어붙은 호수위에도 어쩔 수 없이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금이 생겨나듯이 연화와 자신의 우정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찾아왔다는 생각을 옥희는 애써 떨쳐버리려 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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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가장 좋은 점은 그을 이미 지나쳐 왔다는 것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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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숭배의 위험함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성수의 잘못을 감히 그의 앞에서 지적한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그의 마음에 들고 싶어 안달할 뿐이었다. 부하들은 경의를 표했고, 동료들은 칭찬 일색이었으며, 아내는 그를 숭배하듯 대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든 성수에게는 이러한 보편적인 승인이 무조건 일어났기에, 그것이 바로 객관적 현실이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니 네가 틀렸다는 말을 바로 앞에서 듣고 난 지금, 그는 자신이라는 존재가 핵심까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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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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