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의 말을 무시할 경우
누군가 쥐똥치고는 너무 크고 꼭 토끼 똥 같이 생겼다고 말했는데, 이 정확한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지사의 경리부에서근무하는 여직원으로 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학교에서 생활 실습인가 하는 명목으로 토끼를 길렀기 때문에 조카를 따라 몇 번인가 토끼장 구경도 가 보았고 토끼에게 마른풀도 먹여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사에서도 판매처에서도아무도 창고 안에 토끼가 사는 걸 본 적이 없었고 경리부 여직원은 그저 장부나 정리하고 커피나 타다가 결혼하면 퇴직할 여직원일 뿐 토끼 전문가도 동물 전문가도 아니었으므로그 의견은 무시되었다. - P20
네덜란드령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아루바섬
나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와 같은공백 속에서도 그 순간순간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온다. - P36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