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에게 받은 이름 남정호

그만큼 아버지가 나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신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지 않는 건, 해가 갈수록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어서다. 아버지 이야기를꺼낼 때마다 마치 국이 펄펄 끓고 있는 냄비 뚜껑을 여는 느낌이다.
모락모락 솟아오른 증기가 빠져버리면 솥 안에 남은 건더기가 점점 좋아들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아버지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고, 대체로는 아버지가 남긴 담뱃갑과 어머니가 남긴 은가락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름 없는 고아가 아니라 남정호라는 사실을 충분히 기억할 수 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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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순을 잃고 난 뒤의 단이

다양한 활동에 매진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깡그리 잊고 싶은 듯했다. 원래부터 일솜씨가 날래고 활동적인 그였지만, 지금은 마치 잠시라도 속도를 늦추면 무언가 끔찍한 것에 붙들리고 말리라 믿는 사람 같았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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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행진후의 성수

한 여자를 향했던 그의 갈망은 자신의 사업 확장과 발전을 향한 집념으로 대체되었고,
그는 이처럼 새롭고 긍정적인 전환을 이뤄낸 스스로를 자축했다. 다가올 봄에는 지금의 자전거포를 더 크게 늘리고, 저 먼 시골길까지자전거 여행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성수는 다짐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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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행진뒤의 명보

 사랑이란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정의된다.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가 결국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말하는 셈이다. 이는 인생의 마지막 기차에 오를 때 과연 누구와 손을 잡고 있고싶은지를 고르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제 명보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사랑하는 내 아들 현우에게." 그는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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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시병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유치장 밖으로 나왔다. 군인이 다시 유치장의 문을 잠그는 동안, 단이는 그 안에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은 채 오직 앞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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