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모습들은 나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마음속의 스크린에 투사하면 조금도 변하거나 마모되지 않은 채로한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나는 그 모습들을 잊고 지낼때가 많다. 하지만 그 모습들은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고, 그러면 나는 여러 번에 걸쳐 차례차례 나의 마음속 스크린에 비추어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중 하나는 부엌에서 스타킹을 신고 있는 한나이다. 또 다른 모습은 욕조 앞에 서서양팔을 활짝 벌린 채 큰 타월을 들고 있는 한나이다. 달리는자전거 바람에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한나도 있다. 그다음으로아버지의 서재에 서 있는 한나가 있다. -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