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우리가 어머니의 임종을 집에서 지키려고 도로 모셔왔을 때 놓아둔 그대로 어머니의 침대 발치에 놓여있다. 나는 그 방에 들어갈 때마다 가방을 보고 몸서리친다. 모든것이 죽음의 상징이 된다.
저기 가방이 있네, 엄마는 돌아가셨지.
저기 엄마가 부엌에서 차를 담아두던 통이 있네, 엄마는 돌아가셨지.
저기 엄마의 뜨개질 가방이, 수표책이, 3월에 작성하신 장거리 목록이 있네,
엄마는 돌아가셨지.
지치는 일이다. 가끔은 나중에 내가 이 시기를 돌아보면서 맙소사, 내가 정말 피곤했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리란 걸 알지만,
지금은 오히려 피로감에 익숙해졌달까 하는 상태다. 너무 많은 강렬한 감정들, 너무 많은 새벽 5시의 악몽들(엄마가 살아 있는 꿈, 엄•마가 죽은 꿈, 우리가 다시 병원에 있는 꿈, 엄마가 죽어가는 꿈, 엄마가 죽어가지 않는 꿈)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