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의 고통을 피해 행복했던 시간, 그리워하던 이들을 떠올리는 춘희
351 증오 복수심으로 환치하지 않고 상처를 화석처럼 둔

넌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춘희는 점보에게 물었다.
난 어디에도 없어. 이미 난 오래 전에 사라졌으니까.
점보는 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지금 내 앞에 보이는건 뭐지?
후후. 꼬마아가씨. 그건 바로 너의 기억 속에 있는 거야.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넌 이미 사라졌는데그러니까 기억이란 신비로운 것이지.
그런데 왜 난 사라지지 않지?
당연하지 넌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나도 빨리 사라지고 싶어. 여긴 너무 힘들거든. 그리고 너무 외롭꼬마 아가씨, 너무 엄살부리지 말라고. 그래도 살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다른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은 없어.
춘희와 점보의 문답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냈다. 그녀는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남으로써 끔찍한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칠흑같이 어둡고 좁은 징벌방안에서 마침내 자유를 찾아냈던 것이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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