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그녀는 언어에 대한 생득적 능력이 없어 죽을 때까지 벙어리로 살았으며 주변에서 끝도 없이 쏟아지는 말들로 인해 많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세상으로부터의 고립과 단절을 의미했다. 그나마 그녀가 제법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건 그 의미를 깨달아서가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 목소리의 톤과 크기를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인생이 예사롭지 않게 신산스러울 거라는 전조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