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를 타고 시외로 한참을 달렸다.
이 나라에선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건물들이 하나도 없는망망한 들판이 나온다. 가도 가도 계속되는 밀밭과 호밀밭, 그끝에 펼쳐져 있는 새파란 하늘. 땅덩이가 작은 나라의 도회인이던 나로서는 말로만 들어본 지평선을 향해 그렇게 계속 달리다 지쳐서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아무데나 드러누워 숨을 골랐다. 신록의 들판 위로 보랏빛 수레국화와 메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갓 베어낸 밀밭에선 싱그러운 풀냄새가 났다.
한국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립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그렇게 누워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며 감미한기분에 젖어 있다보니 이 모든 걸 모르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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