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마술쇼를 떠올렸다. 상자 속에 갇힌 채 칼을 밀어 넣어도 살아나 탈출하고, 상자를 둘로 나누어도 다시 몸을 합쳐 걸어 나오고, 온몸을 사슬로 묶어 물속에 던져 넣어도 빠져나왔던 금발의 마술사를. 어쩌면 할머니 입장에서 우리는 몸을 사슬로 묶고 상자에 자물쇠를 채우는 마술쇼의 악당일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언제까지 탈출에 성공해서 방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오래 건강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