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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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코로나19 방학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퇴사를 맞이해 시간이 생겨버린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 방학을 맞이해버렸다. 게다가 작가와는 다르게 좁은 공간에 갇혀버린 상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재미난 일 중 하나가 아마도 책 읽기. 그렇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작품을 지금 현재 작가의 삶에 끌고 와서 삶을 반추하고 의미를 되짚어본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대한 선이해가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지만, 설사 도스토옙스키를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인용이 잘 되어 있고, 쉽게 안내하고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 중 하나라도 먼저 읽고 이 책을 보려 한다면, 아마도 읽어야 할 것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다. 이 책 초반에 인용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이 책의 시발점이 된 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가 말한 대로 막장 드라마의 기원이 고전소설이라면 그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내 삶에 많이 빗댄다. 드라마 속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는 모습을 보며 내 시어머니, 내 며느리, 그리고 그에 반응하는 나를 떠올리 듯, 이 책의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탐독하며 내 삶의 특정 부분과 그에 대항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과거 또는 현재의 작가의 모습에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유지하고 싶은 거리를 침해하는 가족에 대한 부담스러움, 직장에서의 부당함을 못 견디겠는 마음과 생계 수단을 지켜야 하는 마음의 고군분투, 침묵과 뒷담화 사이의 고뇌, 꼰대가 아니고 싶음 마음과 현실의 간극,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멋있게 나이 들까에 대한 고민. 우리가 늘 고민하는 부분이고 이 책의 도 작가도, 그리고 그 옛날의 도 작가도 생각했던 것들이다. 이것이 고전소설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라고 이 책의 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지적이고, 품위가 있으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실언하지 않으며, 재능과 집중력을 겸비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인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 여정에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들고 어디쯤 걷고 있는 작가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난데없이 맞이한 코로나 칩거를 고전 읽기로 채워갈 수 있을지...

   

나는 지적이고 싶고,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품위가 묻어나는 사람이고 싶고,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가 하면 많은 말로 실언하지 않고 싶고, 타고난 재능에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이 있었으면 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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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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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예순부터라면, 청춘은 마흔부터다. 마흔살까지는 인생 간 좀 보는 거고, 좀 놀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오리엔테이션에나 참가하는 거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 마흔이 되어보니 이제 뭘 좀 알겠고(알긴 뭘 알아, 라고 호통치실 어른들 많겠지만) 이제 뭘 좀 해볼 만하다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이제부터 계급장 떼고, 스펙 떼고, 출신 학교 떼고,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이다. -23쪽

"김동현 선수는 운동선수가 되지 않았으면 뭐가 되었을 거 같아요?"
김동현 선수가 대답했다.
"집에, 아마 짐이 되었을 거예요."
진행자나 게스트는 크게 웃지 않았는데 나는 보다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웃기지만 슬프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집 한구석에 아무 말 없이 짐짝처럼 구겨져 있는 커다란 덩치의 슬픈 김동현 선수 얼굴이 떠올라 미친 듯이 웃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뭐라도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김동현 선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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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소년에게 2 - 개념 청소년 되기 프로젝트 - 불온한 십대가 세상을 바꾼다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2
강수돌 외 지음 / 바이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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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우리 같이 상기하자. 뭐니 뭐니 해도 재미있는 게 이기는 것이다. 강해서 살아남거나 오래 살아남아서 승자가 아니라 재미있는 것이 한꺼번에 삶의 이유를 쏟아낸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살자.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김종휘-28쪽

이렇게 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학교를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지 '더 잘 공부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엄기호-64쪽

여러분이 제 나이가 되었을 때, 부디 지금과 같이 인간이 인간을 존경으로 대하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증오하는 것을 경제라고 믿지 않는 그런 시대가 펼쳐져 있기를 희망합니다. 총으로 만들 수 있는 평화가 없듯이, 돈으로 만들 수 있는 번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석훈-199쪽

우리는 똑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똑똑해진다. 각자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뇌의 근육을 단련하고 독서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한 발달은 무엇보다도 다양하고 풍부한 독서, 끊이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질 터다. 이쯤에서 이렇게 말해도 좋겠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자, 그럼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란 무엇이겠는가? 그건 고전을 읽은 자들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감히 알려고 해보겠는가? 권투를 빈다. -이현우-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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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남자
이치진샤 편집부 엮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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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시게 될 겁니다. 블로그에 한 줄 끄적거리기 위한 철학 입문서? 스토리가 박진감 넘치는 무협 만화? 가슴을 왈랑거리게 하는 순정 만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무려 9,000원!! 가격 대비 최악입니다. 그러나, 받아서 여는 순간 낄낄거리게 됩니다. 사라락 넘기다가 니체를 만나면, 크게 빵! 터집니다. 노래 못 부르는지 뻔히 알면서도 유희열 노래 들으러 가는 것과 비슷한 심정으로 사시면 됩니다. 뒤에 나올, <미술 남자> <문학 남자>도 기대가 안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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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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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샀으나,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지금까지 왔다. 그래도 올봄이 오기 전에 읽었으니 다행이지 싶다. 책장에서 서 있는 동안 2011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린 책이다.

박범신이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라 정유정을 평해, '괴물 같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읽고 나니 그 비유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와 기저에 깔고 있는 음울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자기 전에 읽으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정도니 이야기의 흡인력과 어두운 정서가 가히 괴물 같다고 말할 만하다. 박범신이 추천사에서 밝히고 있는 바, 90년대 우리나라 여류 작가들이 보여주는 침잠하는 내면 묘사도 없다.

사고와 살인과 복수가 거센 물결의 흐름처럼 쉴 틈도 없이 휘몰아치며 선과 악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를 던진다. 과연 당신이라면 소설 속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세상이 말하는 선을 택할 수 있었겠느냐고 질문한다. 그렇다면 살인은 곧 악이라는 명제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은 그 속에 당연히 담겨 있다.

맨 뒷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거가 현시점의 주인공의 대화로 플래시백되어 나오는데, 그분이 치밀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에 억지로 아귀를 맞추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 하나도 신기하지가 않다. 강렬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음산한 분위기. 영화 소재로 이보다 더 좋은 소설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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