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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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예순부터라면, 청춘은 마흔부터다. 마흔살까지는 인생 간 좀 보는 거고, 좀 놀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오리엔테이션에나 참가하는 거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 마흔이 되어보니 이제 뭘 좀 알겠고(알긴 뭘 알아, 라고 호통치실 어른들 많겠지만) 이제 뭘 좀 해볼 만하다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이제부터 계급장 떼고, 스펙 떼고, 출신 학교 떼고,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이다. -23쪽

"김동현 선수는 운동선수가 되지 않았으면 뭐가 되었을 거 같아요?"
김동현 선수가 대답했다.
"집에, 아마 짐이 되었을 거예요."
진행자나 게스트는 크게 웃지 않았는데 나는 보다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웃기지만 슬프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집 한구석에 아무 말 없이 짐짝처럼 구겨져 있는 커다란 덩치의 슬픈 김동현 선수 얼굴이 떠올라 미친 듯이 웃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뭐라도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김동현 선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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