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전쟁사>는 괜히 한 번 넣어봤습니다.) 업데이트가 너무 빨라 깜짝 놀라는 분이 있을 것 같아 우려하는 마음에 말씀드리자면... 머리에 지우개가 있어서 곧 다 잊어버릴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밤을 새서 자료 수집하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순전히 뻥이고요. 실은 얼마 전부터 '이 곡을 주제로 포스팅을 하겠음'이라고 마음 한 귀퉁이에 새겨놨거든요. 특히나 선두에 포진한 노래들은 어디 한 구석 빠질 것 없이 주옥같아서, 이걸 잊어버리면 나중에 피눈물이 날 것 같은 심정입니다.
건담, 하면 다들 할 말 많은 사람 뿐일텐데요. 그래서 포스팅하는 것도 살짝 좀 겁이 납니다. 건담 팬은 좀 더 미묘하게 적극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미묘하게, 가 포인트입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다가 기분이 상할 때는 많지 않지요.
(사례 1)
A: 난 XXX보다 OOO가 훨씬 낫더만.
B: 뭐? 그래? 음...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XXX가...
(사례 2)
A: XXX랑 OOO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B: 그게 말이 되냐? (여기서 XXX랑 OOO는 전혀 다른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여야만 함) 걔랑 걔는 차원이 다르잖아! (...해놓고 또) 그래도 XXX가 이기지 않을까?
사족이지만, 어디선가 '에반게리온 초호기와 건담Wing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지*인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막연히 건담이 세지, 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보니 초호기가 이기겠더군요. (초호기는 설정상 50m가 넘고, 건담Wing은 아무리 커봤자 10m가 안 넘을 것이다... 거기에 또 누군가 '건담은 날잖아효!'라고 이의제기를 해놓았더니 '초호기도 폭주하면 날개 여섯 개가 튀어나온다!'라고 답변해놓은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 그리고 에바의 AT 필드 하나면 모든 것은 끝난다, 라고 방점을...)
건담 시리즈를 언급하자니 머리가 순간 멍해집니다. 기동세기 건담 시리즈 중 하나를 꼽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 코너는 '테마곡' 위주로 소개하는 것이다보니 비기동세기 건담 시리즈 중 하나를 꼽게 되었습니다.
건담 명곡은 각종 시리즈 오프닝 곡만 꼽더라도 수두룩합니다. 0080 오프닝 '空に 屆けば(하늘에 닿으면)', G건담 1기 엔딩 '君の 中の 永遠(그대 안의 영원)', Z건담 TV판 2기 오프닝 '水の 星に 愛を めて(물의 별에 사랑을 담아)' 등. 건담 Seed 시리즈 OST를 수작으로 꼽는 분도 많이 있고요.
의외라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번에 소개할 곡은 1997년 작 '건담Wing' 시리즈의 엔딩 테마곡 'White Reflection'입니다. 윙건담은 건담 팬 사이에서도 말이 참 엇갈리는 불운의 시리즈입니다. 불운으로 따지자면 건담ZZ를 따라올 것이 있겠느냐만 말입니다.
윙건담은 비기동세기 건담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기존 건담 세기에 들어가는 작품이 아닌, 시대와 작품 성향이 전혀 다른 새로운 타입의 건담 시리즈였지요. 캐릭터와 구성도 기존 건담보다 훨씬 더 담백하고 건조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히이로 유이와 리리나 피스크래프트의 러브모드에는 극 중 비중이 거의 실리지 않지요. 메카닉이 폭주하는 전투 중간에도 종종 펼쳐지던 애절한 모드는 간데 없이, 한결 더 강력해진 위력을 자랑하는 건담이 화면을 누빕니다.
윙건담에 대한 혹평 중 가장 많은 포탄이 쏟아지는 것은 건담의 디자인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의견이 꽤나 엇갈리기는 하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건담에 닭날개를 단 것은 좀 심했다'라는 팬과, '닭날개가 아니고 천사의 날개다, 위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도 이해 못 하냐'라는 팬이 거의 반반이었지요.
시종일관 진지하게 흘러가다가 윙건담이 날개를 퍼덕이며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나오면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것은 좀 사실입니다. 당시로서는 참신한 디자인이었지요. 만약 지금 시대에 나가노 마모루가 K.O.G(나이트 오브 골드)에 날개를 달았다면 반응이 어땠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나가노 마모루니까, 라고 관대하게 용서하는 팬들이 대부분일 것 같기도 하네요.
엇갈리는 평만큼이나 호감도도 극을 달립니다. 윙건담에 호감을 가진 팬 몇 명(이라고 해봤자 세 명)에게 '왜 좋아하느냐'라고 물어보자, 놀랍게도 그들의 대답은 일치했습니다. '닭날개가 묘하게 매력있다'라는 답은 물론 한 명도 없었고, 만장일치로 꼽은 것은 '주제가가 한 몫 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맹세코, 이 코너에 글을 쓸 거라고는 미리 말하지 않았습니다.)
White Reflection은 보컬과 작곡을 맡은 여자멤버 타카야마 미나미, 키보드와
작사를 맡은 남자 멤버 나가노 시이나로 구성된 2인조 그룹 Two-Mix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Two-Mix의 여섯 번째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이기도 하지요. 이들은 1995년 'Just Communication'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White Reflection 외에도 건담 시리즈 중 Rhythm Emotion, Last impression 등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White Reflection의 인기가 높아지자, 후에 이 노래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완성도 또한 그 당시에는 획기적으로 수려한 편이어서, 주변인 중에는 이 비디오를 따로 공CD에 구워 소장하는 친구들도 있을 지경이었지요.
뮤직비디오에는 윙 제로 커스텀이나 히이로와 리리나의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노래를 부른 그룹 Two-Mix를 본딴 여주인공 한 명과 남주인공 한 명이 등장하고, 알 수 없는 빛을 쫓아 떠나는 그들의 모험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지요.
특별판이 아닌 전작에서는 이 노래가 배경에 흐르는 와중에 윙 제로 커스텀이 트윈 버스터 라이플을 연발하는 매우 박력있는 화면이...('I feel your love'라는 가사가 흐르면서 가공할 화염이라니)
건담의 다른 명곡을 소개할 기회가 또 생기면 좋겠네요. 건담과 함께 떠나는 명곡 여행, 같은 코너도 좋겠고요.
White Reflection
I feel your love reflection 見つめ返す 瞳に
당신의 되돌아오는 사랑을 느껴요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描いて 遙かな Never Ending Story
그려줘요 아득한 끝없는 이야기
悲しみも 痛(いた)みも 振り切るように 羽ばたく
슬픔도 아픔도 뿌리치듯 날개 짓 하죠
あなたが くれた 翼を この 胸に 廣げて
당신이 준 날개를 이 가슴에 펼치고서
ああ 掛け替(が)えない 愛の 鼓動を
아아 둘도 없는 사랑의 고동을
切なく 狂おしく 感じていたい
애절하고 미칠 듯 느끼고 싶어요
I feel your love reflection 熱く 夢を 重ねて
당신의 되돌아오는 사랑을 느껴요 뜨겁게 꿈을 겹치며
過ち 恐れずに 求め會う 靑春
실수를 두려워 않고 서로를 찾는 청춘
溢れ出す 思いを 素肌で そっと 傳える
넘쳐나는 마음을 맨몸으로 살짝 전해요
やさしく なれる 强(つよ)さを 抱きしめるみたいに
상냥해질 수 있는 강인함을 안고있는 것처럼
ああ 激しく 搖(ゆ)れ動く 時代を
아아 격렬하게 요동치는 시대를
氣高く しなやかに 越えて 行きたい
고상하고 부드럽게 넘어가고 싶어
feel your love reflection 許(ゆる)し會(あ)える 眞實
당신의 되돌아오는 사랑을 느껴요 서로를 용서할 수 있는 진실
口づけ 交したら もう 何も いらない
입맞춤을 나누었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I feel your love reflection 諦めない 情熱
당신의 되돌아오는 사랑을 느껴요 포기하지 않는 정열
信(しん)じて 貫(つらぬ)く Never Ending Story
믿고 이어가는 끝없는 이야기
*덤: 건담 Seed OST List 목록 (출처: http://www.guardianarchiv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