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민메이를 선두에 내세우고 나니 어쩐지 '아아... 이제 내 할 일 다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허무했습니다. 너무 강력했나봐요. 하지만 만화의 세계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지요. 아직 주옥같은 ost가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습니다.

80년대풍 민메이에 이어, 이번에는 90년대풍 히로인 '여신님'입니다. 여신님은 만화와 애니 자체가 워낙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굳이 테마송 때문이 아니더라도 역대 히로인에 꼽힐 만합니다만... OST도 원작 못지 않은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에 이 코너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오, 나의 여신님(ああっ,女神さまっ)>은 당시 남성팬의 로망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재현한 만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자 주인공인 케이치는 스토리상 오토바이광인 데다가, 여자에게는 인기가 없는 공대생으로 나옵니다. 어느 날 잘못 건 전화 한통이 '구원 여신 사무소'라는 기괴한 곳으로 연결됩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아... 음. 당신처럼 상냥한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전화 상담을 받던 여신 베르단디는 이 청년의 소박한(?) 소원을 들어주고자 몸소 지상에 강림하지요. 뒤이어 베르단디의 언니 울드, 동생 스쿨드까지 그녀를 따라오며 집안은 어수선해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니 천사 같은(실제로도 천사인) 데다가, 눈부신 미모에 상냥한 성격, 자유자재로 힘을 구사하는 여자친구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니... 여신님의 팬이 대부분 남성인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입니다. 

여신 셋. 어디서 들어본 것 같으시죠. 이 세 자매의 기원은 북유럽의 신화에 등장하는 노른(Norn)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들 자매의 힘은 그야말로 극강이라, 어지간한 분쟁에는 나서지 않는 비중있는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던 중 문득 <Five Start Stories>를 떠올린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트로포스-라키시스-클로소, 운명을 관장하는 3여신에서 역시 모티브를 따온 <Five Star Stories>의 주인공들도 여신님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봐야겠습니다. 분위기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르지만요.  

노른 자매와 운명의 3여신의 공통점은 막내의 힘이 가장 세다는 것입니다. <여신님...>에서도 설정상 귀여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막내 스쿨드의 힘은 가장 막강하고, <Five...>에서도 막내 클로소의 위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클로소는 심지어 컨트롤 불능으로 스스로 모터헤드를 동면시키고 잠들어버립니다.) 둘째의 역할을 어디를 가나 '조정자'입니다. 베르단디도 특유의 온화한 이미지로 중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을 도맡습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는 실력자이지요. <Five...>의 둘째 라키시스 역시 제왕 아마테라스의 부인이 되지요.

잠깐 이야기가 모티브로 흘렀습니다. <오, 나의 여신님>에서 목소리 역할을 맡은 성우들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여, 일본의 대형 경기장에서 여신 성우 콘서트가 열리면 전국 각지에서 남성 오덕팬들이 집결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당시 게임 잡지에서 40대 아저씨팬이 '여신님 사랑해요'라고 쓴 깃발을 마치 야구경기 응원하는 것처럼 열성적으로 흔들어대는 사진을 본 것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때는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특히 인기가 많았던 성우는 아무래도 주인공 베르단디의 목소리 역할을 맡았던 이노우에 키쿠코였습니다. 여신님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한 CD, DVD도 말도 못할 정도로 많았으니까요.  옆에 있는 목록만 보더라도 입이 떨 벌어질 정도입니다.  

울드의 토마 유미, 스쿨드의 히사카와 아야도 같이 인기를 누리기는 했지만, 베르단디의 인기는 유별나서 DVD에도 베르단디 추가 음성이 수록될 정도였지요. 자매 각각의 매력포인트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섹시한 울드, 청순한 베르단디, 귀여운 스쿨드. 이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청순함이었지요. 지금 조사하면 조금 다르게 나올까요? 글쎄, 모르겠네요. 예나 지금이나 '소녀스러움'에 대한 남정네들의 로망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이쯤되면 성우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Zard 전략인가요. 살짝 비껴나간 옆모습만으로는 나이와 정면을 가늠하기 힘듭니다... 

'여신님' 애니가 낳은 명곡은 숱하게 많습니다. 당장 꼽을 수 있는 것만 하더라도 '女神の氣持ち(여신의 기분)'. 93년 발매 OVA 오프닝/엔딩곡인 'My Heart 言い出せない、Your Heart 確かめたい(My Heart 말할 수 없어요, Your Heart 확인하고 싶어요)', Congratulations!', 2000년 발매 극장판 엔딩곡 'Try to Wish', '소원(願い)' 등. 뭘 꼽을 지 살짝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뇌리에 깊이 박힌 남정네 오덕후들의 떼창 'My heart, Your heart'로 낙점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참으로 씩씩하게 들리는 이 곡을 실제로 남정 오덕후들이 부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진답니다. '여전히 꿈과 희망을...'이라는 마음이 들면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女神はうたう(여신은 노래해요)'를 꼽고 싶었지만, 이건 아무래도 소품 느낌이 좀 많이 들어서요. 아쉽지만 이 곡도 꼭 들어보시길.ㅠㅠ

My Heart 言い出せない、Your Heart 確かめたい 

こいに ならないね そばに いるだけじゃ
사랑이 되지 않아요,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なぞを かけても どんかんな ひとだから
암시를줘도 둔감한 사람이니까

なつの ふくを きて はるの うみに きた
여름 옷을 입고 봄 바다에 왔어요

あなたの シャツで やさしく かばって
당신의 셔츠로 부드럽게 감싸고

My Heart いいだせない
나의 마음 말할 수 없어요

Please キスしてって
'부디 키스해줘요'라고

Day Dream ゆめは ふくらみ
백일몽. 꿈은 부풀어

そらに たかく きえる
하늘 높이 사라져요

おんなのこは だれだって しあわせに なれる
여자는 누구나 행복해질수 있어요

こいが はじまれば かがやきだす
사랑이 시작되면 빛을 내기 시작하죠

たとえ なみだ ながしても あなたの せいなら
비록 눈물 흘리더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むねを いためても かなしくない
가슴을 아프게 해도 슬프지 않아요
 
ひみつ もちたいな つみを かんじたい
비밀을 가지고 싶어요, 책임을 느끼고 싶어요

あなたの NEWS しってても しらんぶり
당신 소식, 알아도 모르는척

あきに ときめいて ふゆに なやんでも
가을에 설레이고 겨울에 고민해도

だいじな こいが みのれば いいよね
소중한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게 좋겠죠

Your Heart たしかめたい
당신의 마음 확인해보고 싶어요

Believe ふれた ゆびを
믿어요, 닿았던 손가락을

True Love はじめてだから
진실된 사랑은 처음이기에
 
ほほが あつく もえる
뺨이 붉게 물들죠

おんなのこは こいしたら うつくしく なれる
여자는 사랑을 하면 예뻐질 수 있어요

あかい くちべにも ひつようない
붉은 입술연지도 필요없지요

ねむれなくて すごしても ゆめばかり みてる
잠들수 없어 밤을 지새도 꿈만 꾸고있는

おもう きもちだけ あふれている
사랑하는 감정만은 넘쳐흘러요.

おんなのこは だれだって しあわせに なれる
여자는 누구나 행복해질수 있어요

あいが みなぎれば むてきに なる
사랑이 넘쳐흐르면 무적이 되죠

たとえ なみだ ながしても あなたの せいなら
비록 눈물 흘리더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むねを いためても やさしくなる
가슴을 아프게 해도 상냥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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