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잡학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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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을 읽고 난 후 잘난 척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른 시리즈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최초의 것들]은 유익하고 재미있는 데다 요즘처럼 집콕을 해야만 하는 시기에 차 한 잔을 놓고 읽기에 좋았다. 아마 다른 시리즈들도 그럴 거라는 생각에 기대가 컸다. 그중에서도 [문화교양사전], [철학잡학사전], [우리말 어원사전], [영어잡학사전] 이 궁금했었는데 [영어잡학사전]이 당첨! 내가 읽게 된 잘난 척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개인적으로 책 표지가 마음에 들면 책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데 이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든다.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고.

책 디자인이 내용에 어떠한 관련이 있냐고 묻겠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어디에도 해당되더라고요.

 

책의 시작은 '지은이의 말'이다. 이 책의 핵심적인 소개가 적혀있다.

그저 흥미 위주가 아닌 정말로 쓸모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지은이의 바람에 좀 더 집중해서 읽어본다.

 

알아두면 정말로 쓸모 있는 이 영어잡학사전은 모두 10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하지만 독자 여러분은 어떤 장을 먼저 펼쳐보든 상관없습니다. 각 장마다 독자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빽빽한 차례에서 보듯이 각 장을 세분화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들 위주로 선정해서 차례만 읽어 보아도 그 기원이 궁금해지도록 구성하였다.

SUMMER, WHITE, MAN, DIE, WAR, STORY, AIR, BUS, OK 등등의 단어들을 보면 영어권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단어들이니 새삼스럽게 외울 필요는 없지만 그 단어가 어디서부터 생겨나게 된 건지 설명해 준다고 하면 더욱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세계 공용어가 되어 어디에서나 보고 듣고 쓰이다 보니 영어식 이름, 도시명 등의 어원을 알아두는 것도 유용하다.

 

동물왕국의 영어나 식물나라의 영어는 해당 단어가 어원이 되는 경우다. 각 동물이나 식물의 특징들을 반영하여 그 뜻을 인간 사회까지 확장시켜서 새로운 단어들을 탄생 시킨다. 예를 들어, 돼지라는 동물로부터 '욕심을 부리다' '코골다' '전혀 불가능한 일' 등을 표현하게 되고 설탕으로부터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이나 유혹, 뇌물의 뜻이 나와서 아첨하다 매수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다.

 

신화 속으로 떠나는 영어 여행에서 나오는 각종 신화 속 내용의 영어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느덧 유럽에서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필수 도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우스, 아테나, 아프로디테, 큐피드, 나르시시즘, 야누스 등등 신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만 들어도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가 있다. 그 많은 이야기들로부터 나온 단어들은 신화의 내용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영어 고유 명사로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어느 장부터 보아도 상관없다는 지은이님의 말처럼

각 단어에 대한 개별적인 설명들이라 어느 CHAPTER를 읽다가 흥미가 생기는 다른 CHAPTER로 넘기며 읽어도 되기 때문에 책이 꽤 두껍고 내용이 촘촘한데도 전혀 지루함 없이 읽어갈 수 있다. 실제로 CHAPTER1을 읽은 뒤 CHAPTER9를 읽다가 차례를 보고는 CHAPTER6 부분을 읽기도 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책 읽기 방식이었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각 단어의 구성은,

 

설명할 단어가 나오고 그 단어의 어원과 그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설명에는 때로 작은 삽화가 더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단어가 들어가는 숙어나 파생어, 합성어처럼 활용되는 단어들이 첨부되기도 한다.

 


 

각 CHAPTER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려 한다.

 

CHAPTER_1 자연환경과 민족

 

열받는 계절 Summer

: 고대영어 sumor, sumur가 변형된 것인데, 인도유럽조어 sema를 차용했다.

그리스어로 여름은 thermos(따뜻하다)에서 나온 theros라고 하며, 라틴어로는 aestus(불,열) 에서 나온 aestas라고 한다.

>>> page 25 중에서

 

=> thermos를 읽자마자 유명 보온병 브랜드가 생각이 났다. 아. 그래서 그 보온병 이름이 thermos구나. 우리들이 인식하지는 못한 채 사용하는 많은 브랜드명의 뜻을 잘 찾아보면 해당 기업이 그 브랜드를 어떠한 이미지로 남기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CHAPTER_2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어리석은'에서 '멋진'으로 변신한 Nice

: 라틴어 ne(not) + scire(know) = nescire(not to know)의 형용사 nescius(ignorant 알지 못하는, 무지한)에서 따온 고프랑스어 nice(어리석은)가 13세기경 그대로 영어로 들어온 것이다.

18세기에는 '식욕을 돋우는'으로 쓰이면서 '상쾌한' '즐거운'을 유추해냈으며, 바로 여기서 오늘날의 '훌륭한' '친절한' '정밀한' '매력적인' '쾌활한' '흐뭇한' '아름다운' '맛있는' 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 page 77 중에서

 

=> nice의 어원이 '어리석은'에서 출발했다니 굉장히 뜻밖이다 '어리석은'과 '멋진'은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단어였다가 18세기에 '식용을 돋우는' 으로부터 긍정의 단어로 바뀌었다니.

우리나라에서 '죽이다'이라는 단어는 부정의 의미인데 어느샌가 '맛이 죽이네' 라고 사용되어 그 의미가 극단적인 긍정으로 확장되는 것과 같은 변화의 과정이 있었던 것일까.

 

CHAPTER_3 정치·경제와 군사·외교

 

프랑스 혁명을 가리켰던 말 Terrorism

: Terrorism은 '프랑스 혁명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사건으로 시작)' 당시의 공포 정치 시대 (the Reign of Terror)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후 terrorism은 '공포정치' 이외에도 사회적인 '폭력주의' '테러 행위'까지로 그 뜻이 확대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라틴어 terrere(위험하다)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 page 93 중에서

 

=> 현대의 terrorism이라고 하면 이슬람 극단 주의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911테러 이후에 이슬람과 아랍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 terrorism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 이 단어가 프랑스 혁명 시대로부터 비롯된 말이라니 흥미롭다. 공포 정치를 막기 위해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공포 정치의 수단으로 terrorism이 행해진다니 말이다. 물론 그때 나 지금이나 terrere(위험하다) 라는 뜻은 변함이 없구나.

 

CHAPTER_4 문화·예술과 종교

 

열정은 괴로움 속에서 나온다 Passion

: Passion과 patience 는 뜻이 서로 정반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둘 다 라틴어 pati -> passio(괴로워하다)에서 파생된 말이기 때문이다.

Patience는 라틴어 pati의 명사형 patientia(참을성)이 프랑스어로 쓰이다가 영어에 그대로 차용된 단어이다. ... 14세기 경에는 통증과 같은 '육체적 괴로움'을 뜻하다가, 지금의 '인내' '끈기' '참을성'이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Passion은 12세기경 라틴어 passionem(괴로움)이 그대로 영어에 차용된 것이다. ... 그 후 16세기 셰익스피어 시대에 이르러 '사랑' '감정' 의 뜻이 강해지면서 오늘날에는 '격정' '애착' '격노(ouburst)' '열애' '열망' 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page 150~151 중에서

 

=> 인내와 열정이라는 단어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울리지 않지만 괴로움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하니 수긍이 간다. 괴로움을 참고 이겨내야만 하는 '인내'와 언제나 괴로움을 동반하고 있는 격정, 열정 이라니. 이런 부분이 영어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게 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끔 만들 것이다. 새해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공부와 휴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HAPTER_5 과학 기술과 산업

 

긴급조난 구조신호 SOS & May Day

: SOS는 ... 약자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 모스부호 (Morse Sign)으로 ..., 송신하기 쉽고 식별도 용이하기 때문에 1906년 베를린에서 열린 제1회 '국제 무선전신회의'에서 선박조난 구조요청 신호로 채택되었다.

May Day는 프랑스어 Venez m'aider (나를 살려주세요)가 와전된 단어이다.

>>> page 200~201 중에서

 

이메일 주소로 들어간 골뱅이 @

: @마크는 영어의 at이 아니라 라틴어 ad를 디자인한 것이다. ad는 영어의 at이나 to에 해당하는 접두어로, adapt(적응·순응시키다, 개조·각색하다), address (연설,주최,연설하다,주소를 쓰다) 등에 쓰이고 있다.

>>> page 206 중에서

 

=>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단어들인데 복잡하고 깊은 뜻이 없는 것이 의외다.

 

CHAPTER_6 동물왕국의 영어

 

가금의 대표적인 동물, 닭

: 닭(chichen)은 '어린 수컷 새'라는 뜻의 고대영어 cicen에서 나온 말로, ...

닭은 침착성이 없고 겁도 많아 '어린 계집애'나 '겁쟁이(coward)'로 통하기도 한다.

닭은 조류이지만 날지 못하므로 chicken colonel 은 군대 속어로 공군 대령이 아니라 '육군 대령'을 가리킨다.

'갈리아의 수탉 (Gaul's Cock)'은 프랑스를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수탉을 rooster라고 하는데, roost는 '홰' '닭장' '잠자리'를 가리킨다.

Hen은 암탉뿐만 아니라 '조류의 암컷'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이며, 은유적으로는 '다산'과 '모성애' 그리고 '끈기'를 나타내지만 '말 많은 중년 여성'을 뜻하기도 한다.

>>> page 223~224 중에서

 

=> 닭. 이라는 하나의 동물에서부터 파생되는 단어가 이렇게나 많은지 알지 못했다. 여기에 다 적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닭이란 단어로 여러 속담이 존재하고 달걀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표현들이 존재한다. 동물의 모습과 성격을 단어에 담아내어 많은 어휘가 생겨나는 것은 한국어나 영어나 다를 바가 없는걸 보니 인간의 언어가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 인가보다.

 

CHAPTER_7 식물나라의 영어

 

양파는 껍질 연합체

: '단일'이라는 뜻의 라틴어 접두어 uni에서 파생된 union(연합)과 'onion(양파)는 자매지간이다. oni가 uni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양파 껍질은 반투명하기 때문에 onionskin은 항공편지지나 타자용지 같은 '얇은 반투명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 page 280 중에서

 

졸음을 쫓는 약, 커피

: 여기에서 바로 최고급 커피의 하나인 모카(mocha)가 탄생했는데, 예멘 남서부의 커피 출하항구 Mocha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coffee and cake job 은 '변변치 않은 일'을 뜻한다.

속어로 coffee grinder(커피 가는 기계)는 '매춘부'나 '털털거리는 자동차'를 가리킨다.

>>> page 286 중에서

 

=> 식물은 성격이랄 것이 없으니 그 쓰임새나 모양에 따라 어휘들이 생겨나는데 각 식물들마다 내용이 짧아서 쉬어가는 CHAPTER 정도로 읽어가면 좋을 것 같다.

 

CHAPTER_8 신화 속으로 떠나는 영어 여행

 

외눈박이 거인족, 키클롭스

: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식들은 엄청난 체구와 강력한 힘을 가진 무서운 존재였다. 이들을 Gigantes(기간테스, 거인족)이라고 불렀는데 영어로는 giants라고 한다. 이 거인족으로부터 '거대한'이라는 뜻의 gigantic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 '무수한'이라는 뜻의 접두어 giga(반대는 nano, 10억분의 1)는 byte에 붙어 10억 바이트(gigabyte)의 정보 단위를 만들어냈다.

>>> page 291 중에서

 

=> 멀고 먼 옛날 옛적의 신화에 존재하는 Gigantes에서부터 시작되어 현대 기술에서 사용되는 giga로 까지 불리게 되다니 영어 단어 하나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향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 ~ BC 406)의 『오이디푸스 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건설한 카드모스의 증손자 라이오스(Laios)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다는 신탁에 따라 태어나자마자 양치기에 의해 코린토스 산에 버려졌다. ....

이 비극의 주인공 이름을 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반대로 '친모복합(親母複合)'을 말한다. ...

특히 사내아이는 어머니에게 애정을 느껴 아버지를 연적으로 여기고 질투를 느낀다.

>>> page 337~338 중에서

 

=> 심리학 책을 몇 권 읽어보거나 우리 사회의 어떠한 문제나 고전의 숨은 의미를 설명할 때 종종 나오는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다. 가끔은 지나칠 만큼 많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너무 억지 해석이 아닌가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많은 현상이 설명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신화의 내용이 대단하다고 봐야 하겠지.

 

 

CHAPTER_9 영국·미국 사람들의 이름 짓는 법

 

: 영미권 사람들의 성(姓)은 대부분 조상에게서 물려받거나 지명(地名)을 따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Smith(대장장이)처럼 직업에서 비롯된 것도 많으며, Kennedy(울퉁불퉁한 머리를 가진 사람)처럼 별명(nickname)에서 비롯된 것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따라서 여기서는 지명, 별명, 직업 및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된 성, 그리고 유대인들이 많이 쓰는 성을 소개하기로 한다.

>>> page 348 중에서

 

CHAPTER_10 미국과 영국의 도시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뉴욕 주 (New York State, 1788)

: 원래는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뉴 암스테르담(New Amsterdarm) 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영국이 점령한 뒤 요크 공 (Duke of York)를 기리기 위해 뉴욕(New York)으로 개칭되었다.

>>> page 373 중에서

 

미시간 주 (Michigan State, 1837)

: 치페와 인디언의 말로 '커다란 호수'라는 뜻의 mecigama에서 따온 이름이다. 인디언들이 보기엔 개척자들이 먹을 것에 물불 안 가리고 성질이 사나우며 몸에 악취가 나는 족제비과의 동물 울버린과 비슷하다고 해서 '울버린 주(the Wolverine State)'라고 불린다.

>>> page 378 중에서

 

런던 (Greater London)

: 1965년부터 런던은 우리의 서울특별시처럼 광역화되어 '대런던'이라고 불렸다. ...

London의 어원은 켈트어의 londos(거치른, 대담한)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것은 Londinos('대담한 사람'의 뜻을 지닌 개인이나 부족 이름)에 속하는 영지(領地)로 짐작된다. ...중세 영어에서는 Lundene, Lundin으로 단축되었고, 근대에 들어와 지금의 London으로 정착되었다.

>>> page 387 중에서

 

 

이 책은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단어마다 흥미로운 의미가 숨어있다.

 

고대 영어부터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등이 나와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언어 또는 단어들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집중해서 읽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발음 기호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생전 처음 보는 프랑스어, 라틴어 단어들을 알파벳 소리 나는 대로 읽어가며 헤매었었다. 사전도 찾아보며 너무 세세하게 읽다 보니 책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잠시 책을 덮고 가볍게 읽기로 마음먹은 뒤에 다시 책을 폈었다. 인도유럽조어든 고대영어든 라틴어든 신화 속의 인물이든 잘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읽어내려가면 된다. OK이가 어디서 유래했든지 간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OK는 오케이! 일뿐이고 이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그 정보가 새롭고 재미있으니까 알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거다.

 

 

영어잡학사전을 읽고 나의 잡지식이 +1 되었다. 잘난 척은 하지 못하겠지만 뿌듯하다.

잘난 척 시리즈의 묘미.

 

 

 

** 이 책에 나온 단어나 숙어들을 다 외우려고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영어 공부를 향한 집착은 매년 새해가 되면 돋아나는데 도무지 성공할 기미가 보지 않다니 이건 이것대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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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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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주로 호접지몽으로 기억되는 '장자'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동양 사상들 중 도가((道家) 사상, 무위자연을 말한 인물인 것까지 가 아는 것의 전부다. 그마저도 '노자'의 사상과 헷갈리기도 하고 졸업 이후에 '장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이야기를 듣는 일도 없었다. 유교 사회의 우리나라에서 공자·맹자에 대한 이야기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말이다. 공자왈. 맹자왈.

 

'장자'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는 나로서는 인문학자가 쓴 '장자의 비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장자와 비움이라니. 장자가 비움을 이야기했던가.

시험공부가 아닌 상황에서 장자에 대한 알아보려고 하니 은근 기대가 된다. 교과서 속의 장자는 아주 짧은 소개에도 너무 잠이 쏟아졌었다. 하긴 다른 사상들도 눈이 감기긴 했지만.. 자, 이제 그의 사상이 비움이라면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를 배워야 할 때이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신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이 책은 작가가 [장자]를 읽은 후 알게 된 그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자유로움과 통쾌함, 그리고 안도감까지 느꼈다는 [장자]의 핵심 철학을 작가는 '비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비움'이 자신에게 마음의 휴식을 주었듯이 스펙 쌓기, 무한 경쟁, 성공만을 위한 삶, 차별, 빈부격차, 물질만능주의 등이 팽배해져 지칠 대로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이다.

 


 

무려 기원전 4세기 경, 2000년도 더 지난 오래전 사상임에도 여전히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장자].

한데 그런 '장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없다. 아쉽다. 그의 생을 꼭 알 필요는 없고 그의 사상이 곧 그의 삶이겠지만 약력 같은 것을 알려 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가 어느 시대 사람이었고 어떤 일을 하였으며 어쩌다가 [장자]를 쓰게 되었는지 또는 그의 평판이 어떠했다거나 그 시대에 미친 영향이 어떠했는지와 같은 것 말이다.

 

아니다. 그것은 나의 잘못된 바람일 뿐. 장자의 사상과는 맞지 않다. 있는 그대로 여야 하니까.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주는 가르침이 중요하다.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의 집착.

 

차근차근 그의 가르침을 되새김질해 보아야겠다.



이 책은 총 100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90개는 [장자]의 내용 + 작가의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10개는 작가가 '장자'의 가르침이 실생활에 적용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넣었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장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2000년 넘게 살아남은 사상인 만큼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신기하다.

 

- 90개 중 첫 편은 당연히 호접지몽이다.

작가가 '만물제동', '물아일체'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한 '꿈속에서 나비가 된 장자'의 이야기는 때로 '인생무상'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삶과 죽음, 선과 악, 높고 낮음, 길고 짧음 등을 하나로 보았던 '장자'의 사상에 따라 나비와 장자의 이야기도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호접지몽은 짧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또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철학이 들어있어서인지 [장자]의 가장 유명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모호하다. 어쩌면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일까.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현실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고, 악몽을 꾼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그 둘은 모두 하나이기 때문이다.

>>> page 35 꿈속에서 나비가 되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조삼모사' 인터넷에서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짤'로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사물의 양면은 결국 하나인데 왜 모두 보지 못하고 하나만을 보느냐는 '장자'의 가르침. 불행히도 대부분의 인간이 '조삼모사'의 굴레를 끊임없이 돈다. 나 또한.

 

우리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평소부터 생각을 깊게 하고 꼼꼼히 따져 보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원숭이가 되고 말 것이다.

>>> page 51 원숭이의 어리석음, 작가의 말 중에서

 

- 죽음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아 죽음은 하늘의 뜻이고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그 뜻을 따르는 게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늘 영원히 살 것처럼 삶에 집착한다. 살면서 많은 것을 비워낸다고 해도 죽음을 초연하게 맞이하는 것은 앞으로 2000년이 더 흐른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죽음은 끝이다. 돌이킬 수 없음이고 단절이다. 오죽했으면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을까.

물론 '장자'가 옳다. 죽음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생에서 비우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

 

"살아있는 것을 기뻐하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사람이 죽음을 멀리하는 것은 어릴 때 떠나온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 page 44 죽음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장자] 중에서

 

노담이 세상에 온 것은 태어날 때를 맞았기 때문이고,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떠날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를 알고 하늘의 뜻을 따르면 기쁨이나 슬픔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

>>> page 60 죽음은 자연의 순리다, [장자] 중에서

 

삶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휴식인 죽음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 page 91 죽음은 휴식이다, [장자] 중에서

 

...천지가 뒤섞여 있던 혼돈에서 기가 나오고, 기가 변해서 형태를 이루고 그 형태가 변해서 생명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다시 변화가 진행되어 형태에서 기로, 기에서 혼돈, 즉 죽음으로 돌아간 것이지 않은가. 이는 계절의 순환과 마찬가지라네.

>>> page 139 아내의 죽음에도 춤을 춘 장자, [장자] 중에서

 

- '장자'가 '공자'의 유가 사상에 적대적인 것이 의외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 평등하게 인정하라. 마음을 비워라, 자연과 하나가 되라 하는 얘기들로 채우면서 한편으로는 배우고 익히고 예를 다하는 공자를 비난한다. 그와 너무 다른 사상에 놀라 한 수 가르침을 주려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장자도' 결코 세상 모든 것에 초연해질 수 없었구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 글을 통해 장자는 공자를 우회적으로 폄하하고 자신의 사상이 공자의 사상보다 낫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page 117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하지만 장자는 달랐다. 오히려 인의가 문제가 된다고 보았다. 자연의 순리에 맡겨두면 자연스레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장자의 주장이었다.

>>> page 119 인의에 매달리지 말라, 작가의 말 중에서

 

... 천하에 공자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참된 본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무위자연만이 이 세상이 지녀야 할 올바른 가치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 page 179 도척이 공자를 꾸짖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장자]의 이야기는 이거다. 삶에 집착하지 말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 자연과 하나가 되라.

 

- 장자의 가르침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할 듯하다. 재물도 마음도 너무 넘치는 이 시대에 이토록 옳은 말로 모든 것을 비우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당장 자연으로 떠날 수는 없어도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려면 말이다.


- [장자의 비움 공부] 보다는 [장자의 깨우침 필사하기]와 같은 방향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와 같은 무지렁이는 작가의 말을 [장자]의 해석으로 여겨 틀에 갇히기도 쉬운데, 정작 '장자'의 가르침은 우리들이 갇혀 있는 그 틀을 깨고 자연의 큰 틀안에서 흘러가라. 라는 것이 아닐까.

 

- 한 가지, 18편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지만.. 이 편에서 [장자] 이야기는 덕을 갖춘 자에게 예로서 보답하니 사람이 모인다. 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은데 연예인들의 인기라는 것은 방송매체로 보는 표면적이고 단편적이며 때로는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는 것이라 개그맨-외모-덕의 관계가 애매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게다가 인기 없는 개그맨들이 모두 성격이나 행동이 나쁜 것도 아니고 해서 애매한 부분이 좀...

 

유명한 개그맨들은 대체로 외모가 뛰어나지 않다. 그들이 인기가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모가 훌륭하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 page 80 인기는 외모에 좌우되지 않는다, 작가의 말 중에서

 

 

 

 

 

**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데 막상 비움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잘 입지 않는 옷 하나 버리는 것도 어려운데 언제나 시끌시끌한 마음과 모든 가능한 재물을 비워내는 것은 나에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루에 하나씩 비우면 될까. 언젠가는 정말 비우고 있노라 말할 날이 올까.

 

 

** 이 책을 읽기 전에 장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유명 팟캐스트에 나오는 '장자'편도 들어보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봤다. 의외인 것은 아직 '장자'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당황.

'장자'라는 사람이 있는 것인지, [장자]라는 사상을 따르는 공동체를 '장자'라고 부르는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 종이가 도톰하다. 처음에는 2장을 한 번에 넘긴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종이가 도톰한 거였음. ㅎㅎㅎ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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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1~2 세트 - 전2권 - 셜록 홈즈 130주년 기념 BBC 드라마 [셜록] 특별판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마크 게티스 외 엮음, 바른번역 옮김, 박광규 감수 / 코너스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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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셜록 홈즈!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얼굴.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오이 닮은 그 배우. 우리의 오이 아저씨.

셜록 홈즈! 하면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두두두두 둠~둠~ 둠둠~ 둠~ 둠~ 둠 둠둠둠둠~ 오프닝 타이틀곡이 들린다.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그리고 허드슨 부인, 마이크로프트 홈즈,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들까지도.

오래전 영국 BBC 드라마 [SHERLOCK] 을 보게 된 후로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보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 홈즈가 익숙해져 버렸다.

 

현대식으로 재해석되어 이륜마차 대신 택시를 타고 전보를 치는 대신 문자를 보내고 두꺼운 지명 사전을 찾는 대신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는 셜록 홈즈의 모습은 낯선 듯 익숙했고 각 에피소드들의 살해 방식이나 추리 과정을 화면으로 보게 되어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보다 박진감 넘치는 셜록 홈즈를 만날 수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각자 맞은 역할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벌써 시즌 1에서 시즌 4까지 서너 번은 봤다. 볼 때마다 재미있어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고전이 영원한 것은, 아무리 재해석되고 아무리 현대식으로 멋지게 포장해도 원작이 가지는 진가는 훼손되지 않는 데 있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드라마 [SHERLOCK]으로 생생했던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이미지가 다시 본래 그들의 이미지로 덧씌워지는 신기한 현상을 겪었다. 

다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그리고 왓슨 박사다.

 

다만, 어찌 된 일인지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두 읽은 기억이 없다.

범죄수사물, 추리물을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에 [셜록 홈즈] 는 당연히 모두 읽었어야 했는데.. 막상 책을 읽으니 '입술이 뒤틀린 남자' 는 읽자마자 기억이 났는데 그 외의 이야기는 '내가 읽었었나? 아닌가?' 싶게 생소해서 스스로 놀랐다. 나의 책장에도 셜록 홈즈 시리즈가 없다니. 말도 안 돼. 분명 꽤 여러 시리즈를 읽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오래전에 일부 시리즈를 읽어서인지, 관련 드라마나 영화, 만화 등등을 많이 봐서 익숙한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유명한 [셜록 홈즈]라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들로 책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이 책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채 셜록 홈즈를 안다고 말할 뻔했다. 아찔하다.

 

SHERLOCK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01 & 02

2021년 첫 책으로 만나게 되어 고맙고 반갑다!

 


 

특별한 점

 

- 드라마 [SHERLOCK]의 작가인 마크 게티스와 스티븐 모팻이 뽑은 19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사건이 발생한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각 편마다 마크 게티스와 스티븐 모팻의 코멘트로 시작된다.


- 책의 앞뒷면 표지가 드라마 [SHERLOCK]의 주인공들이다. 셜록 홈즈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왓슨 박사 '마틴 프리먼' 그리고 중요 인물들이 함께 담겨서 소장 가치가 있다.

책을 실제로 받아보고서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뻤었다.


-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어도 멋지게 보일 것이다. 시크한 검은색 바탕에 하얗고 깔끔한 글씨체로 SHERLOCK이라고 쓰여있다니.




- 책이 두꺼운 편인데 하드커버에 제본이 잘 되어 있어서 책을 쫙 펴놓고 읽어도 책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점은 아주 중요했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이었다.

물론 종이 질도 좋다. 적당한 두께에 적당히 매끄럽다.

 

- 놓친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오탈자도 없고 번역상의 부자연스러움도 없었다.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 해도 외국어로 쓰인 책들은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서 글의 이해도가 크게 좌우되는데 이 책들을 읽는 동안에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라거나 '정말 작가가 이렇게 쓴 것이 맞을까?' , '이런 표현은 너무 과한 것 같은데..' 와 같은 의심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몰입도가 확 올라간다.

 

- 삽화가 없다. 책의 구성이 깔끔하다. 추리소설이니만큼 삽화가 많이 있거나 주석이 과하게 달려있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방해가 될 거다. 적당한 삽화가 있어도 좋겠지만 아서 코난 도일은 탁월한 묘사로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갔기 때문에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머릿속으로 충분히 그려지는 이야기들이다. 글로만 채워졌어도 이야기는 풍성하다.

 

-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나 영화 속의 셜록 홈즈 보다는 원작의 셜록 홈즈가 더 매력적이다. 냉철하고 예리하며 어려운 사건에 매달리는 것은 같지만 덜 무례하고 더 인간적이다. 그래서 왓슨 박사나 마이크로프트 홈즈와의 관계도 더 부드럽다.

 

아쉬운 점

- 8권, 9권도 좋으니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두 담아주시라고요.

- 셜록 홈즈가 런던 어딘가에서 영원히 살고 있다고 말해주세요.

 

19편을 읽고

 

-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첫 만남부터 흥미진진하다. 책도 드라마도. 추리란 이런 것!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오신 모양이군요."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별것 아닙니다." 홈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 page 15 에센셜 스페셜 01 [주홍색 연구] 중에서

 

- 왓슨 박사와 그의 부인이 된 메리 모스턴 양의 첫 만남

책을 읽는 내내 메리 모스턴 양은 왓슨 박사를 전적으로 지지해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 저도 말해야겠네요. 신이시여, 고맙습니다." 내가 끌어당기자 모스턴 양이 속삭였다. 보물을 잃어버린 게 누구인지 몰라도 그날 밤 내가 보물을 얻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 page 325 에센셜 스페셜 01 [네 사람의 서명] 중에서

 

- 셜록 홈즈의 '그 여자' 등장. 어쩐지 드라마에서의 아이린 애들러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이것이 보헤미아 왕국을 뒤흔들 뻔한 사건이자, 셜록 홈즈가 공들인 계획이 한 여성의 기지 앞에서 빛을 잃고 만 이야기의 전말이다. 예전에 홈즈는 여자의 총명함을 얕잡아보곤 했는데, 요즘에 들어서는 그런 모습을 통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아이린 애들러나 그녀의 사진 이야기를 입에 올릴 때면 홈즈는 언제나 '그 여자'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쓴다.

>>> page 403 에센셜 스페셜 01 [보헤미아 스캔들] 중에서

 

- 사건을 대하는 셜록 홈즈의 태도.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험하게도 할 만큼 열정적이지만 그 외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드라마에서도 끊임없이 외친다. "Boring!!!"

 

"덕분에 따분하지는 않았어." 홈즈가 하품하며 말했다. "아! 벌써 지루함이 밀려오는 것 같아.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게 내 인생이야. 가끔 이런 소소한 사건 덕에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지만." 홈즈는 말을 하다가 하품을 했다.

>>> page 442 에센셜 스페셜 01 [빨간 머리 연맹] 중에서

 

"예컨대 당신이 조금 전 내게 물을 주기 전까지 내가 지난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

>>> page 625 에센셜 스페셜 02 [빈사의 탐정] 중에서

 

- 셜록 홈즈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그저 추리하는 기계가 절대 아니다.

 

"그 아가씨는 내가 어떤 사실을 얘기해 줘도 믿지 않을 거야. 페르시아의 격언에 이런 게 있어. '호랑이 새끼를 빼앗는 사람은 화를 자초한 것이듯, 여자에게 환상을 빼앗는 사람도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하페즈도 호라티우스 못지않은 안목과 지혜를 갖췄다니까."

>>> page 475 에센셜 스페셜 01 [신랑의 정체] 중에서

 

" ... 그 녀석은 이번에 혼쭐이 났으니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지금 감옥으로 보낸다면 평생 감옥을 드나들며 살게 될 걸세. 게다가 지금은 용서의 계절 아닌가. ..."

>>> page 553 에센셜 스페셜 01 [푸른 석류석] 중에서

 

"왓슨, 만일 내가 능력을 과신한다거나 사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부디 내 귀에 대고 '노베리'라고 속삭여줘. 그래주면 정말 고맙겠어."

>>>page 82 에센셜 스페셜 02 [노란 얼굴] 중에서

 

- 내가 유일하게 온전히 기억하고 있던 셜록 홈즈 이야기이자 셜록 홈즈의 특기인 변장술과 왓슨 박사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얼굴을 반쯤 돌렸는데, 순식간에 휘청거리는 몸에 입 싼 노인네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 page 485 에센셜 스페셜 01 [입술이 뒤틀린 남자] 중에서

 

"왓슨, 자네는 침묵할 줄 아는 굉장한 재능을 가졌지. 친구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

>>> page 489 에센셜 스페셜 01 [입술이 뒤틀린 남자] 중에서

 

- 대체 그놈의 사랑싸움과 재산 싸움은 예나 지금이나, 셜록 홈즈가 있으나 없으나 끊이지를 않는구나.

 

-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이 나온 [마지막 문제] 단편이 나온 이후로 아서 코난 도일이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은 것은 안타깝지만 아마 그 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당장 펜을 들어 항의 편지를 썼을 것이다. 그것이 인지상정.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내가 실제로 사람을 죽였더라도 이만큼 욕을 먹진 않았을 것." 이라고 아서 코난 도일이 말했다고 한다.

그러게 대체 왜 그러셨어요.

 

- 결국 견디다 못한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다시 살려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몇 초 동안 멍하게 홈즈만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절하고 말았다.

>>> page 451 에센셜 스페셜 02 [빈집의 모험] 중에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셜록 홈즈는 다 읽었을 것이다. 아마도 여러 번.

그렇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컬렉션에 이 책을 포함시키길 추천한다.

나처럼 몇 가지 시리즈만 읽었거나 셜록 홈즈를 알고 있지만 책은 읽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런 유명한 책들은 어린이용으로도 나오고 읽든 안 읽든 전집 구매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모든 시리즈를 찾아서 읽게 될 것이다. 나도 곧 찾을 예정이다.

영화, 드라마 등으로 각색되고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쪽으로도 셜록 홈즈에서 파생된 캐릭터들이 많아서 셜록 홈즈를 명탐정 이미지로만 알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그리고 사건 속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를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SHERLOCK]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이 책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같은 듯 다른 셜록 홈즈 책은 영상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음. 깔끔한 구성과 멋진 커버를 가진 셜록 홈즈 이야기를 끝내 소장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아시다시피.. 난 이미 가지고 있거든요.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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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인생공부 - 대작가의 문장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수채화 59점 필사의 발견
헤르만 헤세 지음, 김정민 엮음,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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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다. 잠들기 전에 휴대폰을 들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어린 나이에 필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필사의 좋은 점이 줄줄이 쓰여있었다. 문장력을 키워주고 글을 술술 쓸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당장이라도 필사를 해봐야지 했다. 글을 잘 쓰고 싶었고 내 머릿속의 하찮은 생각들이 좋은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언젠가는 해야지' 해놓고 여러 계절이 지나갔다.

헤르만 헤세의 글이 필사책으로 발간되었다고 해서 리뷰단 모집 글에 손을 번쩍 들었다.

 

만약 당첨이 된다면, 악필이라서.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언젠가는. 이런 변명들은 통하지 않을 테니 정말로 필사를 하게 될 거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늘 어렵다.

 

오오!! 당첨. 드디어 책을 받았다.

·필사의 발견· 헤세의 인생공부




책을 받았을 때 출판사에서 보내온 인사의 쪽지가 있으면 사소한 것이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책을 읽기도 전에 이 책과 조금 친해진 기분이 들고 출판사의 인사에 나도 '반가워요.' 라고 속삭이게 된다.

 

기분 좋게 책을 펼치면 엮은이의 서문이 나온다. 엮은이가 헤세의 글에서 느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85년의 삶, 굴곡도 많고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많았지만 노년에는 헤세도 평화와 안식을 찾은 듯 정원을 가꾸고 토마토를 기르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 물론, 이 책에 실린 그림도 모두 헤세의 솜씨랍니다.

...

헤세의 소설과 시, 산문과 서간문 등에서 우리의 영혼과 삶에 등불이 되어줄 빛나는 문장을 간추렸습니다. 그것이 나에게 닿았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난 파동을 기반으로 헤세의 말을 재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헤세가, 헤세의 글이, 헤세의 영혼이 그대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 page 9 서문 중에서

 

아쉬운 점.

글과 그림이 모두 헤세의 작품이라는 점이 중요하지만 여기 실린 문장들이 헤세의 어느 작품, 어느 책에서 발췌되었는지도 써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따라서 그의 소설이나 산문집을 찾아서 읽을 수도 있을 테니까.

또한 엮은이가 재해석한 부분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엮은이의 감동이 더해져서 그 글이 더 좋아졌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엮은이의 감동에 동감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무엇을 어떻게 재해석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모든 문장이 헤세가 쓴 그대로인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옳지 않은 듯하다. 필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헤르만 헤세가 쓴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이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의 마음일 텐데요. 이 책은 엮은이님이 얼마나 재해석을 한 것인가요. 알려주세요. T^T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읽어본다.

 

필사를 하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좋은 문장들을 읽으며 헤세의 그림들을 즐기고 마지막으로 필사를 해야지. 책을 읽으며 필사를 바로 시작하면 글씨를 틀리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만 가득해서 글과 그림을 충분히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필사를 위한 책이라 그런지 따라 쓰기에 부담 없는 정도의 분량이다.

한 페이지씩 담긴 문장들은 마치 시집을 읽는 듯하다. 실제로 Part 5는 헤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슬픔, 실연, 고통, 불안, 인간관계.. 인생. 우리가 인생을 살아내며 어려워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다.

 

차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먼저 타인을 이해하기, 당신의 길을 가라, 네 뜻대로 살아라, 우정의 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기, 제대로 된 직업, 화내거나 경멸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 실연이 큰 인간을 만든다, 고통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라.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라. 언뜻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이고 알고 있어도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말들이라서 별다른 감흥이 없을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진정 좋은 글은 같은 의미의 말도 진부하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의 글들도 그렇다.

 

 

 

이 책은 헤세의 문장들을 필사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저 그림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이 책에 담긴 글들과 너무 잘 어울린다. 총 59점의 수채화로 산과 나무, 강과 들, 꽃과 길, 아담한 집 등이 그려진 이 그림들은 자연 그대로 단순하고 밝고 서정적이며 따뜻하다. 그의 노년의 모습이 그의 그림과 같다면 그는 정말 평화와 안식을 찾은 듯하다. 곳곳에 들어있는 많은 그림 덕분에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이 때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너무 진지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을 함께 구성한 것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다.

 

 

 

글과 그림을 다 보았으니 이제는 필사를 시작할 시간이다.

 

필사할 글들은 컴퓨터 타이핑과 손글씨가 섞여있어 좋다.

정돈된 느낌과 다양한 필체의 자유로움이 함께 있어 그에 맞춰 따라 쓰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책을 받았을 때는 필사용 공책을 따로 만들려고 했었다. 깨끗하고 예쁜 책에 악필인 내가 손을 댔다가 틀린 글자가 여기저기 난무하고 수정액으로 몇 번을 고치고 고치다 결국엔 펜 자국이 번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각 거리는 느낌이 좋으니까 연필을 사용하고 싶었으나 분명히 옆 페이지에 연필 자국이 남을 테니 그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에는 분명 필사를 하기 위한 공간이 있었다. 왼쪽은 글, 오른쪽은 그림과 필사를 위한 여백.

고민을 하다가 책에 필사를 하기로 했다.

쓰고 싶은 공책을 챙기고 연필을 깎고 글씨 자국이 남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동안 너무 지쳐서 필사를 미루고 말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쓰다가 틀리면 X 표시를 하고 넘어가자.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딴 생각을 하지 말자. 너무 긴장하지도 집착하지도 말자. 천천히.

 

다행히 수정액으로 고친 글자는 단 하나였다. X 표시를 하자고 다짐했던 것은 그새 잊어버렸지만 뭐 어때. 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공을 들여 썼다. 나의 마음을 두드리지 않았던 문장은 굳이 필사하지 않았다.

내 마음에 쏙 들게 써 내려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이만하면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좋은 글들을 읽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했지만

필사를 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것, 다독인 것, 한 문장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 이러한 것들도 어느새 마음의 정화에 도움이 되었다.. 아 필사는 이런 좋은 점도 있구나.

 

아주 오래전 인터넷에서 보고 감명받아서 가지고 있던 문장이 이 책에 있었다.

이 글을 필사하고는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page 112 Part 3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올해 드디어 필사의 첫 발을 떼게 되어 기쁘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책들도 필사를 해봐야겠다.

필사를 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시집을 사봐야겠다.

악필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필사용 공책도 준비하고 연필을 사용해서 사각거리는 그 느낌을 즐겨보고도 싶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정말 좋은 글이 술술 써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page 44 Part 1 나를 더 사랑하기 중에서

 

 

인생 첫 필사 끝!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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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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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개성 공단. 의문의 살인 사건. 그 진실!

간단한 책 소개만 보았을 때는 그다지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남과 북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에게 찜찜함을 남겼다. 본디 하나였다가 둘로 갈라진 것인데도 북한이라는 존재는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이질감이 든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때때로 북한이 달에 사는 토끼나 화성에 사는 외계인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희한하게도 당연히 통일되어야 하는 한민족, 잠시 떨어져 나간 우리나라의 일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이러한 혼란함은 다행히 대체로 잊은 채로 살아기 때문에 북한의 존재는 현실감을 점점 잃어버려서 어느 날 남과 북에 관한 영화,드라마, 소설 등을 보면 그제서야 '아 그래 저쪽에 또 다른 모습의 우리가 살고 있었지.' 라며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살인 사건까지 더해지면 안타까움, 슬픔, 분노 등이 밀려온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볼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웬걸.

얕은 한숨을 쉬며 첫 장을 읽기 시작해서 책을 덮기까지 커피 한 잔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제3도시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남북 관계가 강조된 소설이 아니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이 얽히는 거대한 음모도 없다. 남과 북은 하나다 라는 강요도 없다. 서로의 감시를 피해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나누는 우정도 없다. 남쪽이 선이고 북쪽이 악이다 라는 전제도 없다. 그런 것들은 없다.


제3도시는 개성 공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따라가는 추리 소설이다.

남과 북의 특수한 관계와 살인사건의 장소가 개성공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뿐이다.


점심을 먹고 혼자 밖으로 나온 강민규는 담배를 사기 위해 공장 근처에 있는 CU 편의점으로 갔다. 많지는 않지만 편의점이 몇 군데 있고, 놀랍게도 우리 은행 출장소도 있었다. 물론 달러밖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말이다. 개성 공단은 북한 땅에 있고, 대한민국의 자본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유통되는 돈은 원화나 북한 돈이 아닌 미국 달러였다.

>>> page 52 2. 낯선 땅에서 중에서


개성 공단은 남과 북을 잇는 유일한 연결선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곳이다. 개성 공단이 만들어진 목적 또한 단순히 평화적인 교류보다는 북한의 달러 & 남한의 정치 의 결합으로 보인다. 각자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되는 곳.

그런 개성 공단으로의 출입과 그 내부 상황에 대한 묘사가 현실적이다. 갑자기 개성 공단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이 출입경사무소를 지날 때나 북한 근로자들을 마주했을 때. 개성 공단에서 서울 홍대까지의 거리를 실감했을 때나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느 중소 도시를 보는 듯한 풍경들을 볼 때. 이런 것들을 마주할 때의 주인공의 묘한 기분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


개성 공단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곳에서 국정원 직원에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통일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영상을 보는 것으로 사전 교육은 끝이었다. 반세기 넘게 대치 중인 북한으로 가는 사전 준비가 고작 그 정도라는 사실에 강민규는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 page 19 1. 의뢰 중에서


입출경 절차를 밟는 것까지 포함해서 한 시간 반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얼마나 그곳과 가까운지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page 62 2. 낯선 땅에서 중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개성 공단의 이미지와도 달랐다. 나의 상상 속에서는 좀 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곳에서 군대식 통제에 의해 기계적으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어쩌면 몰래 감시를 하는 군인이 있을 수도, 포로수용소와 같은 분위기로 오로지 공장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것 같았는데... 간식, 야근, 뇌물, 횡령 등이 존재하다니! 그들도 사람이고 사람 사는 곳은 아무리 통제를 하여도 어딘가 비슷한 구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가 보다. 그러니 살인까지도 일어나게 되겠지.


물론 헌병수사관 출신인 주인공의 눈에는 낯섦은 잠시일 뿐, 개성 공단과 북한 근로자들도 그가 군복무하며 보았던 군대 조직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말이다.


 


작가는 개성 공단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커다란 밀실로 설정하여 추리 소설을 탄생시켰다. 기발하다.


이야기의 구조는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스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말하자면 더욱 간단하다.

탐정 강민규. 외삼촌의 부탁으로 개성 공단으로 위장 취업을 한다. 외삼촌 회사에서 원자재와 완성품이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인데 공장의 비밀을 캐던 중 회사 법인장이 갑작스럽게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강민규가 범인으로 몰리지만 남북의 정치적인 이유로 추방 명령으로 마무리하려 하자 그가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나흘. 북측 호위총국 소속 오재민 소좌와 함께 남측 직원 살인 사건과 공장 내 물품 유출 사건을 조사한다. 강민규의 활약으로 범인이 밝혀지고 개성 공단은 이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평화를 맞이한다.

 

살인-누명-수사-범인 검거-상황 종료 그리고 그 후.


일본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을 보면 항상 나오는 "범인은 이 안에 있어요!" 그리고 "바로 당신이야!" 의 대사처럼 시원하게 마무리되어 좋다. 반전의반전의반전을 심어놓지 않은 점도 깔끔하다. 범인을 옆에 두고 질질 끌고 가거나 주인공이 계속 헛다리 짚는 일도 없다. 억울하게 도망쳐 다니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지도 않는다. 탐정답다. 마음에 들어.

다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마치 2권이 나올 듯이 여기저기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급하게 마무리되거나 중요한 얘기가 될 듯했는데 그냥 지나가 버린 소재들이 있어 보인다. 북풍회나 주인공의 과거 같은. 혹시 2권이 나오려나....?


좋은 점.

- 책 사이즈가 작은 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 좋을 듯하다.

- 틈날 때마다 읽고자 했지만 일단 손에 쥐면 금세 읽힌다.

- 꼬이고 꼬인 내용이 없어서 읽기 편하다.

- 주인공 강민규 과장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 영화로 제작해도 재미있겠다.

- 추리 소설 좋아하는 분들 어서 읽으세요.


어려웠던 점.

- 남과 북이라는 소재의 편견을 깨고 책을 펴기까지가 어려움. 나만의 문제.

- 작가가 미스황을 미워해요.

- 강민규 과장이 오재민 소좌에게 갑자기 말을 놓자고 해서 당황했다. 남과 북 모두 유교의 나라 아닙니까..?! 몇 년생인지부터 확인해야죠. 바로 친구하는 건 할리우드 스타일이라고요. 

- 반전으로 보이는 마지막 부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니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

 

**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본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왜지...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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