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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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주로 호접지몽으로 기억되는 '장자'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동양 사상들 중 도가((道家) 사상, 무위자연을 말한 인물인 것까지 가 아는 것의 전부다. 그마저도 '노자'의 사상과 헷갈리기도 하고 졸업 이후에 '장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이야기를 듣는 일도 없었다. 유교 사회의 우리나라에서 공자·맹자에 대한 이야기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데 말이다. 공자왈. 맹자왈.

 

'장자'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는 나로서는 인문학자가 쓴 '장자의 비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장자와 비움이라니. 장자가 비움을 이야기했던가.

시험공부가 아닌 상황에서 장자에 대한 알아보려고 하니 은근 기대가 된다. 교과서 속의 장자는 아주 짧은 소개에도 너무 잠이 쏟아졌었다. 하긴 다른 사상들도 눈이 감기긴 했지만.. 자, 이제 그의 사상이 비움이라면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를 배워야 할 때이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신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이 책은 작가가 [장자]를 읽은 후 알게 된 그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자유로움과 통쾌함, 그리고 안도감까지 느꼈다는 [장자]의 핵심 철학을 작가는 '비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비움'이 자신에게 마음의 휴식을 주었듯이 스펙 쌓기, 무한 경쟁, 성공만을 위한 삶, 차별, 빈부격차, 물질만능주의 등이 팽배해져 지칠 대로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이다.

 


 

무려 기원전 4세기 경, 2000년도 더 지난 오래전 사상임에도 여전히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장자].

한데 그런 '장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없다. 아쉽다. 그의 생을 꼭 알 필요는 없고 그의 사상이 곧 그의 삶이겠지만 약력 같은 것을 알려 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가 어느 시대 사람이었고 어떤 일을 하였으며 어쩌다가 [장자]를 쓰게 되었는지 또는 그의 평판이 어떠했다거나 그 시대에 미친 영향이 어떠했는지와 같은 것 말이다.

 

아니다. 그것은 나의 잘못된 바람일 뿐. 장자의 사상과는 맞지 않다. 있는 그대로 여야 하니까.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주는 가르침이 중요하다.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의 집착.

 

차근차근 그의 가르침을 되새김질해 보아야겠다.



이 책은 총 100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90개는 [장자]의 내용 + 작가의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10개는 작가가 '장자'의 가르침이 실생활에 적용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넣었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장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2000년 넘게 살아남은 사상인 만큼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신기하다.

 

- 90개 중 첫 편은 당연히 호접지몽이다.

작가가 '만물제동', '물아일체'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한 '꿈속에서 나비가 된 장자'의 이야기는 때로 '인생무상'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삶과 죽음, 선과 악, 높고 낮음, 길고 짧음 등을 하나로 보았던 '장자'의 사상에 따라 나비와 장자의 이야기도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호접지몽은 짧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또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철학이 들어있어서인지 [장자]의 가장 유명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모호하다. 어쩌면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일까.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현실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고, 악몽을 꾼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그 둘은 모두 하나이기 때문이다.

>>> page 35 꿈속에서 나비가 되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조삼모사' 인터넷에서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짤'로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사물의 양면은 결국 하나인데 왜 모두 보지 못하고 하나만을 보느냐는 '장자'의 가르침. 불행히도 대부분의 인간이 '조삼모사'의 굴레를 끊임없이 돈다. 나 또한.

 

우리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평소부터 생각을 깊게 하고 꼼꼼히 따져 보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원숭이가 되고 말 것이다.

>>> page 51 원숭이의 어리석음, 작가의 말 중에서

 

- 죽음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아 죽음은 하늘의 뜻이고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그 뜻을 따르는 게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늘 영원히 살 것처럼 삶에 집착한다. 살면서 많은 것을 비워낸다고 해도 죽음을 초연하게 맞이하는 것은 앞으로 2000년이 더 흐른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죽음은 끝이다. 돌이킬 수 없음이고 단절이다. 오죽했으면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을까.

물론 '장자'가 옳다. 죽음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생에서 비우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

 

"살아있는 것을 기뻐하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사람이 죽음을 멀리하는 것은 어릴 때 떠나온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 page 44 죽음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장자] 중에서

 

노담이 세상에 온 것은 태어날 때를 맞았기 때문이고,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은 떠날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를 알고 하늘의 뜻을 따르면 기쁨이나 슬픔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

>>> page 60 죽음은 자연의 순리다, [장자] 중에서

 

삶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휴식인 죽음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 page 91 죽음은 휴식이다, [장자] 중에서

 

...천지가 뒤섞여 있던 혼돈에서 기가 나오고, 기가 변해서 형태를 이루고 그 형태가 변해서 생명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다시 변화가 진행되어 형태에서 기로, 기에서 혼돈, 즉 죽음으로 돌아간 것이지 않은가. 이는 계절의 순환과 마찬가지라네.

>>> page 139 아내의 죽음에도 춤을 춘 장자, [장자] 중에서

 

- '장자'가 '공자'의 유가 사상에 적대적인 것이 의외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 평등하게 인정하라. 마음을 비워라, 자연과 하나가 되라 하는 얘기들로 채우면서 한편으로는 배우고 익히고 예를 다하는 공자를 비난한다. 그와 너무 다른 사상에 놀라 한 수 가르침을 주려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장자도' 결코 세상 모든 것에 초연해질 수 없었구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 글을 통해 장자는 공자를 우회적으로 폄하하고 자신의 사상이 공자의 사상보다 낫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page 117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하지만 장자는 달랐다. 오히려 인의가 문제가 된다고 보았다. 자연의 순리에 맡겨두면 자연스레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장자의 주장이었다.

>>> page 119 인의에 매달리지 말라, 작가의 말 중에서

 

... 천하에 공자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참된 본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무위자연만이 이 세상이 지녀야 할 올바른 가치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 page 179 도척이 공자를 꾸짖다, 작가의 말 중에서

 



- [장자]의 이야기는 이거다. 삶에 집착하지 말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 자연과 하나가 되라.

 

- 장자의 가르침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할 듯하다. 재물도 마음도 너무 넘치는 이 시대에 이토록 옳은 말로 모든 것을 비우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당장 자연으로 떠날 수는 없어도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려면 말이다.


- [장자의 비움 공부] 보다는 [장자의 깨우침 필사하기]와 같은 방향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와 같은 무지렁이는 작가의 말을 [장자]의 해석으로 여겨 틀에 갇히기도 쉬운데, 정작 '장자'의 가르침은 우리들이 갇혀 있는 그 틀을 깨고 자연의 큰 틀안에서 흘러가라. 라는 것이 아닐까.

 

- 한 가지, 18편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지만.. 이 편에서 [장자] 이야기는 덕을 갖춘 자에게 예로서 보답하니 사람이 모인다. 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은데 연예인들의 인기라는 것은 방송매체로 보는 표면적이고 단편적이며 때로는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는 것이라 개그맨-외모-덕의 관계가 애매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게다가 인기 없는 개그맨들이 모두 성격이나 행동이 나쁜 것도 아니고 해서 애매한 부분이 좀...

 

유명한 개그맨들은 대체로 외모가 뛰어나지 않다. 그들이 인기가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이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모가 훌륭하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 page 80 인기는 외모에 좌우되지 않는다, 작가의 말 중에서

 

 

 

 

 

**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데 막상 비움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잘 입지 않는 옷 하나 버리는 것도 어려운데 언제나 시끌시끌한 마음과 모든 가능한 재물을 비워내는 것은 나에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루에 하나씩 비우면 될까. 언젠가는 정말 비우고 있노라 말할 날이 올까.

 

 

** 이 책을 읽기 전에 장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유명 팟캐스트에 나오는 '장자'편도 들어보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봤다. 의외인 것은 아직 '장자'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당황.

'장자'라는 사람이 있는 것인지, [장자]라는 사상을 따르는 공동체를 '장자'라고 부르는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 종이가 도톰하다. 처음에는 2장을 한 번에 넘긴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종이가 도톰한 거였음. ㅎㅎㅎ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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