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을 다 보았으니 이제는 필사를 시작할 시간이다.
필사할 글들은 컴퓨터 타이핑과 손글씨가 섞여있어 좋다.
정돈된 느낌과 다양한 필체의 자유로움이 함께 있어 그에 맞춰 따라 쓰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책을 받았을 때는 필사용 공책을 따로 만들려고 했었다. 깨끗하고 예쁜 책에 악필인 내가 손을 댔다가 틀린 글자가 여기저기 난무하고 수정액으로 몇 번을 고치고 고치다 결국엔 펜 자국이 번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각 거리는 느낌이 좋으니까 연필을 사용하고 싶었으나 분명히 옆 페이지에 연필 자국이 남을 테니 그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에는 분명 필사를 하기 위한 공간이 있었다. 왼쪽은 글, 오른쪽은 그림과 필사를 위한 여백.
고민을 하다가 책에 필사를 하기로 했다.
쓰고 싶은 공책을 챙기고 연필을 깎고 글씨 자국이 남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동안 너무 지쳐서 필사를 미루고 말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쓰다가 틀리면 X 표시를 하고 넘어가자.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딴 생각을 하지 말자. 너무 긴장하지도 집착하지도 말자. 천천히.
다행히 수정액으로 고친 글자는 단 하나였다. X 표시를 하자고 다짐했던 것은 그새 잊어버렸지만 뭐 어때. 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공을 들여 썼다. 나의 마음을 두드리지 않았던 문장은 굳이 필사하지 않았다.
내 마음에 쏙 들게 써 내려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이만하면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했다.
좋은 글들을 읽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했지만
필사를 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것, 다독인 것, 한 문장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 이러한 것들도 어느새 마음의 정화에 도움이 되었다.. 아 필사는 이런 좋은 점도 있구나.
아주 오래전 인터넷에서 보고 감명받아서 가지고 있던 문장이 이 책에 있었다.
이 글을 필사하고는 오래도록 들여다봤다.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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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2 Part 3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