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배신 스토리콜렉터 84
로렌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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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독자를 사로잡은 웰메이드 여성 심리 스릴러! 라는 설명을 보자마자 

어머, 이건 꼭 읽어야 해! 를 외치게 만든 책이었다.

 

10년 전 알게 된 범죄수사물 미드를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보고 

토요일 밤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챙겨보며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며 보더라도 서늘한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나에게

이런 장르의 책은. 제목과 책의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너무나 유혹적이다.

 

최근 후덥지근한 날씨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어느 카페에서 얼음이 가득 든 커피와 함께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이 책의 즐거움은  이미 시작되었고

실제로 공부 삼매경에 빠진 이들에 섞여서 라떼 한 잔을 들고 첫 장을 열며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책을 받은 후 첫인상과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의 소감이 일치했다.

책 표지와 제목이 내용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완벽한. 배신. 오래된 문고리. 좁은 문틈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햇살. 

 

병원에 부상을 당한 채 누워있는 테스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소설의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각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도 별로 없다.

그저 테스를 따라서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테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테스가 죽은 남편을 향해 끊임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구조라서 

그녀의 심리 묘사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매 순간 죽은 남편에게 머릿속으로 편지를 쓰듯이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고 

때로는 그녀의 상상 속 그의 대답까지 더해져서 

책 내용의 대부분인  테스의 슬픔이나 우울, 두려움 등에 대한 묘사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남편 마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고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나머지 하나뿐인 아들과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간다.

그녀가 의지할 곳은 엄마도 오빠도 아니다. 남편의 형은 더더욱 아니다.

우연히 알게 된 사별 전문 상담사인 셸리만이 테스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셸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방법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슬픔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아들 제이미를 위해서 버텨야 한다.

나아지기 위해 애를 써봤지만 돌아보니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서 제이미만큼은 지켜야 하는데 병원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테스는 책에서도 나오지만, 매사 걱정이 너무 많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죽기는 했지만  남편이 죽기 전에도 나에게는 그다지 독립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남편에게만 의지하고 아이를 키울 때도 온갖 걱정 만을 늘어놓으며 과잉보호하는 사람.

 

제이미가 소파에서 뛰어내리다 그만 커피 탁자 모서리에 얼굴을 찧는 바람에 온 사방에 피를 흘리며 통곡과 딸꾹질을 동시에 하고 있었지. 난 공황상태에 빠져 비명을 지르며 당신 회사에 전화했어.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어쩌나 허둥대면서 말이야.

그 애는 심지어 꿰맬 필요도 없었어, 테시.

>>> page 80 중에서.

 

남편이 지금 죽지 않았다고 해도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어머니는 강하다는데 테스, 당신은 대체 왜?

책을 1/3쯤 읽을 때만 해도 테스의 그런 유약한 점에 공감할 수가 없고 짜증이 날 정도였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얘기 모르나.  아 이제 그만 울고 정신을 차려서 당신의 아들을 돌보라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니. 왜 주변 도움도 다 거절하고 모든 것을 엉망을 만들고 있는 거야?

 

그녀에 대한 심리 묘사가 생생해질수록 끝도 없는 슬픔에 허우적거리는 테스와 함께 

나도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책의 내용도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았다. 지친다.

 

오늘 아침 이미 교복으로 갈아입고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가 내가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걸 보고 그 애가 지은 그 실망스러운 표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정말 끔찍했어, 마크. 한마디도 없이 뒤돌아 방을 도로 나가는 제이미의 그 표정을, 그 눈빛을 당신도 보았어야 해. 그 애는 날 경멸했어. 내가 낳은 아들이.

>>> page 210 중에서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도, 아이를 낳아 기른 경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마도 흔히 내가 봐왔던 책이나 드라마에는

어떤 고난과 역경도 헤쳐나가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약해빠진 테스보다는 죽은 그녀의 남편과 그녀를 지켜보는 아이만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의 슬픔과 상실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불쌍한 테스.  당신의 그 슬픔과 상실의 크기를 내가 어떻게 처음부터 이해할 수가 있었겠어요. 

 

초반에 그녀의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뒤로 갈수록 문득 궁금해지게 되는데.

이 상황에 도대체 스릴러, 서스펜스는 어디에 있는 거지? 

이러다가 그냥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너무나도 슬픈 나머지 자신의 아들을 죽이게 되나?

혹시 테스가 슬픔에 빠져서 모두를 다 죽이고 연쇄살인마가 되는 건가? 그런 건가?

갑자기 친구가 된 셸리가 사실은 죽은 남편의 내연녀였나? 그래서 복수를 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이건 스릴러는 아닌 것 같은데요.

 

슬픔-의문-두려움으로 이어지며 1/2을 읽고 2/3를 읽고 마지막 반전까지 마주하고 나서야 

어? 벌써 다 읽었나? 했다.

 

반전은,

어쩌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초반에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라고 예상했던 점이 있을 것이다.  에이 다 뻔한 얘기구만 이라고 미리 단정 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결말을 읽었을 때 진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이 담긴 책이라고 해서 그 지점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매혹적인 스릴러, 숨 막히는 반전, 서스펜스  등등의 복잡한 설명보다는 탁월한 심리물이 딱 맞는 것 같다.

서늘한 공포를 예상하거나 빠른 전개를 원한다면 초반에는 집중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희한하게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한 바튀 돌아온 기분이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긴장감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일 수 있다.

그래도 역시 타고나면 누구라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그 매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소설이었다.


 

 

아, 지나가는 말이지만.

좋은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여성' 부분을 따로 떼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테스가 여자이고 아내, 엄마이긴 하지만

이건 '여성인 테스'에 대한 이야기이지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작가 특유의 문체라는 것이 있지만 여성 작가, 여성 심리물 등등으로 성별로 한정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제는 여자가 작가로 불리는 것이 특별한 시대가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상상할 수조차 없는 슬픔일 테니까 말이다.

  

 

*** 영국에는 사별 전문 상담사라는 직업이 있나 보다.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너무 부럽다.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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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이현민 지음 / 새빛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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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IT업계에 큰 휙을 그은 인물인 스티브 잡스와 미술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나도 알 정도의 미술계의 거장 천재 화가 피카소에 대한 이야기인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피카소에 대한 이야기 또는 그 반대겠지. 라고 추측했었다.

어쩌면 대단한 둘 사이에 무언가, 말하자면 '서프라이즈'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가끔 나오는 이야기처럼 기막힌 인연이 있거나 평행이론이 존재한다거나 하는 일반인들은 모르는 뒷이야기가 있는 걸까. 스티브 잡스가 피카소의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그것이 애플에 미쳤던 영향이라든가 말이다.

책 소개와 책 표지를 천천히 읽고 난 후 자극적이고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내용을 찾으려 했던 나를 반성했고 피카소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인 미술 무식자인 나를 미술의 세계로 이끌어 주리란 기대에 오히려 신이 났다.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미술에 관한 책이라면 미술 기법, 의미, 시대, oo 파, oo 주의 등과 같은 이야기가 쭉 나열되어 미술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특히 oo 주의는 미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던데 고등학교 때 시험 보기 위해 열심히 외웠던 기억은 있는데 oo 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피카소의 작품, 모나리자, 프리다 칼로 등 오며 가며 주워들은 기억은 나지만 이들이 왜 이토록 유명하고 게다가 비싸기까지 한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 작품이 이렇게 뛰어나다는 것은 어디를 보면 알 수 있는 걸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을 텐데 무엇이 다른 걸까. 왜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그 가치는 변함이 없는 걸까. 누구나 만들법한 작품을 내놓고 거기에 말을 만들어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현대 미술 아닌가. 물음표로 가득한 미술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분야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을 보며 부분부분 설명을 해주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미술을 글로 읽는다면 결국 미술 교과서와 별반 다르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책을 펼쳐 저자의 말을 읽자마자 안심했다.

저자도 그랬다고 했다. '내가 해도 이거보다는 낫겠다' 라고 생각했다고. 나와 다르지 않다.

미술은 나에게 다가서기는 어려우나 아주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은 존재였으니 그 시작이 이 책이 될 거라는 것에는 물음표가 없다.


볼거리가 많은 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또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인문교양 미술사'를 찾는 이들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는 출판되었다.

>>> page 005 개정판을 출판하며


<영화 속 그림 읽기> 수업에서 사용되었던 강의서를 기초로 탄생된 책이라고 하더니 책은 영화와 미술의 만남이었다. 책의 소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벌써 미술과 친해지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내가 이미 봤던 영화 제목을 보면 더 그랬다.


01 영화 《다빈치 코드》와 전인형 인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시대

=> 다빈치 코드 영화는 못 봤지만 원작 소설을 최근에 읽었다. 소설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에 대해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사실인 듯 허구인 듯 애매하고도 솔깃한 해석을 내놓았지만 명백한 허구임을 저자는 짚어준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댄 브라운의 허구가 내 기억 속에서 사실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해부학, 천문학, 물리학,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천재이지만 그중 가장 강렬한 활동은 역시 회화다. 그림에 관해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모나리자]만큼은 바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그림 = [모나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과 관련된 추측들이 난무하고 아직도 [모나리자]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나도 덩달아 모나리자에 열광하게 된다. 많은 패러디가 쏟아지고 인터넷상으로만 수도 없이 본 그림이라 모든 부분이 친숙하다. 하지만 그 당시로 보면 독창적인 포즈, 레오나르도 다빈치식의 스푸마토 기법의 독창성 등으로 굉장히 창조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단 한점의 창조적인 그림으로 당시 시대를 표현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놀라움을 준다는 것이야말로 명작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예술적, 기술적 뛰어남이나 작가의 천재성에 대해 아무리 칭송해도 결국 그 눈썹과 미소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다.


02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세계 최초의 자유미술경제시장

=> [진주 귀고리 소녀] 책을 사놓기는 했는데 왜인지 아직도 읽지 않았다. 우연히 보게 된 책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억해두었다가 책은 샀는데 마치 액자처럼 표지만 보고 있는 중이다. 책 표지의 그림을 보았을 때만 해도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인지는 모르고 있었고 책을 사려고 검색을 하면서 딸려 나온 많은 정보들 중에서 존재하는 작품인 것을 알았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상화라기 보다 순간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책을 읽으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베르메르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그림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기 때문에 편안하지만 생동감 있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보여준 베르메르의 그림 또한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숨겨진 의미나 남다른 창조성 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이렇게 평범 하도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 왜 많은 화가들이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를 궁금해하던 찰나 현금이 넘쳐나던 당시 네덜란드 경제가 오히려 보통 사람도 그림을 가질 수 있게 하고 화가가 후원자 없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다양하고 세분화된 미술가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만일 베르메르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부유한 후원자를 위해 그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었으니 더 이상 책 표지를 그림 감상용으로 사용하지 말고 읽어야겠다.


10 영화 《취화선》과 서양에서 오는 동양 바람 타시즘

=> 조선시대 천재화가 장승업과 서양의 추상미술을 함께 논하다니 의외의 내용이었다.

추상화라는 것은 점, 선, 면, 색채로 표현하는 거라 그림을 봐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정물화나 풍경화, 초상화는 어떤 방식으로 그려져 있든지 접근하기가 쉽다. 심지어 06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마티스의 춤추는 색채 힐링에서 말하는 야수파 정도만 해도 이해 가능할 거다. 아. 입체파와 현대미술이 있지. 미술이 이렇게나 어렵다.

다시, 저자는 취화선에서 현대 서양 미술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백의 미, 절제된 붓놀림으로 완성되는 한국화, 단 한 번의 붓질로 완성하는 동양의 서예화에서 절제된 표현으로 작품을 완성해내는 타시즘(서정적인 추상화)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이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 아무런 연관성도 찾을 수 없을 테지만 작품을 표현해내는 철학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우리와 맞닿아있는 추상화.

앞으로 점,선,면이 달리 보이게 될 거다.


12 영화 《아르테미시아》와 1970년대 재발견된 여성화가

=> 어느 분야에나 최초의 여성. 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 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별도로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화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이름이 생소하다. 책을 읽기 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천재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에 와서야 서양미술사에 등장하게 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책에 나온 작은 그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만을 보면 카라바지오의 [유디트] 보다 생생한 느낌이 잘 표현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조차도 모든 미술사를 통틀어 생각나는 여성화가라고는 프리다 칼로뿐이다. 이름만 알고 있다가 친구네 집에서 프리다 칼로 전기를 읽었었다. 작품의 대부분이 자화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이 잘 느껴져서 인지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함께 바라보면 단순히 그림 자체를 평가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




03 영화 《카미유 클로델》과 불운의 연인 카미유가 흠모한 로댕의 조각 사랑

04 영화 《누드모델》과 마네의 누드 스캔들

05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와 만인의 연인 인상주의

06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와 마티스의 춤추는 색채 힐링

07 영화 《타이타닉》과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08 영화 《파리의 미국인》과 라울 뒤피의 수채화 빛 무대

09 영화 《배트맨》과 1차 세계대전 후 다다의 이상세계

 

11 영화 《폴락》과 미국의 시대를 연 현대미술 '액션페인팅'

 

13 영화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후예 검은 피카소

14 영화 《인사동 스캔들》과 도난, 복제및 예술품의 가치와 보존


총 14개의 영화+미술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각 장마다 영화의 간략한 설명과 그와 관련된 미술사의 이야기와 해당 그림들이 가득했고 대부분이 새롭고 신기한 내용이었다.

작가들의 개인사를 읽다 보니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간간이 나오는 그림, 사진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친근한 말투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림이 실려야 해서 그런지 종이 질이 좋다. 반질반질.


시각예술과 친해지기 위한 미술사 입문자용으로 적합!!


그러나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용은 영화와 미술의 관련성이 주된 내용인데 느닷없이 스티브 잡스를 전면에 내세우다니. 바로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좀 더 창의적인 제목이었으면 어떤 책인지 바로 알 수 있어 좋았을 것 같다.


내용과는 별개로 아쉬운 점,

책의 소제목들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인데 14편의 영화를 모두 본 상태로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해당 영화나 책을 보았더라면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방향을 좀 더 잘 이해했을 텐데 말이다. 특히 카미유 클로델과 폴락, 바스키아 등 작가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를 봤더라면 작품을 가치나 유명세로 따지지 않고 작가의 인간적인 면까지 포함하여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떠한 형태의 미술이라도 결국 사람을 담고 있구나를 느끼기 쉬웠을 텐데.


작은 다짐,

잊지 말고 영화를 다 챙겨 보고 난 뒤에 책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미술사에 대한 책을 읽었으니 이제 기회가 된다면 전시회를 가봐야겠다.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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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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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은 처음 받아봤다.

실은 가제본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책은 좋아하지만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사면 으레 따라오는 띠지라든가 책 뒷면에 추천인의 장황한 소감이라든가

어느 상을 탔고 작가의 전작이 어떻게 되는가 등등의 문구 없이

제목만 있는 간결한 표지와 매끈한 종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가제본을 받고서야 알았다.


책을 받자마자 매끈하고 깨끗하고 순수해 보이는 첫인상에 

마치 내가 작가와 친분이 두터워서 완성본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수줍게 나에게 먼저 주는 선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제본으로 읽게 되어 이 책의 따뜻함이 더 와닿았지 않나 싶다.


다만,  차례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는데

가제본이라 그런지 아니면 실제로도 이렇게 출판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례를 이렇게 적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다 읽지도 않았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128호실의 원고 - 차례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차례의 내용은 저렇게 밖에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서간체 소설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 형식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개입해서 중간에 상황을 설명해 주거나 등장인물을 별도로 조명해 주지 않는다. 

단 한마디도.

읽다 보면

 '그리고 얼마 뒤 어쩌고저쩌고 하게 되었다. 그가 편지에 쓴 내용 대로였다' 정도의 설명이 나오고

누군가가 새로이 등장하면 

그 사람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최소한 외모에 대한 묘사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사실 그런 내용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편지 내용을 통해서만 해당 인물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아쉬울 거라 예상하겠지만

우리가 그들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많은 편지들이 오가고 많은 내용이 적혀있기 때문에 

소설을 시작하며 친절하게 등장인물들을 소개해주었지만 차례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어보기만 하면 될 것 같다.


128호실의 원고 - 등장인물 소개



책의 설명만 들었을 때는 

"30년 전 사라진 원고가 있고 

그 원고가 작가에게 되돌아가기 전 여러 명의 독자들이 생겨났다."라고 해서

당연히 작가의 상상력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있었던 일이라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점이 가장 놀라웠다.

진짜 진짜 있었던 일이다니. 

원고를 잃어버릴 수도 있고 그 원고를 다른 누군가가 발견해서 작가에게 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 원고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다니 말이다.




나도 어떤 원고를 주웠다면, 그리고 그 내용이 나의 마음에 와닿았다면

그 작가에게 원고를 돌려주려거나 그걸 계기로 그 작가를 만나고자 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원고를 발견하기 전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원고를 본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 사람을 찾기 위해 편지를 쓰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편견이겠지만, 

만일 우리나라에서 내가 원고의 발자취를 함께 찾고자 호기심을 발휘해서 연락을 하게 된다면

나는 그 사람이 누구며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나이가 어떻게 되며

나에게 안전한 사람인지 성격이 원만한지 내 편지를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을지 등등을 먼저 따져봤을 것이다.

괜한 짓을 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말이다.

물론 검증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낸다 해도 첫 편지만이 보내질 뿐 그 뒤에는 카톡이나 문자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이나 따스함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 아니라 가슴을 치며 통곡할 범죄소설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등장인물, 아니 진짜 있었던 일이니까 실제 각 편지의 주인공인 그들.

단순히 주인을 잃어버린 소설 원고를 어쩌다 읽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편지를 주고 답장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어떠한 사실을 알게 되어도 서로 외면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편지 속 대화 만으로 친밀감을 느껴 속마음을 내보일 수 있었다는 

그 사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첫 장을 읽었을 때는 단순히 원고를 찾아주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마치 어느 대륙에서 흘려보낸 유리병 속 편지가 저 멀고 먼 대륙 어딘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신문기사처럼 말이다.




안나 리즈 브리아르가 보내는 편지

파리 모리용가, 2016년 4월 25일




첫 편지가 보내진 후에 답장이 오고 그 답장에 다시 답장을 하고

새로 알게 된 사람에게 첫 편지를 보내면 그에 대한 답장이 오고

그 안에 누군가에게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서 알리기 때문에

이 책을 말하면서 등장인물과 편지 내용에 대해서 세세하게 언급할 수가 없다.

진짜 이야기든 상상 속의 이야기든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 중 어느 한 사람 만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으며

각각의 사정이 있어서 어떤 사건이 하나 있었다. 라고 성급하게 말하기도 어렵다.



첫 편지가 보내지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내가 책을 덮을 때까지 이야기는 끝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덮어도 그들의 삶은 계속되니까.



30년 전 잃어버린 원고 한 뭉치가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변화하게 된 것은 그 원고를 읽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원고가 거쳐 간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될 때마다 친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고 놀라운 이 사건,  

잃어버린 원고가 30년 만에 작가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 것으로 시작된 여정에 

진심을 다해서 동참해 주었기 때문이다. 

첫 편지부터 마지막 편지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 따스함이 이 책을 읽은, 읽고 있는, 읽을 예정인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우리가 이 편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거야말로 소설보다 소설 같은 이야기겠지만.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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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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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


이 책의 저자와 제목만 봐도
'내가 과연 집중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책을 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기원전 그리스인인데 어째서 2천 년이 지난 나에게도 이렇게 익숙한 사람인가.
그의 책을 2020년의 내가 읽게 되다니 생각해보면 대단하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등 학창시절에 무언가 배우고 외우고 시험까지 봤던 기억이 나는데 정작 책을 마주하고 나니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과 철학, 그리스 말고는 아무 기억도 나질 않았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가, 뇌세포가 죽은 것인가.  사실 배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닌가.



수사학이란 단어도 낯설었다.
수사학.  수사학이 뭐지? 이런 학문이 있어요?? 우.. 웅변대회 같은 건가요??? 아아아.


수사학 : 문학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ㆍ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



책을 읽고 나니 첫 장에서 저자가 언급하듯이 
수사학이라고 어렵게 명명되어 있지만 이는 특정 학문 분과에 속하지는 않지만, 
유용한 기술인 것이다.


청중을, 그리고 재판관과 배심원들을 나와 내 편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기술.



page 15, 수사학의 본질


이 책은 수사학이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수사학을 유용하게 쓰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며
어떻게 말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 편에게 이로운지 알려준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수사학의 유형에도 나오듯이 현대에 수사학이 필요한 사람은 
정치인, 법률가,언론인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넓은 시각으로 보자면 말과 글을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에게는 유리하게, 상대에게는 불리하게.  
혹시 상대가 말로 공격해온다면 그것을 도리에 나에게 유리하게.
이 공식이 필요할 것이므로
면접 보는 취준생, 집주인 또는 건물주와 싸워야 하는 세입자,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자신의 현 상황을 설득해야 하는 학생,
조별 과제에서 느닷없이 발표자로 뽑힌 대학생, 광고주를 설득해야 하는 홍길동 팀장, 
어느 당을 지지하는 유튜버,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하는 어딘가의 그 누군가 등등 
자신을 지켜야 하는 모두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기술이다.


말로 신뢰를 주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은 화자의 성품과 관련되어 있고, 
어떤 것은 청중의 심리 상태와,
어떤 것은 뭔가를 증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 자체에 관한 것이다.
>>> page 17,   제1권 제2장 수사학의 정의 중에서.



따라서 연설가는 자기가 칭송하려는 사람이 지닌 것과 아주 비슷하면서 최고로 고결한 것을 그 사람에게 돌려야 한다.
예컨대 성미가 급해서 화를 잘 내고 윗사람에게 흥분하는 사람에게는 솔직한 사람이라고 하고,
오만한 사람은 포부가 크고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 page 63,   제1권 제9장 선전을 위한 연설 중에서.


수사학이 무엇인지만 알면 이제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하는지 바로 말해줘도 될 텐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며 세분화하여 설명을 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유형을 보자마자 현대의 정치인, 법률가, 언론인이 떠오르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청중을 설득시키는 것이 절실한 집단은 이 세 집단이 맞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그리고 이 세 집단이 2천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자신의 편에 서라고 설득하는 것을 보면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앞으로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중요한 요소임을 절로 깨닫게 된다. 


page 27,  수사학의 유형



조언을 위한 연설
법정에서의 변론
선전을 위한 연설

----------------------------

** "조언을 위한 연설"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들과 관련해서 어떤 것을 권유하거나 만류하기 위해 대중 집회에서 행하는 정치 연설을 가리킨다. "선전을 위한 연설"은 제전이나 행사에서 신들이나 인물들을 칭송하거나 비난하는 연설이다.

>>> page 27,  제1권 제3장 수사학의 유형 중 각주.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 그런지 역자의 친절함이다.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학문처럼 다루어지는 이 책의 내용은 예상대로 복잡하기는 하다.
내용으로만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많은 예시들과 읽는 사람이 이해할 거라고 (2020년의 나까지 배려하진 않았겠지만) 
써 내려간 간결한 문장들이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만 모르는 내용인 건가.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역자가 각주를  달아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스 신화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용한 많은 책, 인물, 속담 등등을 각주와 함께 읽고 나면 
무엇을 설명하고자 했는지 이해도 쉽고 재미도 더해진다.


내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래와 같다면,


어떤 것과 반대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뭔가가 없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그 어떤 것은 더 중요하다.
>>> page 50,  제1권 제7장 상대적 이로움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로 좀 더 쉬운 말로 이해시켜준다.


가령, 미덕은 악덕이 아닌 것보다 더 중요하고,
악덕은 미덕이 아닌 것보다 더 중요하다.
미덕과 악덕은 목표인 반면에, 악덕이 아닌 것과 미덕이 아닌 것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 page 50,  제1권 제7장 상대적 이로움 중에서.



또한 많은 예시들의 상당수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각주와 함께 할 때 더더욱.


이것이 시인 안티폰이 디오니시오스의 명령으로 처형당하기 직전에, 
자기와 함께 사형당할 자들이 성문을 지나면서 얼굴을 가리는 것을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 이유다.
"당신들은 왜 얼굴을 가리는가?  내일 이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가?
>>> page 134,   제2권 제6장 수치심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위대한 철학자이며 여전히 살아있는 지성으로 느껴지는 것은
2천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마치 어제 쓰인 내용같이
기원전 한 사람의 통찰력이 이 정도인가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사학의 각 유형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그 설명을 바탕으로 청중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 감정 그리고 청중의 상태까지 말하고 있어서이다.



그리하여 행복이란 무엇이며 좋은 것과 이로운 것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즐거움을 얻는지 알아야
우리 편에게 이로운 쪽으로 조언할 수 있고
변론을 하려면 범죄자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야 한다.
청중의 심리 상태 즉, 무엇에 분노하는지 
어느 부분에 연민을 느끼고 그것이 의분과 어떠한 관계인지 알아야 
누군가를 칭송하거나 비난하여 우리 편에게 유리하게 설득할 수 있다.


이런 설명들은 지금 보아도 적용되지 못할 것이 전혀 없다.
다만, 읽다 보면 '맞아. 그리스인이었지. 하는 부분이 훅 느껴지는데
아래와 같이 남자와 여자의 평가 라든가 노인에 대한 평가 등을 보면서 그랬다.
거부감이 들거나 이해가 안 될 부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원전에 쓰인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본성적으로 더 뛰어난 자들의 미덕과 행위가 더 고결한 것이다. 예컨대 남자의 미덕과 행위가 여자의 것보다 더 고결하다.
>>> page 62,   제1권 제9장 선전을 위한 연설 중에서.


노인은 인생의 전성기가 지났기 때문에 대체로 청년과 정반대되는 특성을 지닌다.
.
.
노인은 악의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나쁜 쪽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실제로 나쁜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불신하는 것이다.
>>> page 154,   제2권 제13장 노년기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국가와 가족, 친구들 
즉 나의 편에 있는 자들을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될수록 
좋은 연설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청중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하는데
특히나 친구에 대해서 많은 강조를 한다.
친근함과 편안함 그리고 신뢰가 결국은 친구 관계와 같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연설가의 관점으로 설명한 것이지만 굉장히 보편적이고 여전히 변함없이 통하는 이야기라 그런지
순간순간의 글귀들이 우리가 한편일 때의 나의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우리는 자기 곁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친구에 대해 한결같은 우정을 드러내는 자를 좋아한다.
죽은 친구를 못 잊어 그리워하는 자를 누구나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
우리는 친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끝까지 버리지 않는 자를 좋아한다.
가장 친근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 page 122,   제2권  제4장  우의와 적의 중에서.



제1권, 2권 동안 청중을 어떻게 사로잡는가를 열심히 설명해 준 뒤 끝나는 줄 알았는데
- 국가와 법 그리고 인간에 대한 본질 파악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모두 나왔는데 무엇이 더 남았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문체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청중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치자. 그런데 말을 하고 글을 써서 전달해야 하는데
순서도 없이 너저분하게 말한다면 모든 내용을 알았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즉, 요리로 치자면 필요한 재료와 구하는 방법, 재료의 손질 방법, 요리 순서 등을 알려주고 
마지막으로 플레이팅까지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문체에 관해 다룰 것이다. 연설가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도 말아야 하는데,
이는 청중이 연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문체"로 번역한 그리스어 '렉시스'는 "문체, 어법, 화법"등과 같은 표현 방식을 가리킨다.
>>> page 223,   제3권 제1장 문체에 관한 서론적인 개관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문체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지만
그에 설명에 더해 
그는 이미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비록 이 책이 연설을 위한 책은 아니지만
어렵게만 느껴졌던 수사학이 명료하고 정확하게, 2천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적절하고 세련되게 설명되어 있질 않은가.


그가 이끄는 대로 나는 이 책을 잘 읽어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말로 위대한 철학자이자 지성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득의 기술이 이미 2천 년 전에 모두 정리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다니.
이 기술 안에 있는 대부분의 내용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요한 것이라니.
단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납득시켜버리다니.
무려 2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수사학의 필요성을 나에게 설득시키다니.

아리스토텔레스가 고대 학문의 완성자 라는 말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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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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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지만

나에게는 영국 작가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로만 기억되어 있을 뿐이고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제목 또한 생소한 듯 익숙한 듯, 너무 유명해서 마치 읽은 듯한 그 기분.

아마도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한 말이지만 대단한 작가의 대단한 책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틈틈이 나눠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첫 장을 읽기 시작하고는 하루 종일 책을 붙잡아서 결국 마지막 장까지 넘기게 하는 힘.

 

독서광이 아닌 나도 푹 빠져서 읽었으니 누구라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럴 테지.

 

책을 받자마자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두툼한 두께 그리고 차례에 빼곡히 적혀있는 각 장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었다.

단지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두꺼울 일인가.

이렇게까지 세세하고 단호하게 적어내려간 차례가 있었던가.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두꺼운 이 책의 이야기도 올리버의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없었으며

이러한 차례야말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드는 친절한 이정표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마치 나에게 '이건 꼭 들어봐야 할 이야기'라는 듯이

'어느 날 우연히 내가 알게 된 올리버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는 듯이

그리고 '그 소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를 둘러싼 사람들도 알게되었다'는 듯이

그래서 모든 상황을 살펴보니 '결국 그렇게 된 것이다.'라는 듯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각본이 내 상상 속에서 연극 무대로 올려진다.

 

자 봐봐.  가난과 함께 시작된 비극이 사방에 널려있고 이건 진실이지. 여기 올리버를 보라고.

하지만 현실이 아무리 잔인해도 결국 선한 마음이 이기게 될 거야. 

그래서 네가 어디에 있든 너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선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게 바로 희망이지.

 

 

나는 모든 역경에서 살아남아 결국 승리하는 선의 원리를 소년 올리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 page 10  저자 서문 중.

 

올리버 트위스트

어찌 된 일인지 어느 시골마을 구빈원에서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아이.  

힘겹게 태어났지만 결국 혼자가 된 아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구빈원의 고아라는 낙인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이 아이의 삶이 너무나도 고달프고 서럽고 불행해서

비참한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 지경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올리버가 태어난 이후로  끔찍한 고아농장에서 맞이하게 된 9살 생일까지 전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작가가 친절하게 풍자와 해학을 가득 담아 써주었기 때문에 한숨을 쉬면서도 계속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런 방식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노부인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끝을 모를 정도로 아이들의 몫을 뜯어낼 수 있을 만큼 뜯어내고 있었는데,

대단한 경험주의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 page 24

       1부 2장 '올리버 트위스트의 성장과 교육, 숙식을 둘러싼 특징' 중에서.

 


올리버 앞에 등장하는 평범하고도 자비로운 이웃들은, 아니 높으신 분들은 

늘 올리버를 이용하고 학대하고서 되려 큰 소리를 쳤다.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이 홀로 견뎌야 했던 어리고 약하기만 한 올리버는

굶주림으로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고 매를 맞았고

비참한 곳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다고 눈물로 호소했기 때문에 버려졌다.

 

책 표지 뒷면의 [1834년 시행된 신 구빈법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비판했다.] 라는 말처럼

올리버는 구빈법을 통해 목숨을 연명했는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런 어린 아이에게조차 일말의 동정심이 없던 신사들 

그리고 구빈원 사람들과 고아농장 아이들에게 만은 최고 권력자처럼 굴던 '말단' 교구관

올리버에게 배은망덕하다거나 문제아라며 쏟아내던 모든 비난은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구빈원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설'일뿐이니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올리버는 굴뚝 청소부가 되거나 배를 타서 허드렛일을 할 수도 있었고

장의사의 어엿한 보조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오래 살지 못했을 거였기 때문에 

마침내 용감하게 도망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열렬히 응원하게 되었다. 

그래.  어서 길을 떠나. 이보다 나빠질 수는 없을거야.  라고.

 

아이가 낮은 쪽문 위로 기어올라서 작은 두 팔로 올리버의 목을 감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 하느님이 지켜주실거야!"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 축복은 올리버가 생전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이후로 온갖 고난과 역경, 변화 속에서도 올리버는 이 축복의 말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 page 91

       1부 7장 '계속 반항하는 올리버' 중에서.

 

 

올리버는 런던으로 갔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물론 어느 시골마을 구빈원의 고아가 런던으로 갔다고 느닷없이 번듯한 직업이 생기거나 

늘 꿈꿔오던 가정이 생긴다거나 앞날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이 기다리지는 않았다.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런던 빈민가에서 영리한 소매치기가 될 기회 정도를 얻게 되는 것뿐이었다.

 

올리버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동료들의 소굴 외에는 갈 곳이 없었고

우연히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브라운로씨를 만나게 되어 좀 더 나은 삶을 

최소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락하지 않도록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시 그들 무리의 손아귀로 떨어지게 되었으니 

아 이제 올리버는 런던 빈민가 그 뒷골목을 떠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올리버의 모험이 구원과 타락 사이를 오가면서

'말단'교구관과 브라운로씨, 페이긴 무리들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게 되는데 

중간중간 작가는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아직 남은 이야기를 향해 어서 따라오라는 듯이 

친철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정신 바짝 차리고 올리버를 둘러싼 이야기에 집중하라고.

 

이렇게 장면을 전환하려는 데에는 훌륭하고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독자들이

당연히 하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독자들을 이 여정에 초대한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 page 193 

      1부 17장   '올리버의 불운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리버의 평판을 나쁘게 만들 위대한 인물이 런던에 나타나다' 중에서.

 

 

곧 1부가 막을 내린다. 내내 가엾은 올리버가 처해진 상황은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타락하지 않은 올리버가 맞이하게 되는 구원은 손길이 2부로 이어진다.

 

1부를 지나는 동안 그 누구도 올리버에게 타락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았고

오히려 잔인한 본성 그대로를 누구라도 올리버에게 쏟아냈으니

세상에 대한 복수나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라도 충분히 문제아가 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선이라는 듯이 올리버는 타락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노력했다.

 

"오, 제발 절 보내주세요! 그냥 도망가서 들판에서 죽게 내버려 두세요.

다시는 런던 근처에도 안 올게요. 절대 다시는요! 

오, 제발 절 가엾게 여기셔서 도둑질만은 시키지 말아 주세요. 

천국에 사는 빛나는 천사님들을 생각해서라도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 page 251 

       1부 22장 '도둑질' 중에서.

 

올리버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당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깟 도둑질은 대수도 아니지 않나.라고 타락한 나는 생각했다.

모두가 문제아라고 손가락질하면 결코 사실이 아니더라도 차라리 문제아가 되는 편이 쉬울 텐데.

 

올리버는 순수함과 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구원의 손길에 닿았다.

과거를 털어놓을 수 있었고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행복한 날들이 흘러갔다. 낮에는 평화롭고 고요했고, 밤에는 무섭지도 걱정스럽지도 않았다.

비참한 감방에서 괴로워하거나 비열한 인간들과 어울릴 필요도 없었고,

그저 즐겁고 행복한 생각만 하면 되었다.

>>> page 357 

       2부 9장 ' 올리버가 다정한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게 된

                        행복한 생활에 대하여' 중에서.

 

2부에서 불안하지만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져서

곧 3부에서는 페이긴 무리를 따돌리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란 올리버의 이야기가 나오려나 했는데

뜻하지 않은 비밀들이 3부에서 펼쳐지고 그동안 펼쳐진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진다.

 

2부에서도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3부에서 페이긴 무리의 낸시가 결정적으로 올리버를 도와주고 상황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아마도 올리버가 구원받지 못했다면 낸시처럼 살게 되지 않았을까.

 

"돌아갈래요. 돌아가야만 해요. 그 이유는...

아, 당신 같은 순진한 아가씨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까요?

내가 말한 남자들 중에 가장 절박한 처지에 있는 남자가 있는데, 그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죠.

내가 지금의 삶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해도 안 된답니다." 낸시가 말했다.

>>> page 452

       3부  3장 '앞장에서 이어지는 기이한 대화 장면' 중에서

 

올리버는 선한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갖게 되었고

악한 사람들은 각자의 욕심에 걸맞은 마무리를 가졌기 때문에

나도 마음 편하게 마지막 장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통렬한 사회 비판이 담긴 책인데 동화 같은 마무리라니.

 

선이 승리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던 작가의 말 그대로였다.

 

다만, 올리버가 겪은 불행들이 너무나 먼 과거의 이야기 같지 않고

머나먼 나라에서만 일어났을 것 같은 생소한 이야기 같지 않고

어쩐지 지금도 어느 마을의 누군가에게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구빈원의 고아. 에서 이름만 바뀐 그 무엇의 비극이 여전해서인가.

 

이 책은 이렇게나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텐데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당시의 현실보다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을 보니

선과 악의 싸움에서 아직도 선은 승리하지 못하고 있나보다. 역경 속에 있는거지.

작가의 통렬한 사회 비판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통하고 있다니.

 

아. 책을 참 재미나게 읽었는데 결말을 곱씹다보니 갑자기 씁쓸한 맛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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