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이현민 지음 / 새빛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IT업계에 큰 휙을 그은 인물인 스티브 잡스와 미술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나도 알 정도의 미술계의 거장 천재 화가 피카소에 대한 이야기인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피카소에 대한 이야기 또는 그 반대겠지. 라고 추측했었다.

어쩌면 대단한 둘 사이에 무언가, 말하자면 '서프라이즈'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가끔 나오는 이야기처럼 기막힌 인연이 있거나 평행이론이 존재한다거나 하는 일반인들은 모르는 뒷이야기가 있는 걸까. 스티브 잡스가 피카소의 그림을 구매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그것이 애플에 미쳤던 영향이라든가 말이다.

책 소개와 책 표지를 천천히 읽고 난 후 자극적이고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내용을 찾으려 했던 나를 반성했고 피카소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인 미술 무식자인 나를 미술의 세계로 이끌어 주리란 기대에 오히려 신이 났다.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미술에 관한 책이라면 미술 기법, 의미, 시대, oo 파, oo 주의 등과 같은 이야기가 쭉 나열되어 미술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특히 oo 주의는 미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던데 고등학교 때 시험 보기 위해 열심히 외웠던 기억은 있는데 oo 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피카소의 작품, 모나리자, 프리다 칼로 등 오며 가며 주워들은 기억은 나지만 이들이 왜 이토록 유명하고 게다가 비싸기까지 한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 작품이 이렇게 뛰어나다는 것은 어디를 보면 알 수 있는 걸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을 텐데 무엇이 다른 걸까. 왜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그 가치는 변함이 없는 걸까. 누구나 만들법한 작품을 내놓고 거기에 말을 만들어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현대 미술 아닌가. 물음표로 가득한 미술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분야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림을 보며 부분부분 설명을 해주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미술을 글로 읽는다면 결국 미술 교과서와 별반 다르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책을 펼쳐 저자의 말을 읽자마자 안심했다.

저자도 그랬다고 했다. '내가 해도 이거보다는 낫겠다' 라고 생각했다고. 나와 다르지 않다.

미술은 나에게 다가서기는 어려우나 아주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은 존재였으니 그 시작이 이 책이 될 거라는 것에는 물음표가 없다.


볼거리가 많은 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또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인문교양 미술사'를 찾는 이들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는 출판되었다.

>>> page 005 개정판을 출판하며


<영화 속 그림 읽기> 수업에서 사용되었던 강의서를 기초로 탄생된 책이라고 하더니 책은 영화와 미술의 만남이었다. 책의 소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벌써 미술과 친해지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내가 이미 봤던 영화 제목을 보면 더 그랬다.


01 영화 《다빈치 코드》와 전인형 인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시대

=> 다빈치 코드 영화는 못 봤지만 원작 소설을 최근에 읽었다. 소설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에 대해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사실인 듯 허구인 듯 애매하고도 솔깃한 해석을 내놓았지만 명백한 허구임을 저자는 짚어준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댄 브라운의 허구가 내 기억 속에서 사실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해부학, 천문학, 물리학, 음악, 미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천재이지만 그중 가장 강렬한 활동은 역시 회화다. 그림에 관해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모나리자]만큼은 바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그림 = [모나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과 관련된 추측들이 난무하고 아직도 [모나리자]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나도 덩달아 모나리자에 열광하게 된다. 많은 패러디가 쏟아지고 인터넷상으로만 수도 없이 본 그림이라 모든 부분이 친숙하다. 하지만 그 당시로 보면 독창적인 포즈, 레오나르도 다빈치식의 스푸마토 기법의 독창성 등으로 굉장히 창조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단 한점의 창조적인 그림으로 당시 시대를 표현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놀라움을 준다는 것이야말로 명작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예술적, 기술적 뛰어남이나 작가의 천재성에 대해 아무리 칭송해도 결국 그 눈썹과 미소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다.


02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세계 최초의 자유미술경제시장

=> [진주 귀고리 소녀] 책을 사놓기는 했는데 왜인지 아직도 읽지 않았다. 우연히 보게 된 책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억해두었다가 책은 샀는데 마치 액자처럼 표지만 보고 있는 중이다. 책 표지의 그림을 보았을 때만 해도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인지는 모르고 있었고 책을 사려고 검색을 하면서 딸려 나온 많은 정보들 중에서 존재하는 작품인 것을 알았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상화라기 보다 순간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책을 읽으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베르메르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그림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기 때문에 편안하지만 생동감 있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보여준 베르메르의 그림 또한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숨겨진 의미나 남다른 창조성 없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림들이다. 이렇게 평범 하도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 왜 많은 화가들이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를 궁금해하던 찰나 현금이 넘쳐나던 당시 네덜란드 경제가 오히려 보통 사람도 그림을 가질 수 있게 하고 화가가 후원자 없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다양하고 세분화된 미술가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만일 베르메르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부유한 후원자를 위해 그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었으니 더 이상 책 표지를 그림 감상용으로 사용하지 말고 읽어야겠다.


10 영화 《취화선》과 서양에서 오는 동양 바람 타시즘

=> 조선시대 천재화가 장승업과 서양의 추상미술을 함께 논하다니 의외의 내용이었다.

추상화라는 것은 점, 선, 면, 색채로 표현하는 거라 그림을 봐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정물화나 풍경화, 초상화는 어떤 방식으로 그려져 있든지 접근하기가 쉽다. 심지어 06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마티스의 춤추는 색채 힐링에서 말하는 야수파 정도만 해도 이해 가능할 거다. 아. 입체파와 현대미술이 있지. 미술이 이렇게나 어렵다.

다시, 저자는 취화선에서 현대 서양 미술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백의 미, 절제된 붓놀림으로 완성되는 한국화, 단 한 번의 붓질로 완성하는 동양의 서예화에서 절제된 표현으로 작품을 완성해내는 타시즘(서정적인 추상화)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이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 아무런 연관성도 찾을 수 없을 테지만 작품을 표현해내는 철학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우리와 맞닿아있는 추상화.

앞으로 점,선,면이 달리 보이게 될 거다.


12 영화 《아르테미시아》와 1970년대 재발견된 여성화가

=> 어느 분야에나 최초의 여성. 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 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별도로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화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이름이 생소하다. 책을 읽기 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천재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에 와서야 서양미술사에 등장하게 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책에 나온 작은 그림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만을 보면 카라바지오의 [유디트] 보다 생생한 느낌이 잘 표현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조차도 모든 미술사를 통틀어 생각나는 여성화가라고는 프리다 칼로뿐이다. 이름만 알고 있다가 친구네 집에서 프리다 칼로 전기를 읽었었다. 작품의 대부분이 자화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이 잘 느껴져서 인지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함께 바라보면 단순히 그림 자체를 평가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




03 영화 《카미유 클로델》과 불운의 연인 카미유가 흠모한 로댕의 조각 사랑

04 영화 《누드모델》과 마네의 누드 스캔들

05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와 만인의 연인 인상주의

06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와 마티스의 춤추는 색채 힐링

07 영화 《타이타닉》과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08 영화 《파리의 미국인》과 라울 뒤피의 수채화 빛 무대

09 영화 《배트맨》과 1차 세계대전 후 다다의 이상세계

 

11 영화 《폴락》과 미국의 시대를 연 현대미술 '액션페인팅'

 

13 영화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후예 검은 피카소

14 영화 《인사동 스캔들》과 도난, 복제및 예술품의 가치와 보존


총 14개의 영화+미술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각 장마다 영화의 간략한 설명과 그와 관련된 미술사의 이야기와 해당 그림들이 가득했고 대부분이 새롭고 신기한 내용이었다.

작가들의 개인사를 읽다 보니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간간이 나오는 그림, 사진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친근한 말투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림이 실려야 해서 그런지 종이 질이 좋다. 반질반질.


시각예술과 친해지기 위한 미술사 입문자용으로 적합!!


그러나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용은 영화와 미술의 관련성이 주된 내용인데 느닷없이 스티브 잡스를 전면에 내세우다니. 바로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좀 더 창의적인 제목이었으면 어떤 책인지 바로 알 수 있어 좋았을 것 같다.


내용과는 별개로 아쉬운 점,

책의 소제목들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인데 14편의 영화를 모두 본 상태로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해당 영화나 책을 보았더라면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방향을 좀 더 잘 이해했을 텐데 말이다. 특히 카미유 클로델과 폴락, 바스키아 등 작가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를 봤더라면 작품을 가치나 유명세로 따지지 않고 작가의 인간적인 면까지 포함하여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떠한 형태의 미술이라도 결국 사람을 담고 있구나를 느끼기 쉬웠을 텐데.


작은 다짐,

잊지 말고 영화를 다 챙겨 보고 난 뒤에 책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미술사에 대한 책을 읽었으니 이제 기회가 된다면 전시회를 가봐야겠다.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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