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1.

두 권의 '장미의 이름'을 얻었다. 한 때 같은 회사에서 일하다 이제는 조금 떨어져있는
한 동기가 프라하 여행을 간다하길래 프라하 시청사의 고색창연한 모습이나 그리운 까를
다리에 앞서 체코어로 출간된 '장미의 이름'을 신의씩이나 걸고 구해올 것을 거의 '요구'
한 터라 그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네델란드어 본은 최호준 선배가 한-EU FTA 취재를
위해 벨기에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룩셈부르크와 함께 네덜란드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이 나라에서 어쩌면 네덜란드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를 했다. 선배와
파트너는 황송하게도 2시간이나 되는 금쪽같은 브뤼셀에서의 시간을 이 책을 찾는데
할애해주셨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지난 일주일 동안 6자회담을 위해 베이징에 가있으면서 왕푸징의
대형서점을 비롯해 들렀던 몇 군데의 서점에서는 중국어본 장미의 이름이 전부 품절
이었다라는 다소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다. 화문서적에 기대를 걸 뿐이다.

 

2.

장미의 이름은 수많은 스펙트럼을 가진 보물같은 책이다. 그 속에선 중세 기독교의 
교리 논쟁과 황제와 교황의 기싸움같은 거시적인 움직임뿐 아니라 수도사들의 생활, 
필사본의 매력, 꿈결같은 프리마 녹테, 그리고 반그리스도를 상징할 만한 진리에의
투쟁의 미시적 드라마가 펼쳐진다.

나는 그 수많은 테마들 중에서 호르헤에 의해 불타버린 장서관의 폐허를 앞에 두고
윌리엄이 아드소에게 들러준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체코어 부분, 405p )                                                         (네덜란드어 부분, 511p  )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하는    
       법이다.


무언가 자신의 목숨을 대신할만큼 위대한 대의명분이 있다면 그것은 영광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대의명분이란 것이 대체로 포장된 욕망이며 감춰진
헤게모니의 암투의 소산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자신의 목숨, 때로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대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 내가 국가와 민족을
강조하는 이들을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종교, 민족, 국가의 이름을 빌어 개인의 강요된 '자발적 희생'을 요구할 때 그것은
다름아닌 파시즘의 어두운 악취가 풍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신앙과 피와 구성원
의 순결함에 대한 욕망들이 그 옛날 중세의 이단 심문대에서, 아우슈비츠에서,
보스니아에서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와 수많은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필요로 했는지 알고 있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아니면 개인의 일상에 스며있는 것이든 순수함에 대한 욕망이
파시즘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 일인지도 알고 있다. 케케묵은 말처럼
들리는 차이에 대한 인정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옹호는 그래서 관용으로 가는
가장 적절한 길이며 그것으로  진리를 '비웃고'  도그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내가 '장미의 이름'을 통해 배운 것이다.

 

 




 

 

 

 

 

 

 

 

 

 


 

   

 

 

 

 

 

 

 

 

 

 

The Name of the rose (영어)

    장미의 이름으로

    장미의 이름

    El nombre de la rosa (스페인어)

    Il nome de la rosa (이탈리아어 원본)

    薔薇の名前

    Der namen der rose (독어)

    Rosen namn (스웨덴어)

    Le nom de la rose (프랑스어)

    De namm van de roos (네덜란드어)

    Jueno ruze (체코어)

 

저 책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몇몇 지인들은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하길래
저 책들을 다 읽는다는것이냐라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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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7-2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서가 범주를 넘어서시는 듯합니다.^^

베토벤 2007-07-2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에 비하면 새발에 피지요. ㅎㅎㅎ

castrato 2007-08-0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하는 탄성을 저도 모르게 질렀습니다.

애봉유 2015-05-1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에서 네덜란드어사전을 오픈했습니다. 많이 사용해 주세요 :)
네덜란드어사전 바로가기>> http://nldic.naver.com/
 

결국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망각한다. 세월이 흐른 뒤에는 망각된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되어 버린다. 이 편리하고도 끔찍한 전도. 식민지를,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자학이 아닌 책임이며 그 책임은 처벌이나 의무나 강요가 아닌 인정이고 극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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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미의식과 군국주의
오오누키 에미코 지음, 이향철 옮김 / 모멘토 / 2004년 9월
26,000원 → 23,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00원(5% 적립)
2004년 09월 04일에 저장
절판
어쩌면 아름다움에는 본질적으로 잔인함이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이란 이성을 마비시킴으로써 대상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 적의 함선을 향해 날아들던 그 특공대들은 카미가제(神風)가 아니었다. 그저 활짝 핀 사쿠라 꽃잎이었을 뿐.
천황의 군대와 성노예
미네기시 겐타로 지음, 박옥순 옮김 / 당대 / 2001년 8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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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받아들이는 우리는 중용을 지킬 수 있을까. 군과 정부에 의해 강제로 징용된 정신대와 민간에 의한 성매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역사를 사실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종전 조서' 800자로 전후 일본 다시 읽기
고모리 요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4년 09월 03일에 저장
절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천황의 815선언은 무조건적인 항복선언이 아니고 사죄의 선언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저 광폭한 무리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끝마친다고 하는 종전조서일 뿐이다. 코모리 요이치는 조서에 담긴 레토릭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시대의 정황에 맞추어 천황을 옹호했던 이들의 음모와 전략을 파헤친다. '역시'라는 감탄사가 충분한 시점.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카또오 노리히로 / 창비 / 1998년 10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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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까지 일본은 제대로 사죄한 적이 없으므로 이제는 제대로 해야한다. 이 달콤한 논리에 휘말려 백낙청 선생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카토의 논리는 '일본의 희생자를 먼저 생각하고 그 마음으로 아시아의 희생자를 생각하자'라는 것이다. 역이 아니라. 가소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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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엘리트인가 민중인가 아니면 모두인가. 미시사와 거시사를 어우르는 안목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내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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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을 위한 변론
리처드 에번스 지음, 이영석 옮김 / 소나무 / 199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4년 05월 15일에 저장
절판
미시사의 즐거움- 17~19세기 유럽의 일상세계
위르겐 슐룸봄 지음, 백승종.장현숙 엮고 옮김 / 돌베개 / 2003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4년 05월 15일에 저장
절판
미시사란 무엇인가
곽차섭 엮음 / 푸른역사 / 2000년 8월
19,500원 → 17,550원(10%할인) / 마일리지 9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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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세기 사학사-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 역사학은 끝났는가?
게오르그 이거스 지음, 임상우.김기봉 옮김 / 푸른역사 / 1999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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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대동아 동아시아- 근대 일본의 오리엔탈리즘
고야스 노부쿠니 지음, 이승연 옮김 / 역사비평사 / 2005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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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포스트콜로니얼- 식민지적 무의식과 식민주의적 의식
고모리 요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2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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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 기억의 정치, 망각의 윤리
타카하시 테츠야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8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4년 09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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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기억
도미야마 이치로 지음, 임성모 옮김 / 이산 / 2002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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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때 '장미의 이름'을 주워들은 이후 이 책은 내게 그대로 '고전'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어학에 대한 집착(집착만 가졌을 뿐 노력을 안해서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대학생이 되고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생기면서 그 나라 언어로 나온
장미의 이름을 구한 것도 벌써 몇 해가 지났는데 생각보다 지지부진해 보인다. 그래도
하루이틀 작업이 아니라 평생 작업으로 삼을만 한다데 사놓은 것들은 언젠가 국어책읽듯
넘겨보는 때가 오기를 고대 (고대만 할 뿐 노력을 안해서 문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바닥부터 영문판(하드커버), 이윤기역판 (우신사에서 나온 옛날 책도 있는데 찍을 때
못찾았다.) 일어판, 이탈리아어판, 스페인어판, 독어판, 불어판, 스웨덴어 판.  가까이
있는데 중국어판을 구하지못한 것 (거의 안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의외. 그간 네덜란드,
그리스에 들를 기회도 있었는데 조그만 마을만 지나다 보니 서점에서 팔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러시아어판과 체코어 정도는 올 가을에 구입할 수 있을 듯.

친구들아 학회는 미국에서만 하지 말아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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