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망각한다. 세월이 흐른 뒤에는 망각된 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되어 버린다. 이 편리하고도 끔찍한 전도. 식민지를,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자학이 아닌 책임이며 그 책임은 처벌이나 의무나 강요가 아닌 인정이고 극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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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름다움에는 본질적으로 잔인함이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이란 이성을 마비시킴으로써 대상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 적의 함선을 향해 날아들던 그 특공대들은 카미가제(神風)가 아니었다. 그저 활짝 핀 사쿠라 꽃잎이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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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천황의 815선언은 무조건적인 항복선언이 아니고 사죄의 선언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저 광폭한 무리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끝마친다고 하는 종전조서일 뿐이다. 코모리 요이치는 조서에 담긴 레토릭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시대의 정황에 맞추어 천황을 옹호했던 이들의 음모와 전략을 파헤친다. '역시'라는 감탄사가 충분한 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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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렉스를 감추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같은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식민지 컴플렉스의 총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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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기억상실증. 부르디외는 근대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병리적 징후를 이렇게 불렀다. 민족이라 불리는 집단들이 그들 폭력의 과거를 잊고자 하는 몸부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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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진다는 것은 훈계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다. 그것은 인정이고 계승이며 극복이다. 테츠야는 한나 아렌트적인 의미에서의 '판단'을 근거로 일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라고 단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