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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산타 마을에서는요... - 산타 할아버지의 열두 달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6
구로이 켄 / 길벗어린이 / 1999년 11월
평점 :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 계실까? 많은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심을 하지요.
어떻게 혼자서 세상의 많은 아이들에게 한꺼번에 선물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내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제대로 알고 계실까? 왜 갑자기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타나고, 다음날엔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엄마, 아빠가 산타 흉내를 내는 거라는 소문이 유치원에 돌던데 그게 사실이 아닐까?
이 책은 산타 할아버지들의 일년 동안의 생활을 월별로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너무나 현실감있게 그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어서 아이들의 궁금증, 의심, 걱정에 대하여 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좋은 책입니다.
1월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아이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고, 장난감 나무 씨를 뿌리고, 사슴 학교에서 아기 사슴들을 연습시키고, 썰매를 손질하고, 착한 아이를 찾으러 다니고, 선물을 포장하고... 정말 일년 내내 바쁜 산타 마을의 풍경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림이 없이 글만으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2월, 편지를 읽는 대장 산타가 '커다란 배를 출렁출렁 흔들어 대며' 웃는다는 글의 표현은 커다란 배가 출렁출렁 흔들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이 현실감을 줍니다. 8월, '바다에 두둥실 떠서 낮잠을 자던 대장 산타는 햇볕에 수염까지 까뭇까뭇 타 버렸네요.'하는 글도 그렇구요. 장난감 나무 씨를 뿌린다는 이야기는 생각만으로도 기쁘고 흥분됩니다. 4월, 사슴 학교에서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엄마 사슴들이 꼬마 사슴들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다는 글은 더욱 그 장면을 실감나게 해 줍니다. 5월, 산타 할아버지들이 신체검사를 받는다는 기발한 상상에는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글 만으로도 이렇게 눈 앞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이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구로이 켄의 아름다운 그림이 더하여져 머릿속에 펼쳐지는 영상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합니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액자를 만들어 벽에 걸어 두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군요(저는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들이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에서는 그림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글은 단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만 되어 있지만 책을 읽는 우리는 산타 할아버지들이 세계 곳곳의 여러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준 이야기를 그림으로 읽을 수 있지요. 이런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자 장점이겠지요. 글없이 그림으로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요.
제가 제일 마음에 드는 페이지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침해가 뜰 무렵 빈 수레를 끌고 산타 마을로 돌아가는 썰매들의 행렬이 그려진 그림이 있는 페이지요. 일년 동안 바쁘게 준비한 일을 잘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안도감 때문인지 수레 가득 담겼던 선물들을 받았을 아이들의 행복한 마음이 느껴져서인지... 어쨌든 만족감을 가득 느끼게 하는 결말입니다. 그래서 제 얼굴에도 어느새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되지요.
이렇게 마음이 행복해지는 책을 만나면 보통은 책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게 되는데요(이 책도 물론 그랬지요), 그런데 처음 볼 때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요(이 책이 바로 그랬어요).
1월, 새해 첫날 대장 산타의 집에서 산타들이 모여있는 페이지에서 '산타 할아버지들은 따뜻한 방안에서 싱글벙글 이야기를 나누어요.'라는 글을 읽을 때 말이예요... 처음에 읽을 때는 산타들이 새해 인사를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다른 이야기들도 막 들리는 거예요. '내가 아프리카에 누구네 집에 갔더니... 어쩌고...', '서울에 있는 누구네 집은 문이 잠겨서... 저쩌고...', '호주에서는 얼마나 날씨가 더웠는지... 어쩌고 저쩌고...'
정말 그림책 읽기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