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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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를 읽은 지 몇 년의 시간이 지났더라. 오랜만에 이혜경의 소설을 펼쳤다. 내 기억 속의 작가는,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묘사가 또렷하고 강직했다. 글이 남기는 여운도 심상치 않았다. 나는 ‘틈새’라는 소설에서 어느 틈에 빠져 꽤 오랫동안 허우적거렸다. ‘너 없는 빈자리’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과연, 그랬다. ‘너 없는 그 자리’는 흔들리는 날, 불안한 삶의 어느 순간을 포착한다. ‘네’가 없고, ‘그대’가 없고, ‘너’가 없는 그 시간들... 그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왜 이리 쓸쓸해지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그토록 쓸쓸한데, 나는 어느 순간, 이건 나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다, 라고 느꼈다.

 

나에게 잘 지내?, 라고 묻고, 나는 그저 속절없이 울고 싶어졌고... 내 아픔과 슬픔을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얼마나 슬펐고 힘들었는지에 대해 몽땅 다 말하고 싶었고... 그러면 마음 한 곳이 시원해질 것 같았고, 그렇게 너는 나에게 어떤 위로가 되어주고...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한다고 했던가. ‘너 없는 그 자리’를 읽는 것도 그러했다. 제목이 참 입을 간질거리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은 더하다. 가슴을 간질인다. 그 느낌에 쓰린 무엇들은 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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