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 그렇게 후추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신다. 설렁탕이나 만두굿 등 탕 요리를 먹는 날이면 그렇게 후추를 치시는데 스스로 오감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미각 만큼은 둔한지 그렇게 후추를 넣어 먹어도 별다른 차이를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맛에 차이가 있다는 말도 크게 공감이 가지 않고, 향신료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러던 차에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향신료 세계사"를 보았다. 후추가 순금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치열한 투쟁의 역사이 이면에는 향신료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같은 향신료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평소 별다른 감흥이 없었기에 오히려 도대체 뭐가 있기는 있는 걸까 궁금증이 더 커져버렸다. 이러한 궁금증은 책 초반에 이에 관한 설명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즉, 음식을 보관하기 어려운 시대에 어느 정도 상한 맛을 감추어 주기도 했고, 또 서민들이 먹던 밋밋한 음식에 향신료는 그 맛을 180도 바꿔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종교적 제의에서도 필요했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들은 엄연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일들. 책은 초반에는 향신료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풀어 나갔고, 중반 이후로는 각각의 향신료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향신료로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니, 향신료가 만든 역사라고 해야 하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처럼 새롭게 해주는 책을 읽을 때면 무척 재미있다. 특히 빠른 이야기 전개와 평소에 알지 못했던 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들에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었다. 독특한 소재에 먼저 관심을 가져준 저자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