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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출판사가 소개한 소개글을 훑어 보면서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문장에 반했다"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독백식으로 무덤덤하게 던지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세심한 문체와 표현에 마음이 확 끌린 것이다. 이를테면 책의 초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마오.
나는 알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봄과 사랑도
그것들은 이윽고 멸망하는 것.
봄과 사랑, 사랑은 무엇인가? 나는 모른다. 그것은 다만 하나의 이름에 불과하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 사랑이란 부드럽게 흐르는 서정성이며 그것이 이상한 형식의 센티멘털로서 이따금 나를 엄습해오는 것으로 감미로운 동시에 괴로움을 주는 것이다. 아니면 사랑이라고 할 때 엘리자베트를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위의 문장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서문처럼 읽히겠지만 애달픈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울림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헤세가 사랑했던 엘리자베트, 그렇기에 사랑은 엘리자베트일까? 라는 식으로 표현한 문장은 아무런 기교도 없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헤세가 툭툭 내던지는 말들이 때로는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거나 포근히 안아주고, 때로는 그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에 동질감이나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고, 때로는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그의 견해로 인해 그에 반하는 나의 생각과 마음을 곱씹어 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의 초반에는 일기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헤세의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 후반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정리된 그의 생각들을 읽어 볼 수 있었다. 첫눈에 반했지만 알아가면서 시들해 지는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 반했던 그 마음이 책의 처음 중간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여러가지 삶의 문제들로 쳐지고 지친 나의 사막과 같은 마음에 오랫만에 단비를 내려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