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시선 - 연대보다 강력한 느슨한 연결의 힘
김민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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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의 시선>. 내가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저자 김민섭의 전작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기사>를 읽으면서 저자가 느꼈던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공감” 그리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님의 추천평 때문이었다. 책상 앞에서만이 아니라 직접 몸을 부딪쳐 가며 보고 보고 느끼고 알게 된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약간은 무덤덤한 듯 풀어 나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번 신작에서는 어떤 어조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됬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대학의 경계, 청년의 경계, 작가의 경계(실제  책속의 장 이름이 아니라 세개의 장을 그냥 내가 붙인 이름이다). 책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었다. 첫번째 대학의 경계에서는 대학에 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관계가 없지도 않는 조교, 시간강사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음. 저자가 시간 강사로 지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솔직히 조금 의아했다. 지엽적인 것 같았고 경계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기는 했지만 시간강사나 조교의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어떤 부연 설명이 없이 등장하는 대학 이야기가 그냥 좀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할까? 대학을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그저 비유로, 은유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첫 장부터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다.

청년의 경계는 대한민국의 경직된 사회 구조, 그 안에 갇혀버린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눈길이 갔던 것은 “젊은 꼰대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장이었다. 이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청년들의 생각,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내가 이후에 어떠한 삶을 살아가든 나의 과거를 미화하거나 추억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썼다”는 저자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게 될 때 지금의 여러 부조리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작가의 경계에서는 글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었다. SNS에 올라가는 글들, 책에 실리는 글 등 글과 글쓰기와 작가 혹은 편집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중오와 분노에 대한 그 차이를 알게 된 장이었다. 분노는 하되 증오하지 말라.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날카로움의 깊이가 조금 얕아졌나 싶지만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고, 책을 덮을 무렵 예스 24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한테는 『대리사회』 말고도 제가 쓴 책들을 많이 물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대되는데, 저자의 바램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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