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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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를 집어든 이유는 동일한 저자의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 개정판을 아주 재미있게 본 기억 때문이었다. 이전 책에서 언급되었던 여수 이야기, 작업실 이야기 또 작품(그림) 이야기 등이 궁금했는데 과연 이번 책에서 이전 이야기들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얼마만큼이나 풀어 내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일단 책은 이전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쉽고 재미있었다. 여수에 글쓰는 작업실을 얻고, 또 여수에서 하루 세 번의 배 편만이 운행하는 섬에 그림 작업실을 만들어 가는, 여러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저자가 겪었던 일들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들에 대해 뼈 있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었다. 심각하다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쉽고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는 문장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책은 총 스물 네 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슈필라움(놀이공간이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 이라는 공간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가 여수로 가고 여수에서 또 섬으로 들어간 것이 바로 이 슈필라움을 찾아 들어간 것일 텐데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책을 읽고 있는 내방, 내 공간을 한번 둘러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전 책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에서 저자가 보여준 글쓰는 작업실의 공간, 그러한 공간과 무의식적으로 비슷하게 꾸민 것 같은데 완벽하게 나만의 슈필라움은 아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런데 저자는 이런 글쓰는 작업 공간 외에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 공간을 하나 더 갖게 된 듯 싶었다(여수에서의 생활을 접고 섬으로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여수와 섬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부럽다고 해야 할까. 나도 아이들 장가 시집 보내고 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뭐 나만의 공간이이라는 것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며 더 애착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저자가 그린 작품들과 또 김춘호 사진 작가의 감각적인 여수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에 김정운의 여수만만이르는 제목으로 연제했던 글들을 모았다는 이 책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여러 틀로 해석한 저자의 생각들을 정말 아무런 부담 없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은 신문에 개제되었던 그동안의 글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며 저자가 공유하려던 저자만의 슈필라움을 확인해 보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구절들

* 입자와 같은 개별 사건들을 연결하는 그 행위가 바로 의미부여다. 개별 사건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순한 택트에 불과한 사건들을 연결하는 그 의미부여가 의식의 본질이다.


*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꾸어야 한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쓴 말년의 역작 공간의 핵심 내용이다. 공간은 그저 비어 있고 수동적으로 채워지는 곳이 아니다.


*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 하는 것처럼 치명적인 것은 없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누군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며 평생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


* 문학과 예술이 단언적이라면 학문은 담론적이다. 합리성에 근거한 논리적 설득이 학문적 정당성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담론적이어야 하고 삶은 단언적이어야 한다.


* 탈맥락화는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철학에서는 자기성찰이라고 하고 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라 한다. 미술에서는 추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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