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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쉽게 보지는 못하지만 봄이 되면서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들, 산에 가면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되는 새소리들, 각막한 도시에서도 행여나 듣게 되면 도대체 어떻게 생긴 녀석이 이렇게 재잘거리는 듯한 귀여운 소리를 내는지 도대체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새소리들. 이 책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에 관심이 간 것은 이렇게 평상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새”를 주제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새에 관한 스물 두 개의 짤막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자유로워질까 길들여질까 새장으로 들어온 카나리아”였다.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다. “마찬가지로 긴 휴가나 퇴직은 불행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자신을 구속해왔던 제한과 세상이 만들어놓은 지표가 사라져버리면,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바쁜 일상, 무엇인가 하나를 해결하면 바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들어오는 삶 속에서 언제인가 처리해야 할 일들을 모두 처리했는데도 해결해야 할 일들이 들어오지 않았던 때가 기억이 났다. 일처리의 리듬이라고 할까 그 리듬이 끊기고 일과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Pause. 정말 오랫만에 일과 시간에 가질 수 있었던 여유였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게 남아버린 시간(?)을 쉬는 것도 여유를 갖는 것도 일을 한 것도 아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채 보내버렸던 기억이 났다.
아, 일과 시간에 잠깐 빈 시간이 생겨도 이런데 정말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 퇴직을 하게 되면 상실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방향감 상실이라고 할까,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단절을 느끼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50-60대의 어르신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퇴직을 앞두시거나 퇴직하신 그분들은 자유로우실까, 아니면 다시 길들여지기를 원하실까.
사실 처음에 이 책 제목을 보면서 기대했던 것은 읽었던 “귀소본능”과 같은 새들의 행태에 대한 관찰 혹은 새들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책은 새들의 행동에 빗댄 “짧은 철학”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따라서 책은 약간은 수필집과 같은 느낌이 강했으며 새들은 새들의 본능대로 행한 일들일 뿐인데 그러한 행동에 너무 인간의 감정, 인간의 주관적인 생각을 덧입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좀 달달한, 사색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읽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