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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 흥미가 간 것은 일단 이 책이 법의학교실 교수님이 쓰셨다는 것 그리고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라는 점 때문이었다. 법의학자로서 자신이 맡게 된 여러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매주 시체를 보러 가면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 내고 있을지 기대가 갔다.
책은 총 3부로 꾸며져 있다. 제1부에서는 법의학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저자가 법의학자로서 다뤘던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사건들 중에는 제법 많이 알려진 사건들이 많았다. 1부를 보면서 <진실을 읽는 시간>이라는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이 났다. <진실을 읽는 시간>이라는 책도 법의학자인 저자가 다뤘던 사건들 그리고 사료 등을 통해서 살펴본 빈센트 반 고흐의 기이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고 있었다. 이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처럼 <진실을 읽는 순간>에서도 법의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만큼 이 일은 사명감이나 열정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국내 법의학자의 수가 약 40여명 된다고 밝히고 있었는데 그런 맥락에서 우선 우리나라 법의학자들의 헌신된 노력과 열정에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아무튼 이렇게 1부를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이 났었는데 법의학자로서 다뤘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1부에서 끝이 난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2부를 보면서는 <우리는 인간다운 죽음을 꿈꾼다>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대만 의사로서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책인데 이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은 이처럼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보다 존엄사나 인간답게 죽을 권리나 웰 다잉 혹은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3부에서는 인생을 마무리 짓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죽음 수용의 5단계와 싱귤래리티 즉 책에서 말하는 바 불멸을 얻게 되는 시점과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었다.
책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이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쓰여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디까지가 강의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추가된 내용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책을 통해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일단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1부에서 법의학자로서 다뤘던 여러 사건들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자세히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의 분량 때문인지 각 사건들마다 짧게 마무리하고 있어 읽다가 마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뚜렷한 기승전결의 내용으로 각각의 사건들을 매듭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2부 제목은 “우리는 왜 죽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가 좀 더 적절하지 않나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며 2부에서는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존엄사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실제 병동에서 환자들을 다루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부에서 법의학자로 소개된 저자가 말하는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는 가는데 공감은 쉽게 가지 않았다. 3부에서는 죽음이란 무엇일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레이 커즈와일를 언급하며 2045년도에는 사람이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고 있었던 점은 뭐랄까 결말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죽음을 다루고 있는 책에서, 죽지 않는다는 불멸의 이야기라. 이래 저래, 1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아쉬움이 좀 많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