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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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판 <에디톨로지>를 읽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기억때문에 다시보게 된 책이다. 전판의 <에디톨로지>를 읽다가 멈춰버린 것은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전자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대여해서 봤기 때문이었다. 전자책 초창기 시절, 기기 하나로 수백권의 책을 볼 수 있다는 유혹에 단말기도 사고 전자책으로 책을 좀 읽어보려는데 뭐랄까, 시간이 좀 지나고 그냥 종이책이 나한테는 맞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도 책 말미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밑줄 긋고 책의 내용에 공감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책의 끝을 접고 이것 저것 생각나는 것을 책 빈 공간에 끄적거려야 하는 습성 때문에 전자책이 나하고는 맞지 않았을 뿐이고 이를 알기 전에 <에디톨로지>를 전자책으로 본 것 뿐이었다. 사사삭거리는 필기 소리가 들려야 책을 읽는 맛이 난다고 할까? 아무튼 너무 아날로그적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전자책으로 본다고 보다가 말았으니 확실히 전자책은 나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종이책으로 보는 증보판 <에디톨로지>는 달랐을까? 그렇다. 이번 증보판 <에디톨로지>는 단숨에 끝을 보았다.


이 책은 저자가 주창한 편집학, 에디톨로지에 대한 책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해체되고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편집의 관점에서 바라본 지식과 문화, 관점과 공간, 마음과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특별히 마우스를 가지고 풀어낸 지식과 문화에 대한 에디톨로지적 이야기와 원근법을 토대로 풀어낸 관점과 공간에 대한 에디톨로지적 이야기와 지금은 거의 찬밥신세나 다름 없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풀어낸 마음과 심리학에 대한 에디톨로지적 이야기를 참으로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갔는데 특히 글은 마감이 쓴다는 격하게 공감 가는 제목부터(p.359) 세분화된 학문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자신만의 학문적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학문 경계의 개념들을 넘나드는 에디톨로지적 능력이 중요하며 여기에 콘텐츠의 미래가 있다는 이야기(p.361) 그리고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전문영역을 개발하라는(p.360) 어쩌면 조금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 영어는 기본이고 한가지 언어를 더 하라는 충고 이렇게 언어가 자유로워져야 읽는 내용과 축적되는 데이터가 남들과 다를 수 있고 그렇기에 생산되는 지식의 내용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p.330) 책을 보다 보니 영상물에 대해서 조금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배경 지식을 빨리 얻어야 하는 경우 영상자료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다는 이야기(p.358) 등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에 많은 도움과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증보판으로 말미에서는 나름대로 저자가 쌓아온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노하우들을 공유하고 있다. 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책 읽는 방법과 몸에 맞고 익은 글쓰기 방법이 있을 텐데 아무튼 서스럼 없이 글쓰는 것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도 빨리 지금의 상황에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환경을 찾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자처럼 30평 남짓한 아파트 하나가 서재이자 글쓰는 공간이라는 점은 좀 부러웠다. 큼직한 커브드 모니터 두 개와 애플노트북과 각진 ㄱ자 모양의 넓은 책상도 좀.  아 그리고 아르누보식 스텐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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