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의 비밀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1
작크 팡스텐 지음, 박은영 옮김 / 도서출판 문원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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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존재하는 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비밀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비밀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결속력은 더욱 탄탄해 진다. 여기 어른들 몰래 엄청난 비밀이 생겨버린 아이들이 있다. '야..내가 XX 좋아하는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이건 마치 아무한테나 말해달라는 것처럼 들리는 암암리에 공유되는 비밀이지만, '야..우리 엄마 죽은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이건 뭔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비밀로 하기도 뭐하고, 암암리에 공유하기도 뭐한 비밀 아닌 비밀이다.

마르탱은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어둡고 무시무시한 고아원에 끌려가는 상상에 허덕여야 했다. 어른들은 마르탱이 고아라는것을 알면 무조건 고아원에 보낼것이다. 왜? 그게 어른들이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휴지는 휴지통에, 고아는 고아원에....--; 그리하여 시작된 49일간의 비밀. 차갑게 식어있는 엄마의 시신을 두고, 마르탱과 그의 친구들은 비밀작전 수행에 들어간다.

엄마를 땅속에서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관은 괘종시계가 대신하고(괘종시계 속의 엄마....웃어야되, 울어야되--;) 며칠째 보이지 않는 엄마를 찾아 오는 이웃집 아저씨에게는(아마도 엄마랑 옆집 아저씨는 얼레리꼴레리 관계였던 듯--;) 엄마대신 작별을 고하고. 엄마를 모셔오라는 선생님께는 엄마의 싸인을 흉내낸 편지로 인사드리고. 엄마의 죽음이라는 모티브로 시작된 49일간의 비밀은 아이들의 깜찍한 발상 앞에서 슬픔을 잊은 듯 보인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비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후반부에 어른들의 부조리한 면이 밝혀지면서 그 실체를 드러낸다. 마르탱을 입양해 줄 수 있으리라 믿었던 선생님은
동성연애자 였고--; 마르탱의 엄마가 죽게된 사실을 안 친구의 부모님은 '혹시 걔가 죽인건 아니겠지?'라며 의심부터 날려대니..... 결국 어두운 고아원으로 끌려간 마르탱이었지만, 함께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결코 어둡지만은 않았던 49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언제쯤 나만의 비밀 아지트를 갖게 될까--;

기억에 남는 글귀
[시간은 흘러 간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어린시절의 분노를, 스스로 했던 약속을 기억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 모든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어른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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