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이영훈 교수의 환상의 나라 1
이영훈 지음 / 백년동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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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왜 우리는 세종에 집착할까훈민정음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는 우리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세종이 기용한 인물만 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들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다그런 세종이 과연 성군인가라고 질문하는 도발적인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할 만 하다또 한 가지는 환상이다환상은 그 어휘 자체만으로도 신비롭다그런데 저자의 머릿말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닫힌 국가로 살았기 때문에 역사가 만들어낸 환상에 유달리 젖어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환상은 그것에 집착한 집단끼리의 갈등을 만들어 내니 저자는 그것을 파헤쳐 실체를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세종 과연 성군인가는 그 첫 도서이다.

책은 세종이 성군이 아닌 이유를 세 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우선 노비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둘째종모법과 함께 늘어난 노비의 신분 중에서 기생도 마찬가지로 늘어나 관료들을 위해 일했다는 것셋째과도한 사대는 세종의 정치가 도덕적이고 인륜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특히 훈민정음은 세종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파스파 문자의 원리를 차용해 온 것이라는 것을 논자를 예로 들며 설명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온 국민이 숭배하는 세종에게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책의 후반부에 저자의 의도가 드러난다세종이 완성한 국가는 백성의 국가가 아니라 양반과 왕의 국가였다그래서철저하게 개인의 권리는 무시됐다는 거다저자는 자유의 조건으로 신체의 자유 그리고 재산권을 든다그리고 정치적으로는 평화를 든다그러나 오늘날 젊은이들이 자유로운 국가에 산다는 것에 대해 냉소적인 이유가 개인의 자유를 가르치지 않은 12년간의 공교육에 책임을 묻고 있다그리고 건국 당시 이승만의 미국에 대한 감사와 찬사는 약소국이 강대국에 바치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이승만의 평생에 걸친 독립운동과 건국투쟁을 관철한 자유와 정의에 대한 신종서약”(208)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묻는다면 반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종의 치세에 문제가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는 이미 여러 논자들이 조선은 사대부를 위한 정치를 했던 국가라는 것을 이야기 했으므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다만 그것이 노비와 기생에 관한 것이라 특이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새로운 주장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그러니까 개인의 권리보다 양반의 권리를 우선했다는 면은 이미 누구나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그러나 그것이 세종만의 문제였는가는 아직 판단을 보류하고 싶다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아직 세종에 대한 환상을 갖고 싶은 나일수도 있겠다내가 정통한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필자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쉽게 세종이 성군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좀 더 다른 각도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자유권과 재산권을 논하면서 애덤스미스의 이론을 가져왔고이승만의 연설까지 가져와 근거를 드는 것은 이 책의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물론 그것이 아직까지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우리 현실을 말하려고 한 의도인 것 같긴 하지만 책임을 공교육탓으로 돌리거나 개인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는 찜찜한 면이 있다공교육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가치관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가에 우선 나는 반대하는 입장이다개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분위기로 만든 것은 철저하게 경쟁으로 점철된 사회 분위기와 이때문에 생긴 학부모의 공포그리고 갑질문화가 아니던가이런 것을 공교육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너무 쉬운 결론이 아닐까 싶다개인의 권리 보호가 아직까지 잘 안되고 있다는 면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의 차원이 미국처럼 발달해야 한다는 것에도 반대한다그것이 미국이라서가 아니다좀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했다

어쩌면 5장이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그냥 역사에서 새로운 측면에서 세종을 평가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어쩐지 저자가 다른 장보다 5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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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지 않는 대화 -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비폭력대화의 기술
마셜 B. 로젠버그 & 가브리엘레 자일스 지음, 강영옥 옮김 / 파우제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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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의하면 상처 주지 않는 대화의 저자 로젠버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종차별에 따른 폭력(심지어 살인에 이르는)과 갈등 문제를 겪고” 자랐다고 한다로젠버그는 그런 배경에서 사람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절망하며 관계를 망가뜨리게 만드는지 질문하고 그것을 개선해 보고자 노력한 사람인 듯하다로젠버그가 훌륭한 이유는 자신의 불행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고 깊이 탐구해서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책에서 행복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여기서 개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발견할 때그리고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질 때 드디어 관계의 개선이 일어난다는 뜻이다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익숙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왜냐하면 그것은 갈등을 일으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자신의 감정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태도는 분노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결국 상대방에게 화를 내게 된다는 말이다저자의 이러한 의견을 자칫 잘못 해석하면 화는 상대방 때문에 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문제라고 오해할 수 있다그러나 당당히 자신의 불편함을 상대방에게 표현했다면 당장은 껄끄러울 수 있지만 나의 불편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 비폭력 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욕구를 표현하라고 말한다욕구를 표현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욕구를 해결하는 과정에 실패가 있었다고 해서 자기비하는 금물이라고 말한다아마 이것은 욕구를 해소하고자 이러저런 노력을 했을 때 후회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이나 당연히 해소과정도 바람직(?)한 범위 안에서라는 것도 잊지 않는다저자는 이와 같은 대화를 기린과 자칼의 대화로 비유한다기린은 온유한 초식동물이지만 자신을 해치려 드는 강력한 동물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그것은 기린의 덕이 크기 때문이다반면에 자칼식 대화는 어떤 순간에도 상대방을 물어뜯는 방식의 대화이다기린식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호한다그렇게 대화하다보면 타인에게 자신의 욕구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수직 관계에서 자칼식 대화는 특히 상처가 많다왜냐하면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물어뜯거나 자기비하를 하는 방식의 대화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집에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일단 나는 딸이 있다나는 딸에게 내 욕구를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딸의 인생에 간여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마찬가지로 딸이 원하지 않는 욕구를 내가 실천하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런 것이 비폭력대화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비폭력 대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그런데 문제는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안되는 것이 문제다아는 것과 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이 책은 그것의 근본적 원인을 사회 구조적인 데서 찾고 있다사실 사춘기를 이제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딸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싶어서 용돈을 줘 가며 반응을 살폈다저자의 배경을 모른 채로 전반부를 읽은 딸의 독후감은 혹독한 편이었다딸도 동의했다내용에 틀림은 없다는 걸그런데 문제는 폭력적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을 왜 언어폭력을 당하는 입장에게 읽히느냐는 아픈 항의를 해온 것이다생각해보니 그랬다학교에서 선생님은 늘 딸의 행동을 판단하는 입장이고서로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 할 학교는 입시경쟁에서 서로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공격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딸을 바라보는 나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미안함도 이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된 점이다딸은 다음과 같은 서평을 내게 보내왔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라고 말할 수 있다아무리 옳은 주장이여도 뒤를 받쳐주는 근거와 사례가 납득하기 어렵다면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은 어렵다이번에 얘기해볼 책인 이점을 간과한 듯 싶다이 책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들이 괴변론자라고 생각했다책에서 저자는 분노를 완벽하게 표현하려면 분노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예를 들어 정류장에서 담배냄새를 맡고 화가 났다고 가정해보자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금연구역인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다저자의 말대로라면 나의 분노는 냄새를 맡은 나에게로 향해야 한다는 것인가
  
틀림없이 딸은 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중요한 것은 무엇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보다 왜 잘못 이해하는 일이 생겼느냐는 것이다그것은 딸의 안에 생겨난 분노라고 말하고 싶다늘 평가를 받는 세계에 살던 딸 주변엔 피의 제물을 원하는 자칼이 늘 도사렸다고 볼 수 있다그게 바로 사회 구조이다느리게가 허용되지 않는 것수용보다는 평가가 더 난무한 사회지독한 서열 전쟁에서 배려라는 말은 헌신짝처럼 도서관 한구석이나 차지하는 사회 그것이 딸의 마음 안에 분노를 만들고 그 분노가 좀 더 다른 이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엄마임을 반성하면서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은 말한다세상에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정직하게 내보이라고그리고 그 과정은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추상적이지만 후반부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딸은 책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처음에 가졌던 비판적인 태도를 조금은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였다그것이 로젠버그의 세미나와 경험에서 나왔으며 그의 가정사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진 후반부의 내용 때문이었다딸의 분노를 누그러뜨린 것은 저자의 진정성이 아니었을까
  
비폭력대화는 자신과 타인을 진정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걸까아직 이 책을 탐독하지 않았다면 일독을 권한다그리고 이 책의 내용으로 타인을 판단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대화태도를 점검해 보기를 권한다타인의 대화태도를 지적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차라리 덮어버리기를 권한다오래전에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가슴에 먹먹해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로젠버그의 책에 의하면 자칼식 대화로 일관된 왕과 조정대신의 대화방식 때문에 이순신이 그토록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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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한 부자들 - 왜 성공하는 사람들 중에는 급한 성격이 많을까?
다구치 도모타카 지음, 김윤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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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이렇게 급함이 묻어난 표지가 있을까? 표지는 정렬적인 빨강이다. 거기다 표지를 장식하는 동물 주위에 있는 말들이라니! “답답한거못참음”, “쫄지않음”, “호기심많음”, “결정이빠름”, “욕망에솔직함등 띄어쓰기까지 무시한 표현들은 정말로 성격이 급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글씨체에 크기의 강약을 주어 띄어쓰기를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표지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덜 쓰고, 저축하는 길이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터라 이런 책을 읽지 않았는데, 요 책은 디자인에 끌려 목차도 살피고, 저자가 도대체 뭐라고 말하고 싶은 건지 궁금해서 읽기로 결정한 책이다.

 

그럼 나도 부자가 되고싶은 걸까? 부정하지 않겠다. 나는 부자인 것이 좋다. 다만 유명한 재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한 번쯤 편안한 여행을 즐기고 싶고, 오페라나 뮤지컬 하나쯤은 잘 보이는 자리에서 보고 싶고, 원하는 만큼 책을 사서 소파에 편안히 앉아 느긋하게 읽고 싶다. 가끔 가족들과 맛집 투어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미 나는 부자일까?

 

책에는 부자들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권고사항들이 나와 있다. 그 중 두 가지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공감이 된다는 건 아마 내가 잘 하지 못하는 면을 저자가 지적해줬기 때문인 듯하다.

 

우선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직관이나 이성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구분한다. 관계를 위하여 불편한 자리를 굳이 찾아다니지 않으며, 가더라도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힘은 새로운 시간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는데서 시작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됐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삶의 군더더기는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한 일을 할 때 생기기 마련인 것 같았다. 거절하는 힘은 부자들에게 자연스러운 특징일 것이다. 심지어 엄청난 쪽수를 자랑하는 도서조차도 과감히 필요한 부분만을 읽어낸다.

둘째, 부자들은 자신에게 솔직하다 보니 삶에 더 적극적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호기심이 충만하다. 그러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 찾는 세미나를 찾지 않고, 지식을 어떻게 나에게 활용할까 생각한다. 당연히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부자들의 그런 적극성은 더 많은 기회들을 포착하는 힘을 얻는 동력이 된다. 때로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 있더라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자신과 연관지어 생각하려고 한다. 하던 일에서 손을 떼는 것조차 과감하다. 손해를 무릅쓰는 것도 적극적이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비즈니스에서 부자가 되는 길을 설명하고자 한 것 같다. 돈과 관련된 일을 한 이력과, 파산의 경험이 저자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 모양이다. 더불어 부자가 되는 이런 류의 책이 왜 우리에게 다가왔을지 생각해 봤다. 김생민의 <영수증>이란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이 즈음에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를 하고 싶다.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사람. 이 책의 효용가치를 여기에 두고 싶다. 얼마 전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느낀 것은 검소함이었다. 오래전 미국에 방문했을 때도 겉치레보다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만났었다. 어느 지인의 이야기에 의하면 영국에서 만난 회사원들은 공원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하는 것이 일상이란 것도 있었다. 영조의 검소한 밥상은 그의 오랜 집권을 돕는 방법이기도 했다


우리 시대는 부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훈련할 때라고 과감히 주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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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텔슈트라스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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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텔스트라스, 김현적 역, 발상, 을유문화사, 2018.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감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 캐릭터로 만들고우리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다그 때 인상 깊게 본 장면은 기억보관소였다사라지는 기억과 저장되는 기억그리고 그것을 호출해서 새로운 행동이나 기억을 만들어 내는 것그야말로 발상을 잘 해서인지 이 영화는 우수 작품으로 평가되어 여기저기서 상을 받았다물론 나도 여러 번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감정이 어떻게 우리 안에 저장되고 외부와 교류하는가에 대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영화였다
  
영화 뿐이겠는가어떤 일이든지 발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즐겁기도 하고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우주 실험에서 발견하고 그 기록을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도서에 남겼다. 64억 킬로미터 밖에서 본 지구는 겨우 점 하나였으니 거기에 있는 인간은 또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칼 세이건의 책을 보면서 좀 더 겸손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그 위대한 학자의 관점이 나의 인생을 조금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한 것임에 틀림없다일찍이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은 다른 위치에서 다른 관점으로 우리 자신을 보려고 시도했다발상이라는 책은 그런 선조들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인 이리스 되링의 약력을 살펴보니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했고꾸준히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다약력을 참고해 봤을 때인문적 소개 부분과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 책의 짜임에 중 어느 부분을 담당했는지 짐작이 간다다른 저자인 베티나 미텔슈트라스는 실무 워크숍 진행자보다는 저널리스트 및 연구자로 소개되고 있다책은 한 편의 논문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필자들이 과거 연구물을 언급할 때는 구체적인 참고 서지사항이 있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을 더 참고해야 할지 알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다단지미주보다는 각주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감을 올리는 방법은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들었다는 면에서 필자들의 노고가 엿보인다새로울 것은 없으나 굳이 언급하자면 영감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오감을 열고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자 노력할 것우리의 영감은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 혹은 내면화 과정의 어떤 포착 순간 등의 과정이므로 영감을 얻는 훈련을 할 것외부 세계에 대하여 항상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받아들일 것 등을 요구한다영감을 얻기 위한 생활과 사고의 여백을 강조하는 것 또한 익숙한 주장이다꼭 효율적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늘 들어왔던 것이지만 그것을 굳이 멍때리기나 예술 감상샤워하는 시간냉장고 청소하는 시간 등으로 구체화 해 주는 등의 방법적인 면은 참고할 만 하다책은 고대의 유명 작품과 그 창작 배경에 있는 뮤즈들을 언급하면서 독자에게도 자신만의 뮤즈를 찾는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관심사에 애정을 다 해 온 맘과 귀를 기울인다면 결국 원하는 발상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이 발달하게 된 배경을 생각해도스마트폰의 발전만 봐도 발상은 우리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세계는 더 빠르게더 많은 아이디어들로 번뜩이고 있다발상이라는 책은 그러니 어서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실험해 보라고 하고 있다한편으로는 이렇게 인문학적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연습해 볼 수 있는 사례소개가 같이 나와 있는 것이 트랜드인가 싶기도 하다시중에 나온 아이디어 도출과 관련된 서적들이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최근 나온 아이디어 대전이나 아이디어 토피카에 비해서는 설명이 좀 복잡하다는 생각도 든다간혹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독의 흔적이 보이는 것은 역자가 의미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해서인 것으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알트슐러가 주창한 트리즈나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에드워드 드 보노의 여섯 색깔의 모자로버트 루투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등과 맥락을 같이 하는 도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후반부이다어떤 이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보다는 그의 지속적인 작업 덕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한다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창의력을 작동시키는 영감이라는 개념 사용을 대중화하는 것”(12)을 시도하고자 했다그래서 필자는 이러저러한 시도를 권했으며그것이 어떤 특정한 능력이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자신과 자신의 사명을 사랑한 사람들이 얻어내는 것임을 밝혔다영감은 신이 주신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신의 해석하는 것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말한 대로 영감의 대중화가 가능할까그것은 요즘 미디어의 발전을 보면 짐작이 된다요즘 미디어를 보면 수 많은 유튜버들이 생겨나고 있다수용자가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과거 단방향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수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체제의 유튜브는 시간과 공간과 세대를 뛰어넘는다미디어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을 뿐 아니라 그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사고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발상이 인간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그래서 발상이라는 책은 새로운 내용 탐색으로서의 도서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내가 어디쯤 있는지 반추해 보는 시간을 주는 도서였다

더하여... 번역서는 읽기가 참 힘들다.  원문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틀림없이 한국말이긴 한데 다시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하지만 여기서 외부적인 것을 인지해 그것을 우리 안에 어떤 인상과 감명으로 각인시키느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45같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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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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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성, 당신 곁의 화가들, 책밥, 2018.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파트롱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예술을 후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은 후원자들을 위해 작품을 만든다. 예술은 노동집약적이며 그를 위한 현실적 필요는 절대적으로 자본의 힘을 빌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파트롱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예술가들에게 파트롱은 모순일 수 밖에 없다. 파트롱은 물심양면으로 예술가를 후원하는 존재이지만, 예술가들은 그들의 지배적 이념에 저항한다. 방법은 파트롱의 권력에 수긍하거나 그 권력을 교묘히 비웃거나 아니면 파트롱의 후원을 거절하는 것. 그런데 현실적인 필요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당신 곁의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미술가들이 어떻게 그들의 파트롱과 대결했는지, 어떻게 그들을 교묘하게 속이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보여준다. 또 어떤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파트롱이 없이 어떻게 힘들게 작품을 창조했는지도 보여준다.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전공한 저자라 그런지 책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작가를 선정해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고, 작품에 대한 안내와 그 뒤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예술사적 관점에서 요약과 두 인물의 연표를 간결하게 보여준다. 일종의 미술사 박물관처럼 꾸며 놓아 그림을 보고 지식을 얻고, 어떤 영감을 얻어야 하는지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미술가들의 행위는 저항이라 봐야겠다. 신을 구사하는 작품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구현하려고 했던 노력을 주로 소개한다. 백색에서 유색인종이 된 예수의 그림이 압권이다. 술꾼이 된 왕족들은 개그의 한 장면과 오버랩 된다. 가장 높은 신의 얼굴과 표정에 가장 낮은 이들의 고민을 옮겨 놓은 예술가들은 예술이 현실의 삶과 함께 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 예술은 이상을 갈구하지만 현재에 문제를 탐구할 때 그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형상에서 점점 순간의 느낌을 살리고 나중에 관념을 표현하는 미술사의 통시적 변화도 볼 수 있다.

 

도서의 장점으로 들자면 오래 전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봤음직한 작품들이 등장해서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책 제목이 당신 곁의 화가들인 까닭이 여기서 연유한 듯싶다. 덧붙인 설명들도 어딘가에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새로운 지식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우리가 세종대왕을 안다고 해서 막상 세종대왕에 대해 고작 훈민정음정도만 읊을 수 있는 것처럼 고흐의 해바라기를 안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잊고 있거나 몰랐던 것들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저자가 우리가 익히 들어본 미술가를 선택한 의도가 예술을 좀 더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게 하고 싶은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들려주는 것보다 이미 아는 것을 들려주는 것을 더 좋아하니 말이다.

 

인문학 도서를 읽는다는 건 뭘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예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이라 할 수 있다고 믿어온 사고는 이성인데, 그 이성이 이기적으로 쓰일 때는 감성이 다시 말해 예술가들이 나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예술가들의 예리한 촉이 문제를 포착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그리고 교묘한 방법으로 문제를 비웃는다. 그림으로 조각으로 스스로의 고민을 털어놓은 예술가들이 있을 때 우리는 감동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 소개된 인물들이 자신의 파트롱을 배신했을 때 그들은 당대에 그런 처사가 환영받지 못했지만 그것때문에 지금껏 높이 평가된다.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 그 감동에서 지속되도록 예술가들이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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