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상 - 스치는 생각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텔슈트라스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이리스 되링·베티나 미텔스트라스, 김현적 역, 『발상』, 을유문화사, 2018.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감정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 캐릭터로 만들고, 우리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 때 인상 깊게 본 장면은 기억보관소였다. 사라지는 기억과 저장되는 기억, 그리고 그것을 호출해서 새로운 행동이나 기억을 만들어 내는 것. 그야말로 발상을 잘 해서인지 이 영화는 우수 작품으로 평가되어 여기저기서 상을 받았다. 물론 나도 여러 번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감정이 어떻게 우리 안에 저장되고 외부와 교류하는가에 대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영화였다.
영화 뿐이겠는가. 어떤 일이든지 발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즐겁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우주 실험에서 발견하고 그 기록을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도서에 남겼다. 64억 킬로미터 밖에서 본 지구는 겨우 점 하나였으니 거기에 있는 인간은 또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칼 세이건의 책을 보면서 좀 더 겸손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그 위대한 학자의 관점이 나의 인생을 조금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한 것임에 틀림없다. 일찍이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은 다른 위치에서 다른 관점으로 우리 자신을 보려고 시도했다. 『발상』이라는 책은 그런 선조들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인 이리스 되링의 약력을 살펴보니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꾸준히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다. 약력을 참고해 봤을 때, 인문적 소개 부분과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 책의 짜임에 중 어느 부분을 담당했는지 짐작이 간다. 다른 저자인 베티나 미텔슈트라스는 실무 워크숍 진행자보다는 저널리스트 및 연구자로 소개되고 있다. 책은 한 편의 논문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필자들이 과거 연구물을 언급할 때는 구체적인 참고 서지사항이 있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을 더 참고해야 할지 알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다. 단지, 미주보다는 각주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경감을 올리는 방법은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들었다는 면에서 필자들의 노고가 엿보인다. 새로울 것은 없으나 굳이 언급하자면 영감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오감을 열고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자 노력할 것. 우리의 영감은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 혹은 내면화 과정의 어떤 포착 순간 등의 과정이므로 영감을 얻는 훈련을 할 것, 외부 세계에 대하여 항상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받아들일 것 등을 요구한다. 영감을 얻기 위한 생활과 사고의 여백을 강조하는 것 또한 익숙한 주장이다. 꼭 효율적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늘 들어왔던 것이지만 그것을 굳이 멍때리기나 예술 감상, 샤워하는 시간, 냉장고 청소하는 시간 등으로 구체화 해 주는 등의 방법적인 면은 참고할 만 하다. 책은 고대의 유명 작품과 그 창작 배경에 있는 뮤즈들을 언급하면서 독자에게도 자신만의 뮤즈를 찾는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관심사에 애정을 다 해 온 맘과 귀를 기울인다면 결국 원하는 발상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이 발달하게 된 배경을 생각해도, 스마트폰의 발전만 봐도 발상은 우리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세계는 더 빠르게, 더 많은 아이디어들로 번뜩이고 있다. 『발상』이라는 책은 그러니 어서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실험해 보라고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인문학적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연습해 볼 수 있는 사례소개가 같이 나와 있는 것이 트랜드인가 싶기도 하다. 시중에 나온 아이디어 도출과 관련된 서적들이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나온 『아이디어 대전』이나 『아이디어 토피카』에 비해서는 설명이 좀 복잡하다는 생각도 든다. 간혹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독의 흔적이 보이는 것은 역자가 의미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해서인 것으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알트슐러가 주창한 트리즈나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에드워드 드 보노의 『여섯 색깔의 모자』, 로버트 루투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등과 맥락을 같이 하는 도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후반부이다. 어떤 이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보다는 그의 지속적인 작업 덕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창의력을 작동시키는 “영감이라는 개념 사용을 대중화하는 것”(12쪽)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저러한 시도를 권했으며, 그것이 어떤 특정한 능력이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자신과 자신의 사명을 사랑한 사람들이 얻어내는 것임을 밝혔다. 또, 영감은 신이 주신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신의 해석하는 것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말한 대로 영감의 대중화가 가능할까? 그것은 요즘 미디어의 발전을 보면 짐작이 된다. 요즘 미디어를 보면 수 많은 유튜버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용자가 일방적으로 수용하던 과거 단방향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수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체제의 유튜브는 시간과 공간과 세대를 뛰어넘는다. 미디어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을 뿐 아니라 그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사고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발상”이 인간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발상』이라는 책은 새로운 내용 탐색으로서의 도서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내가 어디쯤 있는지 반추해 보는 시간을 주는 도서였다.
더하여... 번역서는 읽기가 참 힘들다. 원문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틀림없이 한국말이긴 한데 다시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하지만 여기서 외부적인 것을 인지해 그것을 우리 안에 어떤 인상과 감명으로 각인시키느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45쪽) 같은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