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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제 155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다.
바닷가 마을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가족에 대한 여섯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멀리서 온 편지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때가 없는 시계
이렇게 여섯편이 있는데 그 중에서 표제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와 <성인식>이 가장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유명 배우와 각종 저명인사들의 머리를 잘라주었던 이발사가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등 뒤로 커다란 바다가 보이는 거울이 있는 단 한 명의 손님 자리가 있는 특별한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와 그에게 머리를 맡기는데...
이 이야기는 끝까지 읽고 나면 순간 눈물이 핑그르르...
<성인식>은15살의 딸을 잃고 시간이 멈춘 듯이 산 부부가 딸의 성인식을 참가하기로 한 이야기인데...
성인식이라는 단어는 원뜻과 상관없이 19금스러운 것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나만 그런건가? 음란마귀야 물럿거라!)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식이라는 단어보다는 '성년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 정도?
크게 의미있는 날이기보다는 성년임이 되었음을 기념하며 술을 거나하게 먹는 날로 알고 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여자의 경우 후리소데, 남자의 경우 하카마를 입고 성인식 장소에서 좋은 말씀을 듣는다고 한다.
1년전부터 준비한 기모노와 헤어스타일 등을 뽑낸다고 하는데 참가하는 입장이 되면 재미있을 것만 같다.
스즈네가 15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후 주인공과 아내 마에코는 어느 날 스즈네의 성인식 초대장을 받는다.
스즈네가 살아있다면 갔을 성인식에 대신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짠하게 혹은 순수하게 묘사된다.
부부에게 성인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멈춘 시계의 건전지를 갈아주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멈춘 시간에서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길고 지루하니까...
가끔 남편과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이라는 얘기를 하곤한다.
"우린 아이가 없어도 잘 살았을거야. 사이가 좋으니까... 하지만 이젠 예준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상상하기도 싫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젠 그 전과 같지는 않을거야. 그러면 우린 헤어질지도 몰라."
서로를 탓하며, 서로의 모습에서 아이의 모습이 보일 때 우린 결코 견디지 못할지도...
아이를 잃고도 힘겹게 그럼에도 씩씩하게 극복하는 부부들이 있지만 우린 둘 다 여린 감성이라...
오늘도 우리를 이어주는 끈을 꼬옥 잡고 하루를 시작해본다.
의사는 반반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와 미에코는 절대 자신들보다 앞서 죽을 리 없는 딸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좋은 쪽의 ‘반‘만 믿은 채로. 던진 동전은 뒤가 나왔다.
마음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까.
"일 더하기 일은?" 미에코 앞에 가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일 더하기 일은?" 카메라로 누군가를 찍을 때 우리가 하는 말이었다. 늘 "자, 치즈"하지 않고 ‘일 더하기 일은‘이라고 했다. 스즈네는 그 말을 웃는 얼굴을 만드는 주문이라고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이란 결국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님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같이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이발소든 다른 가게든 회사든. 그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제가 모든 것을 거울 너머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똑바로 마주하면 괴로우니까 말이죠.
"누구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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