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N 난 이래, 넌 어때? - 보통의 어른들에게 안부를 묻다 빨강머리N
최현정 지음 / 마음의숲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빨강머리N이 돌아왔다. 격하게 공감 할 수 밖에 없는 찌질하지만 사랑스러운 그녀가 말이다. (카피 진짜 잘 뽑았네. 딱 맞거든!) 1권 넘나게 재미있게 본 나를 위해 돌아온 건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면 캔디는 정말 독한 녀ㄴ이었어. 난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울고, 억울해도 울고, 웃겨도 울고, 이젠 안구건조등 덕분에 바람이 불어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남이 보면 겨울엔 늘 사연있는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할머니들이 왜 손수건을 꼭 들고 다니시는 지 알 거 같아.

 

 

내 인생의 배신자는 나여~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데 가장 못 믿겠는 사람이 바로 나~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다가도 뒷통수를 치는게 나고 또 그걸 위로 하는 사람이 나다. 그래도 어쩌겠어. 나인데...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라고 경고하고, 의심하고, 또 노력하는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나니까...

 

내 일기를 훔쳐보고 쓴 게 아닐까싶은 내용과 그림이 가득한 <빨강머리N 난 이래, 넌 어때?>에서 가장 뇌리에 남는 얘기는 공포 소설이었다. 왜 공포 소설인지는 책에서 확인해주시길~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삽질하면 물이 나올 수도 있는데
바로 그 앞에서 포기해버리면 아깝지 않겠냐는 ㅁ라이다.
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경우에 따라 세상에 이런 희망 고문이 있나 싶기도 하다.

내가 택한 우물이 애초에 글러먹은 우물이었다면,
혹은 이 우물이 내 우물이 아니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면
그동안 흘린 땀과 투자한 시간이 억울하지 않는가.
한을 품고 우물 속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오는
영화 <링>의 사다코가 내가 될 수도 있단 말이다.

오직 하나만 죽어라 파다 보면 경험이 누적되고,
장인으로 등극하고, 그만큼 대우를 받는 일이 있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우물을 깔짝깔짝 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우물을 파다가 포기하고 바로 다른 우물로,
그 우물도 포기하고 다시 다른 우물로!

중도 포기를 하는 것 같아 찝찝하고
자존심이 쩌저적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그게 또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중도 포기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
인내심이 없다는 곱지 않은 시선 또한 세상의 편견 중 하나다.
원래 도전보다 포기하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므로 아차차,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자.
다른 우물을 파기에도 모자란 인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 나의 발견 -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지금 던져야 할 6가지 질문
윤주옥 외 5인 지음 / 글담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이 되어도 자신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자기 발견'을 미룬 결과는 언젠가 돌아보게 마련입니다.

 

뒷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다. 이거 내 얘기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자랐다. 장래희망칸에는 그 때 그 때 관심있는 직업들을 적어냈고 그 일을 내가 좋아하는 지, 잘 할 수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았다. 장래'희망'이었으니까... 그 덕분에 10대했던 고민들이 끝나지 않은 채 30대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난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내 고민을 끝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40대에도 같은 고민을 10대가 된 아이와 함께 하고 있으리라. 멘토가 되어야 할 부모가 함께 헤매는 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땐 아이에게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건네는 부모가 되고 싶다.

 

 

 

인문학_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첫걸음 '나'의 발견
심리학_뇌를 분석하면 '몰랐던 나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문화학_다른 문화를 통해 멀리 보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어요
언어학_내가 사용하는 말을 살펴보면 '나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어요
국문학_글쓰기로 '또 다른 나'를 만나보아요
철학_올곧은 질문 하나가 '나의 미래'를 바꿔요

 

나를 발견하는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열쇠 6개를 가지고 '나'라는 보물을 찾아보자. MBTI나 에니어그램을 생각하며 '나는 어떤 타입의 사람인가?'를 찾는 책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타입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를 찾는 사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나를 찾는다는 건 누구나 어렵고,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한다.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른 문화 속의 나를 아는 것도 이제 중요하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외국에 나가는 건 정말 큰 일이었다. 지금은 외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은 특별한 일도 아니다. (물론 나는 큰 맘을 먹어야하지만...) 사고의 영향을 미치는 말을 제대로 사용하고, 남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글쓰기를 추천한다. 이상하게 청소년기에는 일기를 열심히 쓰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학업 스트레스 등 누구에게 솔직하게 말하기에 어려운 것들을 묵묵하게 다 받아주는 일기장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았던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타인과 어울리는 행복한 나를 말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우리 때보다 더 경쟁에 내몰리는 것처럼 보인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경쟁이 끝도 없지만 결국은 나와 함께 한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내 경쟁자들이다.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나 역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

 

 

책만 쭈욱 읽어나가는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페이지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적어본다면 좋을 듯 하다. 나는 무슨 내용으로 저 페이지를 채우게 될까?

내가 이 책을 10대 때 만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랬다면 내가 좋아하는 걸, 잘할 수 있는 걸 깊이 생각하고, 그걸 목표로 더 열심히 공부했을 것 같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노력도 필요한 거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MBTI, 에니어그램, DISC 등 검사를 하고 그 결과로 나를 한정하곤 한다. 이런 검사가 나를 보는 현미경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나를 찾는 지도라 할 수 있다. 아직 모르는 세계를 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나의 40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심사숙고하지 않았다고 맨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내가 좋아하는, 잘 할 수 있는, 질리지 않는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를...

‘나‘를 발견하려면 긴장되고 두렵겠지만 ‘나‘라는 미로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그 어떤 곳도 아닌 바로 내 안에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위해서는 ‘나‘라는 미로 속을 탐험해야 하지요. 그런데 ‘나‘라는 미로를 헤매다 보면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도 만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고 불편한 낯선 모습도 만납니다. 이 모든 모습이 ‘나‘인 것이지요. 이렇게 ‘나‘를 발견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얼굴을 한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테세우스처럼 ‘아리아드네의 실‘이 필요하지요. p.5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느다 하더라도 그 선택이 흔들리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어요. 때로는 질문을 던진다 해도 바로 답을 찾기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나‘ 자신을 알아 가는 여정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p.p. 34~35

현재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저 주어진 대로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대안으로 고를 선택지가 있으면 또 다른 가능성을 열리게 되지요.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로 직면한 현실의 감옥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요. 상상력이 망상에 머물러 있으면 현실 도피밖에 안 되겠지만, 보다 나은 무언가를 추구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 원동력이랍니다. p.72

세상 사람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나를 낳은 부모님조차 알 수 없는 ‘병‘을 타인이 알아주기만 바라서는 이 아픔을 극복할 길이 없습니다. 나 스스로가 먼저 자신의 고통에 주목하고 이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고통을 인식해야 위로의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p.1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 용자의 365 다이어트
이승희.TLX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운동이 싫다. 땀나는 건 더욱 싫다.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사실은 더 더욱 싫다!

밤톨군을 낳기 전까지는 늘씬쟁이였다. 영국시절 흑역사를 제외하면 말이다. 프리사이즈는 진짜 프리했고 라면을 먹고 자는 걸로 죄책감 따위 느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밤톨군과의 생활부터 날이면 날마다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더 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몸이 편한 것도 아닌데 계속 자란다. ㅠㅠ 게다가 이젠 아프기까지... 운동을 꼭 해야한다는 의사쌤 말씀에 따라 휘트니스도 끊어 러닝머신 위를 달려보기도 하지만 지루하다. 어떤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러닝머신 위에선 다 재미없다. 그나마 요가는 선생님을 따라하다보면 시간이 어느 새 훌쩍 가니까... 근데 우리 요가쌤은 유연성보단 근력을 요구하는 타입이라 못 버틸 때가 너무 많다. 쌤한테 폭풍 칭찬 받고 싶은데 난 안타까운 학생일 뿐. 칭찬 받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 운동이란 걸 한번 해보자!

                               

        
                       

이런 개그부심 강하게 느껴지는 그림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런 비슷한 책들이 있긴 하지만 거기엔 운동이라고는 더 이상 하면 안 될 것만같은 쭉쭉빵빵 언니들이 탱크톱을 입고 쫙 붙는 레깅스 입은 걸 보면 의욕이 사라진다. 저 정도는 되야 운동도 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만 같아서... 스텝바이스텝형이라 미리 마스터를 보여주면 '역시 난 불가능해.'라는 생각이 드는 타입이라... 그런데 용자는 예쁜 피트니스복을 검색할 필요도 없고 동질감 드는 몸매가 아주 마음에 든다. '너도 하는데 나도 할꺼야!' 중간 중간에 깨알같은 유머코드도 있어서 이거 피트니스 북이냐 만화책이냐 할 정도. 시간 날 때마다 설렁설렁 따라해보는데 만만치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즐겁게 하고 있다.

                                                                     
                                                                     

열두달을 테마로 정해서 운동 방법이 나와있는데 나는 상반기에 머물러야할 듯... 오늘도 용자와 함께 운동하고 요가쌤에게 칭찬받고 말테닷~!!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고양이를 키웠다. 이름은 '보리'였는데 샴고양이 특유의 친화력과 도도함을 가진 매력쟁이 고양이였다. 하품을 하고 혀를 집어넣는 걸 깜빡하고 메롱한 채로 앉아있을 땐 그런 얼간이가 없는데 우아한 모습으로 있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고양이처럼 보였다. 그 때 보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이 책을 관통하는 주된 물음인데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동물세계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침팬치가 친구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털을 골라주며 사전공작을 펼치거나, 바다에서 사고로 기절한 돌고래를 다른 두 돌고래가 양쪽으로 떠받쳐 숨 쉴 수 있게 도와주고, 코끼리가 자신을 돌보던 사람이 호수에 빠져 내지르는 소리를 1km 밖에서 듣고 달려와 구해준 이야기를 들으면 동물 또한 놀라운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아 개념, 문화, 이름 부르기, 기억, 협력, 얼굴 인식 등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까지 동물들에게도 있다고 한다. 동물도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인간도 가지지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더 더욱 어려운 질문이다.

 

 

 

동물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인간 중심적주의적인 사고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동물에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어떤 동물도 되어볼 수가 없다. 비트겐슈타인이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했듯이 사자와 우리가 가진 경험은 전혀 다르니까 말이다. 잠자리는 3만개의 홑눈으로 세상을 본다. 하나의 수정체로 세계을 보고 이해하는 우리는 결코 잠자리의 눈으로 보는 세계를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거다. 흥미로운 9개의 챕터를 따라가다보면 책은 어느새 감사의 말이다.
수많은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침팬지가 엉덩이가 나온 사진만으로 다른 침팬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연구로 저자인 프란스 드 발은 이그노벨상도 탔단다. 알아보는 침팬지도 신기하지만 진지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고화질 카메라로 엉덩이 프로필을 촬영하고 그걸 다른 침팬지들에게 보여줘야하잖아... ㅋㅋㅋ

인간이 동물과 비교했을 때 크게 우월한 점도 없다고 생각하니 좀 찝찝했다. 내가 침팬지보다 기억력이 나빠서도 아니고, 엉덩이로 구분할 수 없어서도 아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감에 그 동안 동물을 함부로 대해왔다. 가축화하였으며, 동물원이라는 곳을 만들어 우리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동물을 보려고 그들의 생태계로부터 분리했다. 숨 쉬기도 힘든 올해 여름, 북극곰은 빙하는 커녕 에어컨도 없는 비좁은 우리에서 숨을 헐떡인채 살아야했다. 만약에 '인간보다 훨씬 영리한 존재가 인간을 납치해 인간원이라는 곳을 만들어 전시한다면...' 이라는 상상은 늘 무섭다. 그런데 인간은 그걸 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어서 마련되고, 이런 따뜻한 시선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 155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다.

바닷가 마을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가족에 대한 여섯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성인식

언젠가 왔던 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멀리서 온 편지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때가 없는 시계


이렇게 여섯편이 있는데 그 중에서 표제작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와 <성인식>이 가장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유명 배우와 각종 저명인사들의 머리를 잘라주었던 이발사가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서

등 뒤로 커다란 바다가 보이는 거울이 있는 단 한 명의 손님 자리가 있는 특별한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와 그에게 머리를 맡기는데...

이 이야기는 끝까지 읽고 나면 순간 눈물이 핑그르르...


<성인식>은15살의 딸을 잃고 시간이 멈춘 듯이 산 부부가 딸의 성인식을 참가하기로 한 이야기인데...

성인식이라는 단어는 원뜻과 상관없이 19금스러운 것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나만 그런건가? 음란마귀야 물럿거라!)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식이라는 단어보다는 '성년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 정도?

크게 의미있는 날이기보다는 성년임이 되었음을 기념하며 술을 거나하게 먹는 날로 알고 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여자의 경우 후리소데, 남자의 경우 하카마를 입고 성인식 장소에서 좋은 말씀을 듣는다고 한다.

1년전부터 준비한 기모노와 헤어스타일 등을 뽑낸다고 하는데 참가하는 입장이 되면 재미있을 것만 같다.

스즈네가 15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후 주인공과 아내 마에코는 어느 날 스즈네의 성인식 초대장을 받는다.

스즈네가 살아있다면 갔을 성인식에 대신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짠하게 혹은 순수하게 묘사된다.

부부에게 성인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멈춘 시계의 건전지를 갈아주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멈춘 시간에서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길고 지루하니까...

가끔 남편과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이라는 얘기를 하곤한다.

"우린 아이가 없어도 잘 살았을거야. 사이가 좋으니까... 하지만 이젠 예준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상상하기도 싫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젠 그 전과 같지는 않을거야. 그러면 우린 헤어질지도 몰라."

서로를 탓하며, 서로의 모습에서 아이의 모습이 보일 때 우린 결코 견디지 못할지도...

아이를 잃고도 힘겹게 그럼에도 씩씩하게 극복하는 부부들이 있지만 우린 둘 다 여린 감성이라...

오늘도 우리를 이어주는 끈을 꼬옥 잡고 하루를 시작해본다.

 

 

 

의사는 반반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와 미에코는 절대 자신들보다 앞서 죽을 리 없는 딸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좋은 쪽의 ‘반‘만 믿은 채로.
던진 동전은 뒤가 나왔다.

마음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까.

"일 더하기 일은?"
미에코 앞에 가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일 더하기 일은?"
카메라로 누군가를 찍을 때 우리가 하는 말이었다. 늘 "자, 치즈"하지 않고 ‘일 더하기 일은‘이라고 했다. 스즈네는 그 말을 웃는 얼굴을 만드는 주문이라고 믿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이란 결국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님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같이 일하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는 것. 이발소든 다른 가게든 회사든. 그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제가 모든 것을 거울 너머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똑바로 마주하면 괴로우니까 말이죠.

"누구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