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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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고양이를 키웠다. 이름은 '보리'였는데 샴고양이 특유의 친화력과 도도함을 가진 매력쟁이 고양이였다. 하품을 하고 혀를 집어넣는 걸 깜빡하고 메롱한 채로 앉아있을 땐 그런 얼간이가 없는데 우아한 모습으로 있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고양이처럼 보였다. 그 때 보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이 책을 관통하는 주된 물음인데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동물세계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침팬치가 친구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털을 골라주며 사전공작을 펼치거나, 바다에서 사고로 기절한 돌고래를 다른 두 돌고래가 양쪽으로 떠받쳐 숨 쉴 수 있게 도와주고, 코끼리가 자신을 돌보던 사람이 호수에 빠져 내지르는 소리를 1km 밖에서 듣고 달려와 구해준 이야기를 들으면 동물 또한 놀라운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아 개념, 문화, 이름 부르기, 기억, 협력, 얼굴 인식 등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까지 동물들에게도 있다고 한다. 동물도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인간도 가지지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더 더욱 어려운 질문이다.

 

 

 

동물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인간 중심적주의적인 사고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동물에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우리는 어떤 동물도 되어볼 수가 없다. 비트겐슈타인이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했듯이 사자와 우리가 가진 경험은 전혀 다르니까 말이다. 잠자리는 3만개의 홑눈으로 세상을 본다. 하나의 수정체로 세계을 보고 이해하는 우리는 결코 잠자리의 눈으로 보는 세계를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거다. 흥미로운 9개의 챕터를 따라가다보면 책은 어느새 감사의 말이다.
수많은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침팬지가 엉덩이가 나온 사진만으로 다른 침팬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연구로 저자인 프란스 드 발은 이그노벨상도 탔단다. 알아보는 침팬지도 신기하지만 진지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고화질 카메라로 엉덩이 프로필을 촬영하고 그걸 다른 침팬지들에게 보여줘야하잖아... ㅋㅋㅋ

인간이 동물과 비교했을 때 크게 우월한 점도 없다고 생각하니 좀 찝찝했다. 내가 침팬지보다 기억력이 나빠서도 아니고, 엉덩이로 구분할 수 없어서도 아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감에 그 동안 동물을 함부로 대해왔다. 가축화하였으며, 동물원이라는 곳을 만들어 우리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동물을 보려고 그들의 생태계로부터 분리했다. 숨 쉬기도 힘든 올해 여름, 북극곰은 빙하는 커녕 에어컨도 없는 비좁은 우리에서 숨을 헐떡인채 살아야했다. 만약에 '인간보다 훨씬 영리한 존재가 인간을 납치해 인간원이라는 곳을 만들어 전시한다면...' 이라는 상상은 늘 무섭다. 그런데 인간은 그걸 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어서 마련되고, 이런 따뜻한 시선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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