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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매뉴얼
제시카 베넷 지음, 노지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여성들의 오피스 서바이벌 가이드다. 흔히 직장생활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거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니 그 동안 다녔던 회사 생활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잘만 타는 커피도 손님이 오면 여직원이 쟁반에 받쳐 커피를 들고 와야한다고 주장하는 부장님(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커피를 맛없게 타마시기로 유명해서 부장님께선 나에겐 커피 심부름 따위 부탁하지 않으셨다. 대신 '녹차~'를 외치셨다고...), '여자라 이런 거 못해요.'라고 웃으며 조금만 힘이 들어가는 일이면 다 남자를 시키던 동료 여직원(의외로 몸 쓰는 일이 많은 사회복지관에서 대놓고 남자를 뽑는다며 거절당한 이후로 난 힘쎈 여자가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외부로 행사 나갈 땐 여직원이 따라가야 보기가 좋다고 말하던 남자 동료들(이걸 꼭 여자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무실 밖에만 나가도 좋았기에 암말 없이 지원나가고, 뒤에서 궁시렁거렸더랬다.), 여자 이사님 뒤에서 독하다며 수군거리던 회사 사람들(대단해 보인만큼 독해보인 건 사실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이 회사에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재수없는 남자들보다 재수없는 여자들을 더 싫어했던 나(여적여를 몸소 실천했던 재수없는 과거여! 이젠 안녕~)...
그 동안 내가 겪은 것들은 유교문화 색채가 짙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몇 해 전 제니퍼 로렌스의 개런티가 화제가 되었는데 누가 봐도 제니퍼 로렌스가 주인공임이 틀림없는데도 남자 배우보다 적게 받는 개런티에 어이가 없었다. 소위 잘 나간다는 미국 백인 여성의 임금도 차이가 나는데 유색 인종에 딱히 잘 나가지도 않는, 게다가 연식까지 먹어주고 있는 나에겐 더 더욱 당연한 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젠장! 진정 이건 부당한 일이다. 성별, 인종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로 차별을 받아야하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직장에서의 여자들을 살펴보자. 나부터 나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무실에서 엄마처럼 모든 걸 챙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나의 재능이나 기량보다는 꾸준한 노력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라며 인정받는 걸 기피하는 것. 단순한 업무뿐만 아니라 과중한 업무까지 다 떠맡는 것. 자신없이 몸을 작게 만들거나 손을 어쩔 줄 몰라하는 것. 다른 사람의 비서처럼 일하는 것. 위선을 떨고 과하게 회사에 충성하는 것. 여자를 적으로 돌리는 것 등 남자들이 대부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을 하고 있진 않는지 말이다. 일단 우리 자신부터 변화해보자. 여자들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멀어져 일반 남자들만큼 하는 거다. 보통 남자가 가지는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말끝마다 사과하지 않기, 자신감을 주는 어휘감을 사용하기, 성적 편견을 야기하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기, 그리고 당당하게 협상하기!! 이런 걸 다 신경쓰기 힘들다면 쉬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능력있고 괜찮은 남자 직원(여성에게 우호적인)의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내는 기술을 관찰하고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다. 아마 그 남자는 회의에서 주도권이 있고, 확신에 차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닌 것에 "노!"를 외칠 수 있고, 실패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일 것이다. 매력적인 장점이 있는 사람을 따라하는 건 내가 생각하는 높은 기준을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단 어쩜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미국에서 사는, 성공한 백인 여성이 쓴 책이기에 우리나라에서 무작정 따라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나이까지도 따지니까. 영리하게 적용해서 사용하길 추천한다.
자신감을 갖자! 생각보다 우린 더 멋지고, 똑똑하고, 강한 사람들이다. 여자라는 단어에서 오는 편견에서 벗어나 양성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그날을 위하여!!
하지만 우리 각자는 모든 분야에, 모든 역할에서, 길모퉁이 하나를 돌 때마다 발밑에 놓여 있는 젠더 지뢰를 만나야 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들을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점이다. 마치 더운 여름날 밤 뉴욕 거리를 걷다가 난데없이 풍겨오는 악취를 피해야 하는 것만 같았다. 난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며 내 갈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인데 어디선가 팡팡! 냄새가 공격해오는 것이다! p.17
우리는 잘 안다. 동료들이 어떤 여성에게 ‘야망이 넘친다‘고 말하는 것은 칭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잘 웃어야 하고 상냥해야 하지만(왜냐하면 여자들은 상냥하니까!) 너무 상냥하면 안 된다.(만만해보이니까.) 엄마처럼 따뜻하게 직원들을 챙겨야 하지만(여자는 남을 돌보려는 본능을 타고났으니까!) 그렇다고 진짜 아기 엄마가 되면 큰일 난다.(엄마는 전심전력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존중받을 만큼의 자신감은 있어야 하지만 너무 자신만만하면 안 된다.(사람들은 잘난 척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여자가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두 배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여성인 데다 유색인종이라면 세 배, 아니 네 배, 아니 다섯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p.p.26~27
우리 모두-그렇다. 정말 ‘우리 모두‘-는 약간의 성차별주의자(그리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무의식적인 편견‘이라 지칭하는 이것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데, 이는 우리 두뇌에 의해 형성된 ‘인지적 지름길‘의 결과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우리가 내면의 성차별주의를 인정하면 확인을 해볼 순 있다는 것이다. 야심만만한 여성을 볼 때 이유 없이 신경에 거슬린다고 느껴진다면 이렇게 질문해보자. ‘저 여자가 남자였어도 내가 싫어했을까?‘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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