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프로젝트 - 페미니스트를 위한 여성 성기의 역사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0
리브 스트룀키스트 글.그림, 맹슬기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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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여성 성기의 역사라는 부제를 가진 살짝 낯 뜨겁고(왜?) 부끄러운(왜?) <이브 프로젝트>. 언제부터 우리는 여성 성기에 대해 부끄러워하게 됐을까? 얼굴에 눈이 달리고, 몸에 팔이 달린 것처럼 그저 몸의 한 부분인데 그걸 없는 척하고 살았다. 남자들의 성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으로 생각했으면서(오줌싸개 소년 동상만 해도 그렇다. 오줌싸개 소녀 동상은 본 적이 있는가?) 여성의 성기는 단어로 말하기조차 꺼려질까?  

<이브 프로젝트>는 인류 문화가 여성 성기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거침없이 그림으로 글로 표현한다. 경쾌한 그림에 시원시원한 말투로 재미까지 있다. 여성 성기에 너무나 호기심이 많았던 그러나 오해로 잘못된 주장을 한 남성들의 이야기, 여성 오르가즘에 관한 잘못된 견해, 생리에 대한 오랜 학설 등을 까발린다. 투명한 정조대 따위 벗어버리고 제대로 좀 알아보실까?

여성의 성기가 정말 이렇게 생긴 건가? 과학 책 속의 남성의 성기는 딱히 겉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어떻게 생겼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여성의 성기의 겉모습은 알 수가 없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남동생의 고추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도 내 성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몰랐다. 심지어 거기에 구멍이 있고, 거기에서 아기가 나온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나도 관심조차 없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도 않았다. 남자들이 하루에 몇 번씩이나 자신의 성기를 보거나 만지는데 여자들은 만지는 것은커녕 보거나 심지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고추라는 단어는 키보드로 잘 치고 있지만 보지라는 단어는 좀 꺼려진다. 왜?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여자는 조심해야 한다. 숨겨야 한다.' 고추처럼 나와 있어서 숨기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보려고 애를 쓰지 않는 한 보이지도 않은 걸 숨겨야 한다고 배웠다. 다비드 상 같은 예술품들부터 시작해서 익숙하게 보아온 남성의 성기. 그래서 중고딩 때 바바리맨이 내 앞에 나타났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저걸 왜 보여주나?' 생각했을 뿐...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내 성기를 처음 봤을 때는 엄청 놀랐다. 나에게 프레데터가 있었다니~!! 징그럽고 무서웠다. 꼬꼬마들의 자그마하나 고추가 잠시나마 부러웠었다. 프로이트가 내 얘기를 들었다면 내가 남근 선망이 있다고 하겠지. 프로이트 냥반 끝까지 내 얘길 들어보라구. <컨택트>라는 영화를 보면 지구에 12개의 비행 물체가 온다. 바나나같이 생긴 것이 딱히 위협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 인간들은 마냥 두려워하지. 왜냐? 그것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까. 인간은 자신이 어떤 것에 무지할 경우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두려워하잖아. 내 성기도 나에겐 그랬다. 여성 생식 기관이라는 그림에는 익숙했지만 겉모습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다비드 상의 고추처럼 자연스럽게 봐왔다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알몸 그림에 남자들 고추 그리는 것처럼 선이라도 하나 그어주자. 그 작은 선 하나가 여자들이 자신의 몸에 자신감을 갖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혹시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안 그린 건 어떤 음모가 있었던 건가?

예전에 여성 잡지에서 예쁜이수술이라는 걸 해라는 광고를 보는데 좀 웃겼다. 어떻게 생긴 게 예쁜 거냐고? 눈이 예쁘다, 코가 예쁘다는 건 우리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기준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여성 성기는 내 것조차 제대로 못 보는데 무슨 기준이 있다는 건가? 그건 또 누가 정하는 건지...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편한 친구인 생리. 안 오면 안 오는 데로 걱정되고, 조금만 이상해도 걱정되고, 또 안 오면 짜증스러운 생리. 생리대 광고에선 언제나 상쾌하고 깨끗하고 편안하니 안심하라고 한다. 생리대 위에 청량해 보이는 파란색 액체를 콸콸 쏟아부어도 절대로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광고를 본다. 절대로 생리 때는 입지 않을 것 같은 새하얀 스키니를 입고 자신 있게 엉덩이를 보여주는 모델이 나오는 광고는 생리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않다. 왜 생리 때 쾌적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하는 걸까? 생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다. 바늘에 찔렸을 때 피가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걸 인위적인 걸로 메꾸고 그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포장 좀 하지 말자~ 생리대 광고를 보면서 '이번 생리는 상쾌하겠지~'를 기대하진 않는다고!

이 동영상은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생리대 광고보다 생리에 가까운 것 같다. 여성성을 강조하지도 쾌적함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넘어지고 까지면 피가 나는 것처럼 생리가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려준다. 그 어떠한 이야기도 덧붙이 지도 않는다. 맑고 상쾌하라며 강요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생리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 몸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내 몸에 관한 주도권은 나에게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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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효능감을 만드는 버츄프로젝트 수업 - 할 수 있는 아이, 나를 믿는 아이, 그 변화의 시작
권영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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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난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다짐했다.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할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난 애들을 안 좋아한다는걸... 예뻐해도 오로지 눈으로만 예뻐한다는걸... 밤톨군은 그래도 내 아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나 똑같아서 예쁘고(그래도 너무 아빠만 닮아 서운하구나. 내 유전자야! 힘 좀 내라!) 또 그래서 얄미운 내 아이.  날 엄마라 부르며 세상에서 날 가장 사랑한다는 아이에게 난 언제나 너무 부족했다. 이런저런 육아서를 읽고, 읽은 동안에는 그나마 착한 엄마 빙의해서 밤톨군을 대하지만 약빨이 떨어지면 또 욱하는 엄마가 튀어나와 사정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내 갈 길 간다~'라는 스타일이면 마음이 편할까? 내 말 한마디에도, 조금만 음성이 높아져도 눈을 껌뻑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밤톨군을 보면 나에게도, 밤톨군에게도 화가 난다. 아~ 육아는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아이들은 언제나 보석이었다.


책 표지에 나온 작게 나온 문장을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밤톨군은 언제나 보석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보석에게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이 오로지 요구만 하고 있었다. 더욱더 빛날 예쁜 아이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아껴줘야 하는데 난 그만큼의 사랑을 전해주지 못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전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버츄프로젝트가 뭐지? 이름부터가 너무 생소했다.

버츄란? 힘, 능력, 위력, 에너지를 상징하는 라틴어 virtus(비리투스)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버츄란 인성이라는 마음의 광산에 자고 있는 아름다운 원석들이다. 그 원석이 깨어나 본래 지니고 태어나는 아름다운 성품이 드러나는 것이 미덕이라 한다. 미덕은 내면에 잠재한 위대한 큰 힘이다. 미덕들을 깨우는 것이 바로 버츄프로젝트다.


사실 선생님이 말하는 '우주 최고 존중'이르는 것은 바로 잘하지 못했을 때도, 성공하지 못했을 때도 존중받는 것을 말한단다. 자존감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이란다. 이건 책이나 공부로 높일 수 없고, 반드시 존중받는 경험을 해야 높일 수 있거든. 왜냐하면 무의식이라는 보이지 않는 창고에 존중받았던 순간이 저장되어야 하거든.
문제는 잘했을 때만 존중받으면 실수하고 못했을 때는 자기를 부끄러워하고, 숨고 싶은 마음도 든다는 거야. 그래서 잘 안될 것 같으면 야단맞거나 창피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도전하기 않겠지. 그런데 삶을 100일이라 했을 때 1일은 성공하지만 99일은 노력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날이거든. 
(p.p. 127~128)


밤톨군이 걸음마를 연습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첫걸음 세 발짝 이후에 걸어보겠다고 참 많이도 넘어졌다. 그때의 나는 밤톨군의 사소한 승리와 자잘한 좌절을 반복하는 걸 매일같이 봤다. 사소한 승리보다 자잘한 좌절을 더 많이 맛보고 엄마손파이보다 더 겹겹이 쌓인 좌절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밤톨군을 열심히 응원했다. 하루하루를 모험하며 '드디어 해냈다!'라는 밤톨군을 끝까지 응원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어느새 밤톨군이 해낸 것들은 너무나 당연했고,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을 채근할 뿐이다. 그리고 실수한 것들에 대해 응원보다는 잔소리했던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부끄러워졌다. 내가 아이를 존중하고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진정으로 믿었다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멋진 엄마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못난 엄마였다니... 너무나 쉽게 아이의 빛을 꺼버리는 행동을 한다. 그게 더 쉬우니까... 어떠한 순간에도 아이를 믿어야 한다는 말에 눈물이 났다. 잘 보이는 곳에 '너의 실수도 응원한다!'라고 적어놓았다. 속이 상하고, 화가 날 때마다 되뇌어야 할 거 같다.


나는 이 책을 카페에서 읽었는데 이 책은 절대적으로 집에서 혼자 읽기를 권해본다. 코끝이 찡해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 눈물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수시로 오는 감동 때문에 눈물을 닦아야 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변화를 가져오고 또 감동을 준다. 소중한 보석 같은 아이의 마음에 답하도록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안에 잠자는 미덕도 함께 깨워보고 싶다.


당신, 바람 속에서 속삭이는 분,
당신, 자신의 숨결로 세상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시는 분.
저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없는 자식이나이다.
제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허락하소서.
네가 늘 당신의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제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게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제 귀가 늘 열려 있게 하소서.
당신이 다른 많은 사람에게 가르쳐주신 것들을 저 또한 배우게 하시고
당신의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둔 교훈을 저 또한 알게 하소서.
제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저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주소서.
저로 하여금 깨끗한 손, 맑은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께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소서.
그리하여 저 노을이 지듯 제 목숨이 사라질 때,
제 영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께 돌아갈 수 있게 하소서.

-수우족 인디언 추장 노랑 종달새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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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 - 인생을 바꾸는 아주 작은 차이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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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다. 험난한 산을 등반한 등산가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한 건 무엇입니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였습니다." 험난한 산자락도, 무서운 날씨도 아닌 작은 돌멩이였다. <사소한 것들>은 신발 속의 돌멩이 같은 이야기가 있다.

1등과 2등 차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 수영 선수 마이크 펠프스가 0.01초 차이로 1등이 된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의 팔이 남들보다 길기도 하지만 어쩜 한 차례 더 왕복했던 수영 연습이나, 좀 더 달게 가진 5분의 휴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자가 낚시에 미쳐있던 스무 살 청년 시절 친구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해안에서 160킬로미터 정도만 나가면 물 반 참치 반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떠났으나 규모가 큰 시추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연료까지 떨어졌고, 공포에 떤 채로 오렌지색 구명조끼는 착용한 상태를 밤을 맞이한다. 새벽이 되어 육지 가까이 떠밀려 온 덕분에 구조가 되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배에 장착된 자동항법장치가 딱 2도의 오류가 났기 때문이다. 360도 중에 2도는 정말 작은 부분이다. 그 사소한 것이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참치들을 살렸다.

작가가 들려주는 열다섯 개의 이야기 중에 가장 와닿은 건 포기에 관한 것이다. 6학년 때 그는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경기하면서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절대로 그만둘 수 없고 울면 울수록 두통만 심해질 것이라고 충고했을 뿐이다. 울고, 구토하고, 피를 흘리고, 아양을 떨고, 기절하고, 도망치겠다고 위협을 해도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여덟 살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진심을 듣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미식축구팀 활동을 하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것을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지. 사소한 일이야. 네가 평생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로만 산다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렇지만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거든. 그리고 또 너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될 것 아니냐.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 그 순간에는 비록 사소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런 행위를 통상적이고 정상인 것처럼 바라보게 하는 어떤 기준을 네게 심어주고 또 너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간단 말이다."  (p.101)


그의 아버지는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많은 나무들 중에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위해 도토리를 숨겨뒀다가 못 찾거나, 깜빡해서 못 먹은 도토리들이 나무가 된다. 내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내게 어떻게 다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포기하거나 놓친 것들이 참 많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아쉽지 않았다. 놓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 퍼즐을 다 맞추기 전까지는 잃어버린 조각은 알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를 읽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고 한 번뿐인 내 인생 대차게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라'라는 작가가 나에게 소중한 내 삶을 걸작을 만드는 마음으로 섬세하게 살아라고 조언한다. 요런 반대적인 입장을 가진 책들은 언제나 나를 신나게 만든다. 상상 속에서 두 작가를 불러놓고 토론배틀을 시켜보곤 한다. 나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며 인생을 살아갈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않는 것에 목숨을 거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걸 알기 위해 오늘도 책 속의 길을 찾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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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온리 - 일상이 된 모바일 라이브, 미디어의 판을 뒤엎다
노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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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검색할 때 유튜브에서 먼저 확인을 해본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나는 초록창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고, 거기에 나온 정보를 좀 더 알고 싶을 때는 서점에 들어가서 책들을 찾아보고 구입한다. 유튜브에서 노래도 듣고 영화도 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영상으로 내가 원하는 걸 찾는 건 조금 낯설다. 영상보다는 문자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사 제목을 읽고 재미있겠다 싶어 들어갔다가 영상이 활성화되면 창을 닫고 나오기 일쑤다. 드라마와 각종 예능도 글로만 접할 뿐이니... 운동도 사랑도 글로 배워서 어쩔 수 없는 걸까? 그에 반해 알파키즈(2010년 이후 출생)인 밤톨군은 따로 유튜브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이것저것 잘 찾아서 들어간다. 까막눈임에도 자신이 원하는 걸 한눈에 찾아 보고 있다. 나도 이제 흐름에서 벗어난 구세대가 되는 건가 싶어 서글퍼지는 찰나 만난 <유튜브 온리>. 도대체 유튜브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책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격적인 책 내용 앞에 있는 용어설명에 책갈피를 끼우고 시작해야 한다. 장마다 나오는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꼭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넘겼다가는 '나는 누구? 또 여긴 어디?'라며 당황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간략하지만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용어들만 빠삭하게 알아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유튜브의 사용량이 폭발적인 이유를 저자는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 내가 찾는 동영상은 유튜브에 다 있다. 둘째, 검색의 편리함과 다양성이다. 셋째, 압도적인 개인화 추천(큐레이션) 기능이다. 영상보다는 문자가 더 편한 나도 한번 들어가면 개미지옥 같은 유튜브에서 족히 30분 이상은 헤매니 당연한 일일 듯. 한국 시장에서 유튜브 사용량은 모바일에서 월 순방문객을 2,350만 명으로 추산한다.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 2명 중 1명은 최소 한 달에 1회 이상 유튜브에 접속하며, 그중 75% 이상은 매주 접속한다고 한다. 유튜브보다 문자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거의 매일 유튜브에 들어가고 있었다. 현장에서의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Maksim Mrvica의 연주를 감상하고, 종이책보다 속도가 빨라 수시로 멈춤 기능을 이용해야 하지만 종이접기도 배우기도 한다.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영상을 주력으로 하는 유튜브는 당연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V앱 등에서 실시간으로 개인들이 방송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의 소유자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누구나 1인 미디어 매체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가끔씩 인스타에서 내가 팔로잉하는 유명인들의 개인 방송을 보며 하트를 날리고, 글을 남기고 그 글에 목소리로 답하는 걸 본다. 자신을 알리고 수익까지 창출하기도 하지만 가끔 나에겐 조금 두렵다. 빅브라더에게 스스로 자신을 거리낌 없이 노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디어 기업들이 수익화를 위해 무료였던 것들을 서서히 유료화하기도 한다. 디지털디바이드, 디지털 시대의 정보 빈부격차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모바일 미디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그리고 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은 또 어떤 모습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 변화 안에서 우리가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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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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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고양이를 싫어했다. 비 오는 밤에 아기 울음소리 같은 고양이 우는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섬뜩하던지... 게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망울, 날카로운 발톱.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양이를 싫어하기보단 무서워했던 것 같다. 엄마 말로는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도둑고양이가 내가 누워있는 방안까지 들어왔단다. 해코지하려고 하는 걸 엄마가 막았다고 했다. 근데 그날의 진실은 고양이만 알고 있으리라. 아무튼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막연히 고양이를 싫어했다. 하지만 특별한 만남 때문에 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실습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언덕에 위치한 계단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내게 겁도 없이 다가왔다. 쫓을 힘도 없고, 갸르릉 거리며 내게 머리를 비비는 고양이가 신기했다. 그리고 기분이 훨씬 나아지는 걸 느꼈다. 고양이 상담사는 상담이 끝나자 다른 이를 찾아 유유히 사라졌다. 상담료도 받지 않았던 길 위의 고양이 상담가 덕분에 지금은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한다.

길고양이들은 나에게 위로를 주고 웃음을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지금의 나처럼 고양이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아직도 고양이는 혐오의 대상인 경우도 많다. 우리 집 근처에 고양이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이 있다. 가끔씩 영역 싸움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도 '잠 좀 자자~ 얘들아!'라고 말해주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다. 예전에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걸 봐서 몰래몰래 식사를 챙겨준 적이 있었다. 그걸 본 이웃 주민은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고양이가 자꾸만 새끼 깐다!"라며 핀잔을 줬다. 그 표현에 엄청 놀랬던 기억이 난다. 바퀴벌레도 아니고, 고양이에게 새끼 깐다는 표현이라니! 그분과 말다툼을 해서 피해를 보는 건 고양이라는 생각에 아무 말도 못 했다. 더 몰래몰래 밥을 줬을 뿐... 다섯 아깽이들은 어느 날 세 마리가 되었고(ㅜㅜ), 엄마 고양이와 이사를 갈 때까지 참 많이 속상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들은 동정과 혐오를 동시에 받는 존재인 것 같다. 길고양이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막연한 동정도 혐오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있는 책이다.

길고양이, 줄여서 길냥이라도 많이 부르지만 아직까지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도둑고양이가 표준어다. 주거형태가 바뀐 요즘에 이제 고양이는 인간들의 부엌으로 들어와 무언갈 훔쳐서라도 먹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거나 캣맘, 캣대디들이 내놓은 사료들을 먹고 버틸 뿐이다. 길 위에서 팍팍하게 살아가야 할 고양이들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은 안타까울 뿐이다. 명칭이 바뀌면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이나마 바뀔지 모르겠다. 집 안에서 집사들의 사랑을 받는 집고양이들의 수명이 15년 정도인 반면에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길어야 3년 안팎에 불과하다. 로드킬부터 혐오 범죄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인간의 나이로 따지면 20대 정도인데, 인간들 때문에 요절하는 거다.

캣맘과 캣대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하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나 그들의 역할은 어마어마하다. 길고양이를 관리하고 보호하며,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과의 마찰도 줄여한다. 그리고 길고양이의 수를 줄일 수 있는 TNR(중성화 수술)도 담당해야 한다. 고양이와 사람 간의 공존을 위해 최전선에서 일하는 그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길냥이를 입양할 수도, 캣맘, 캣대디가 될 수도 없다. 하지만 같은 공간, 시대를 공유하는 만큼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올바른 시각을 전해주는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권해본다.


지구에서 고양이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천국에서 당신의 처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 작가)  (p.265)

길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운이 좋을 것이다.
미국 속담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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