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와 다를 바 없는 나,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내가 언젠가 재판을 받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괴물, 풍속을 해친 자, 암잘자로 여겨지리라고, 인류가 끔찍해하는 대상, 하찮은 이들의 조롱거리가 되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대신 침을 뱉게 되리라고, 한 세대가 모두 만장일치로 나를 생매장하고 재미있어하리라고 내 상식으로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이처럼 기이한 격변이 일어났을 때, 불시에 그 일을 당한 나는 우선 매우 당황했다. 흥분과 분노로 인해 나를 진정시키는 데 십 년은 족히 걸린 착란 상태에 빠져버렸고, 그러는 동안 오류에 오류를 거듭하고 잘못과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며 부주의하게도 내 운명을 이끌어가는 자들에게 수많은 수단을 제공했으며, 그들은 그 수단을 교묘하게 사용해 내 운명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8-9)
나는 이 글을 감추지도 보여주지도 않겠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누군가 이 글을 내게서 앗아간다 하더라도 그것을 썼던 즐거움이나 그 내용에 대한 기억, 이 글을 낳은 고독한 명상들, 내 영혼이 다할 때에만 그 원천이 소멸될 고독한 명상들을 빼앗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처음 재난이 닥쳤을 때 운명에 맞서지 않고 지금과 같은 결심을 했더라면, 사람들의 모든 노력과 온갖 가공할 만한 술책이 내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어떤 음모로도 내 휴식을 방해할 수 없었으련만. 이제는 그들이 성공하더라도 앞으로의 내 휴식을 방해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이 나를 모욕하며 마음껏 즐기게 내버려두라. 내가 나의 결백을 즐기고 그들의 뜻과는 반대로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그들이 막지는 못하리라. (17)
나는 살기 위해 태어났으나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죽어간다. (22)
이런 식으로 매사에 올곧고 솔직한 태도가 세상에서는 끔찍한 죄가 되어버린다. 그들처럼 거짓되거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점 말고는 다른 죄가 없는데도, 나는 동시대인들에게 고약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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