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를 읽었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속 연인들처럼, 만사에 염세적이고 무기력한 딜레탕트가 소설 속에서 느적느적 움직인다. 결말도 그가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파멸을 해도 파멸 같지 않은, 뜨거움 없는 미진한 파멸뿐. 무겁고 어두운 공허함 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며 열병을 앓는 모습만이 마지막에 남는다. 가부장제의 관습과 자본주의의 에토스에 저항하며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고, 육체의 나태함과 정신의 부단함만을 추구하는 심미주의자들의 소설 속 모습은 결국 한결 같구나. (17.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