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의 이름을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아니면 <월스트리트저널>에 작은 활자로 쓰인 행간에서 찾아야만 했다. 서방세계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번영의 물결에 따라 떠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사업가들이 이런 잡지들의 요란하지 않으면서 우수한 수준 덕분에 영국 새빌 로 거리의 유명한 디자이너들보다 더 멋지게 포장되었다. (p.12)

미국인들은 문제에 해답이 없다는 생각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그들 주위에서, 그들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힘든 민족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것, 실패의 의미라는 `인간의 조건` 때문에 그들은 정신과에서 진찰을 받으며 힘이나 돈, 세계신기록의 대체물 쪽으로 미친 듯이 몰고 간다. 세상에서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의 무능력일지도 모른다. 인조 남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것은 핵폭탄같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배관공 가게에 들어가듯이 정당방어 자세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섹스숍으로 들어간다. 미국인들은 아직 실패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은 한계 앞에서 고개 숙이기를 거부한다. (p. 80)

그렇게 그는 벼락부자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대를 이어 내려오는 본성을 버리고 `조금씩 조금씩` `제 손으로` `인내심을 품고 오랜 시간을 두는` 방식과 인연을 끊었고, 얼마니 많은 사인을 해주었던지 사인이 의미하는 바도 망각했으며, 그러는 동안 엄청난 액수는 그 자체로 규모만큼이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p.88-89)

나는 침대에 미동도 않고 똑바로 누워 있었다. 경솔하게 몸을 뒤척여서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경험, 조롱, 하찮은 말, 이성의 힘으로 온갖 것을 가정해본다. 그다음에 온 것은 모든 늙은 남자들이 분명 청소년 시절 첫사랑을 겪었을 때 느꼈던 고통스럽고 찌르는 듯이 가슴 아픈 혼란 상태였다. 게다가 난 이제 그다지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행복을 망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가 말했듯이, 이 순간은 다른 어떤 순간들보다도 힘든 시간이다. 계속하고는 싶지만 캔버스에 한 번 더 손을 대면 모두 망칠 것이라는 사실을 화가라는 직업이 조곤조곤 알려주기 때문이다. 제때 멈출 줄 알아야 한다. (p.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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