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벤야민 역사철학의 중심 테마인 역사 서술과 인식의 문제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벤야민의 유물론적 역사기술은 "역사의 대상을 역사적 흐름의 연속성으로부터 떼어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역사의 "서사시적 요소"를 포기하고 연구의 대상이 되는 시대를 "물화된 역사의 연속성"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시대의 균질성을 폭파"한다. 그에게 "구성은 파괴를 전제하며" 그 역도 또한 진실이다. 이러한 파괴의 작업이 왜 필요한 것인가? 그 이유는, 사료가 언제나 특정한 역사철학적 전제들에 의해 이미 전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선행하는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역사를 인식하고 서술한다는 것은 늘 역사에서 승리한 자들의 시선과 논리로 이미 구축된 역사 이해를 강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혁명적 역사서술은 이러한 연속성의 외관을 파괴하여 역사적 사물들을 역사철학적 전제들로부타 탈환하고, 해방된 사료를 새롭게 해석하고 배치함으로써 지나간 사건들을 역사적 지금(Jetzt)의 정치적 맥락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p. 183-184, 6장 파상력이란 무엇인가? II. 파괴, 폐허,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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