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가시적이고 매일같이 경험하게 되는 시장에 의해 초래된 불안정성ㅡ그냥 내버려두는 것 말고는 정치 권력의 아무런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ㅡ과는 대조적으로 `포위된 요새`라는 심리 상태, 그리고 개인의 신체와 사적 재이 위협받고 있다는 심르 상태는 적극적으로 조장되어야 한다. 위협들은 가장 불길한 색깔들로 채색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공포에 휩싸인 대중에게는 예견된 참사가 도래하는 것보다 위협이 현실화되지 않는 것이 이례적인 사건으로 비추어질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것이 국가 기관의 예외적인 노련함과 주의와 배려와 선의의 결과로 비추어질 수 있어야 한다. (p.166)

쓰레기 더미에 갇히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가운데 그러한 희망을 소생시킬 수 있는 강력한 국가 권력에 대한 대중의 새로운 요구는 사회적 불안정성과 사회적 보호 대신 개인적 취약성과 개인의 안전을 기초로 하고 있다. (p.166-167)

요약하면 `희망을 갖고 여행하는 것이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것보다 낫다`는 루이스 스티븐슨의 유명한 선언이 액상화된 우리의 유동적 현대 세계보다 더 잘 들어맞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우리가 걷거나 자동차를 운전해 가거나 비행기로 날아가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가 움직이거나 매력을 상실할 때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 목적지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현재 실천되고 있는 어떤 것도 습관으로 만들지 않는 것, 자신의 과거 유산에 얽매이지 않는 것, 쓸모없어지거나 유행이 지난 셔츠를 재빨리 갈아입듯이 현재의 자기 정체성을 고정시키지 않는 것, 어떤 유보나 후회도 없이 과거의 교훈을 거부하고 과거의 기술을 버리는 것 ㅡ 이 모든 것은 오늘날 유동적 현대의 삶의 정치를 증명하는 표지이자 유동적 현대의 합리성이 지니는 속성이 되고 있다. 유동적 현대의 문화는 더이상 역사학자들과 민족지학자들의 보고서 속에 기록된 문화들 같은 학습과 축적의 문화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대신 이탈과 단절과 망각의 문화인 것처럼 보인다. (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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