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
초반부의 트위터에 관한 날카로운 이야기가 흥미롭다. 타임라인에 쉴새없이 열거되는, 자신들도 존재한다고 발버둥치는 트윗들. 나도 그랬다. 사회학자의 책이건만 곳곳을 지날 때마다 잠시간 심리학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외부적인 현상들을 이야기를 하는데 꼭 인간 내부를 꿰뚫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공허한 마음으로 일말의 사유없이 행했던 외면의 행동과 내면 사이의 빈 거리를 통찰과 논리로 채워나가고 있다. 해석하고, 생각하며 자연스레 나에 관한 나만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다만 책에서 제일 먼저 추천사가 나오는데, 이 글을 쓴 장석주가 책의 내용을 정리·요약하고 인상적인 부분들을 인용하는데다 주된 메시지까지 다 스포해버려서 본문으로 들어가서는 김이 좀 샌다.
8.29
번역이 구리다. 다른 블로그에서 ˝아마추어 번역가를 데려다 만든 쓰레기 번역˝이라는 말을 봤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띄어쓰기 오류를 발견하는 일이 매우 쉬웠고, 심지어 조사의 누락(!), 행방 불명의 글자 누락도 발견한 게 합해서 다섯 번 이상이다. 외래어 표기도 이미 국립국어원에서 용례에 올려둔 단어가 있는데도 별다른 일러두기 없이 맘대로 괴상하게 써놨다. 엉성한 번역과 편집부의 완성도 낮은 업무까지 콤보를 이룬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번역본 교정, 교열 연습을 해야한다면 이 책으로 연습하면 된다. 번역자 두 명, 편집자 네 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도 이 책을 꼼꼼히, 애정어리게 매만진 손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감일에 맞춰서 페이지를 휙휙 대충대충 넘기고 넘기며 작업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느 출판사와 다름 없이 책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책을 만든 것인지. 안타깝다.
9.5
어떤 큰 주제 아래에서 정기적으로 기고한 수십 편의 칼럼이라면, 특히 그 기고처가 대중적인 곳이라면 주제가 얼마나 광범위하든 후반부로 갈수록 결국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 그 이야기를 하게 되는 법인가 보다. 총 44편의 편지 중 30번째 정도에 와서는 조금 지쳤다. 결국 `유동하는 근대 사회`의 `유연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해하며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세상을 겪어야 하는 우리는, 비관적 전망이 이러이러한 것들로 적지는 않지만, 미래를 현재로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기에 좌절만 하지말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에서든, 가족의 붕괴에서든, 인스턴트화된 인간관계에서든, 예측할 수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유행과 성공의 기준에서든.
9.6
불행하지 않은 고독과 행복한 게으름을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고 찬양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시대에 뒤처지게 하는 것으로 보이는 고독과 게으름을 분석하며 불안함 없이 애정할 수 있었다. 크게 새롭지는 않은 담론들을 가벼운 사회학적 분석으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잘 정연된 관념적 얼개로 현대 사회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설명해주는 게 꼭 이성적인 친구가 토닥여주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대신 이걸 읽는 게 훨씬 나으리라는 사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