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는 그 요란스러운 청혼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윤노인의 재산이 탐이 났는지도 모르고, 혼자 살아가는 삶에 외로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를 정말로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이마저도 추측일 뿐이다. 결혼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개입된다. 사랑은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자체가 결혼의 동인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 결혼한다. 그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낯선 사람과 함께 평생 살아가는 일조차 감수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148) - P148

나와 똑닮은 아들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아이와 나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 그런데 또 너무나 같다는 것. 내가 밀어낸 나 자신이 그 자국 그대로 튀어나와 순수와 무구의 얼굴로 나를 보는 것. 그 기분을 아십니까. 네, 그게 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156) - P156

그 여자는 내 말을 믿지 않았어요.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얼마나 어리석은지. 젊은 시절 한때의 달콤함에 빠져 내게 주저앉은 아내를 봐도, 쉽게 알 수 있지요.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 여자를 붙잡기 위해 수없이 많은 거짓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의 연약함을 감추기 위해 더욱 크게 발을 구르고, 목소리를 높였지요. 온 세상이 나에 대해 경고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어요. 속는 자와 속이는 자는 함께 쾌락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후자의 것보다 전자의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지요. (197) - P1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