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게 아니다. 리카는 인정했다. 그렇다, 줄곧 기다렸다. 줄곧 이렇게 애무 받고 싶었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아름다운 것을 어루만지듯이 이렇게 만져주길 바랐다. 줄곧 기다렸다. 줄곧.
(...) 리카는 굳이 착각해본다. 자신이 그들과 같은 20대의 입구에 있는, 미래에 대책없는 희망을 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쉽게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몸을 허락하고 쉽게 미래를 약속하는 이름 없는누군가라고 착각해본다. 오랜 세월 남편의 손길을 받은 적 없는 불쌍한 아내가 아니라, 앞으로 실컷 성을 구가할 분방한 젊은이라고 착각해본다. 고타의 어깨를 안은 왼손 약지에 반지라곤 껴본 적도 없다고 착각해본다. (154) - P154

리카는 이건 마치 아이를 차에 태워둔 채 파친코에서 넋을 잃고 놀아버린 기분 같다고 생각했다. (293) - P293

보고서에 쓰여 있는 그들의 교제는 리카와 고타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 평일에 마도카의 수업이 끝난 뒤 만나서, 대학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고타는 전철로 그녀의 하숙집 가까운 역까지 데려다준다. 휴일에는 번화가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아이쇼핑을 하기도 하고, 아주 가끔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마도카의 하숙집에서 보낼 때도 있다. 고타의 맨션에 마도카가 왔다는 보고가 없는 것은 고타가 자신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한 것일까, 리카는 생각했다. 월세를 내고 있는 것은 자신이니까. 마찬가지로 의리인지, 아니면 애정 표현의 하나인지 리카에게 받은 돈을 고타가 그 교제에쓰는 모습은 없었다. 아마 고타의 수입으로 충당될 수수한 데이트였다. 거기에 스위트룸 온천여행도 택시도 샴페인도 고급 레스토랑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리카는 안도하고 동시에 절망했다. 두사람은 자신들처럼 강한 끈으로 맺어져 있지 않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안도와 자신은 이 두 사람 같은 깨끗하고 건강한 관계를 절대 만들 수 없다는 절망이었다.
세 군데 탐정 사무실에 낸 돈은 모두 250만 엔이었다. (308)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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